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알렌 크라이더의 <회심의 변질>입니다. 종교개혁자에게 박해를 받은 종교개혁자들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급진 종교개혁파, 종교개혁 좌파, 아나뱁티스트들입니다. 이들에게 주류 종교개혁은 또 다른 타협이었고 이들은 국가를 포함한 모든 외적 권력과 유아세례를 거부하고 성인신자의 세례를 옹호하고, 재산을 공동소유하고, 징병에 반대하는 비폭력 평화주의자들이었습니다. 루터, 칼뱅 역시 이들을 공격하고 신교는 이들을 죽이기까지 하죠. 이런 전통에서 초기 기독교를 재구성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대장간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대장간 출판사는 위에 설명드린 것 같이 재세례파, 메노나이트 계열의 기독교 출판사로서 독특하면서도 의미있는 책을 출간하는 기독교 출판사입니다. 저는 자끄 엘륄 총서를 관심갖고 보고 있습니다. 편집이나 디자인의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기독교 내부에서 대체불가능한 영역을 개척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알렌 크라이더는 고셴대, 프린스턴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초기 교회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그 뒤로는 아나뱁티스트 메노나이트 성서 대학(AMBS)에서 교회사를 가르쳤습니다. 저자는 초기 교회사 분야의 권위있는 학자이며 책의 참고문헌을 보면 초기, 중세 기독교 자료사용이 매우 전문적입니다. 이 책은 공역된 책으로 평화주의 모임 소속의 목사 네 분이 번역을 하셨습니다. 여러 명이 번역을 하다보니 가독성이나 개념어의 선택이 균질하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읽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Change of Conversion and the Origin of Christendom>입니다. '회심의 변질과 크리스텐덤의 기원'정도가 되겠는데요, 여기서 크리스텐덤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합니다. 크리스텐덤은 Christ와 Kingdom의 합성어로 기독교가 지배하는 국가나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고, 저자는 이것을 인간 경험의 모든 영역을 신의 주재권 아래 굴복시키려는 문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책은 성경에서 일어난 기독교의 회심부터 초기 기독교 '회심의 본질'을 1-3장에 걸쳐다룹니다. 이들의 회심에는 이른바 3B, Belief(신념) Behavior(행동) Belonging(소속)의 완전한 변화가 있었고,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승인을 받기 전까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잠재적 사형수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세례를 받기까지 3-5년의 훈련을 받았으며 이것은 재사회화였고, 삶의 총체적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는데요, 4-7장은 로마제국의 승인 하에 시작된 '회심의 변질'을 다룹니다.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개종하고 313년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크리스텐덤 체제가 시작됩니다. 이제 기독교는 주류가 되고 강제적 개종이 시작됩니다. 태어나는 순간 국가와 교회에 소속되게 되죠. 삶의 총체적 변화는 없어지고 3-5년이 걸리던 세례교육은 2개월도 안 되게 줄어들게 됩니다. 기독교의 종교지도자들은 세속의 지배층과 결탁하여 사람들을 개종시키고, 국가가 종교적 삶을 규제하고, 또 폭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크리스텐덤 체제와 함께 기독교는 변질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마지막 8장에서 저자는 크리스텐덤과 기독교의 미래에 관한 결론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서구를 1000년간 지배했던 크리스텐덤 체제의 특성을 정리합니다. 크리스센덤의 3B는 이렇습니다. <1신념: 정통 기독교의 옹호, 이단의 적대시, 타종교 배척, 종교 교육의 초보화, 사회 전반의 기독교화, 2행동: 기독교적 행동규범의 강요, 기독교 도덕법의 선택적 강요, 십일조의 강조 및 세속영역에서의 종교의 강제, 3소속: 유아세례의 강조, 비대해진 교회조직, 국가와의 공생, 교회의 강제력, 성직자의 성서해석 독점(성직주의)> 저자는 마지막으로 현대사회가 초기 기독교의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책을 마치고 있고, 초대 교회의 교훈을 배우자고 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기독교와 관련된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앙을 성찰하게 하는 책이고,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텐덤 체제는 한국에서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근본주의 개신교와 기독자유당 같은 종교극우정당의 사고의 핵심에는 크리스텐덤 체제가 있기 때문이고 한국 개신교는 여러 지점에서 크리스텐덤적 정서를 공유합니다. 이 책은 여러 성찰의 지점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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