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문학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고전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인문학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책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고전은 오늘 날 우리에게 어떤 힘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1. 핵심: 김용규 선생님은 이제 지식의 시대가 종말하고 생각의 시대가 온다고 선언합니다. 지식이 탄생한 후 사회는 수없이 변화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고의 근본이 되는 ‘생각의 도구’들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했으며 여전히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창조성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지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창조적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현대 인지과학, 심리학을 통해 창조성의 근원인 생각의 도구들을 제시합니다.
2. 출판사: 이 책은 2,000여 권의 책을 출판한 <살림>에서 나왔습니다. 올해로 설립된 지 30년이 된 이 출판사는 한국문학 출판을 시작으로 현재 다양한 영역의 인문·교양 서적을 펼쳐내고 있고, 입문자에게 유익하고 저도 즐겨보는 문고판 <살림지식총서>, <e시대의 절대사상> 같은 양서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3. 저자: 김용규 선생님은 현상학의 성지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후설과 하이데거를 공부하고, 튀빙엔대학에서 현대신학의 거장 몰트만·융엘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서양문명의 두 기둥인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독일에서 철학·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고전어 실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독일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대체로 고전어(그리스어·라틴어·히브리어)의 기본기가 탄탄하죠. 이 책 역시 각주를 보면 헬라철학과 독일 현대철학은 원전으로 읽어 책을 집필하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공부가 뒷받침된 인문저자는 많지 않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1·2부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여 조종하고 인간을 설득하여 움직이게 하는 힘,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지식이 탄생했고, 축의 시대라고 불리는 기원전 8-3C에는 동서양을 초월해 본격적으로 이 보편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보편성에 대한 탐구는 분류·범주화를 통해 생각이전의 생각을 만들어 냈고, 그중에서도 저자는 고대그리스가 지닌 사유의 독특성(이성·학문)에 주목합니다. 고대그리스는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다른 문명과는 다른 생각의 도구들이 발생했고, 구체적으로 호메로스의 작품을 통해 보편적 사고가 가능하게 됐다고 서술하죠.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통해 우리 사고의 근원이 되는 5가지 생각의 도구,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가 만들어집니다. 3부부터 저자는 이 5가지 생각의 도구를 설명합니다. 이 부분이 책의 핵심이죠. 저자는 각각의 생각의 도구가 고전적으로 어떻게 기원됐는지, 그리고 역사의 인물들은 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끝으로 우리는 그 도구들을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 지까지 세세하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훈련법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5. 느낀점: 이 책은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대안으로 제안하는 책입니다. 김용규 선생님은 말씀드렸듯 고전 공부를 제대로 해보신 분이시기 때문에 고전의 진정한 힘과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류사를 만든 생각의 도구라는 장엄한 스케일 속에서도 김용규 선생님의 내공은 빛을 발합니다. 이 책은 고전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님이 보셔도 좋을 책입니다. 아마 과학의 최신 논의까진 다루시지 못하신 것 같고 선생님 전공상 동양철학을 다루지도 않지만 교양서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입니다. 또 참고문헌도 잘 나와있기에 인용된 책으로 독서를 확장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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