Meritocracy는 현재 능력주의, 실력주의, 실적주의, 업적주의 등으로 번역된다. 아마도 능력주의, 실력주의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몇몇은 이 번역어들이 Meritocracy의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지 못하기에 단어 특유의 의미를 상기시키기 위해 ‘메리토크라시’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Meritocracy가 최초로 사용된 마이클 영의 책이 올해 “능력주의”(유강은 역, 이매진)로 번역되었기에, 능력주의로 자리 잡을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책에서 각기 다른 번역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능력주의, 실력주의, 실적주의 등의 단어가 나오면 그게 Meritocracy임을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Meritocracy란 무엇일까? 우선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Meritocracy란 나이, 계급, 성별, 또는 그 밖의 독점적이거나 상속된 특징이 아닌, 능력, 노력, 그리고 탁월함을 통해 지위가 성취되는 사회 질서를 의미한다. Meritocracy는 지능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탁월함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 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Meritocracy의 사회는 곧 “특정한 사회적 상속이 아닌 능력만으로 특권을 가질 수 있는 사회”인데 언뜻 보기에 이 사회는 유토피아 같지만, 결정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노력, 지능, 탁월함을 공정하게 측정할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The Rise of the Meritocracy 1870-2033)에서 Meritocracy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지능(Intelligence) + 노력(Effort)으로 정의된 탁월함(Merit)과 함께 그 탁월함을 지닌 유능한 사람을 통한 통치·지배(government, -cracy)를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이 우화에서 기회의 평등이라는 목적이 극한으로 달성된 사회를 보여주는데, 그 사회에서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상류층에 진입하고 지능이 낮은 사람은 단순노동을 수행하는 하류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영은 이런 디스토피아를 통해 “계급의 불평등”이 “지능의 불평등”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지능·노력·탁월함 등을 공정하게 측정할 도구가 없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지능·노력·탁월함 등이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기에 Meritocracy는 항상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Meritocracy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것이 국어사전에 나오듯 단순히 능력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아닌, cracy(통치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kratia로 민주주의democracy는 인민demos의 지배kratia이다), 즉 ‘통치·지배’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다. 통치에는 언제나 정당성이 필요하다. 마이클 영이 언급하는 건 아니지만, 막스 베버가 이야기하듯 불평등은 그 자체로 기능할 수 없고, 인간에게 어떤 ‘이유’를 제공해야 작동할 수 있었다. Meritocracy는 불평등한 지배질서가 능력, 지능에 의한 것이기에 정당하다는 이유를 제공한다. 이는 능력, 지능에 의해 지배의 정당성을 갖게 되는 사회 질서를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나는 Meritocracy를 ‘-주의’로 옮기는 것보다, ‘능력통치’, ‘능력지배’ 등으로 옮겼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번역어는 정해졌고, 나는 이것 바꿀 능력이 없기에 능력주의를 앞으로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Meritocracy가 가진 보다 정확한 의미를 아시고, 또 여러 번역어를 마주쳐도 이 개념으로 이해하셨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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