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이 한참이나 지났죠. 뒷북큐레이터는 이제야 페미니즘 입문을 위한 책을 몇 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여러 번 이야기 드렸듯, 저는 페미니즘에 관해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이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있어서는 다른 부분보다 더 초보적인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1.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의 일곱 가지 구호』, 안-샤를로트 위송 글 토마 마티외 그림 김미정 옮김
이 책은 제가 페미니즘 입문서를 추천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일단 그래픽노블 형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내용이 쉬울뿐더러 거기에 내용이 충실하고 깊기까지 해서 그렇습니다.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7가지 구호,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백인 여성들이여 들어라”, “우리의 욕망은 혼란이다”, “페미니즘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남성우월주의는 매일 사람을 죽이고 있다”, “내게 자유를 줄 필요없다, 내가 스스로 자유로워 질 테니까”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페미니즘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상호교차성, 블랙 페미니즘, 퀴어 등의 현재적 주제, 쟁점들을 매우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적절히 학자들과 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학적인 정확성과 담론의 풍성함을 갖추고 심화적인 이해를 돕기도 합니다. 여러 페미니즘 서적 중에서도 입문서로서 분명 훌륭한 책 같습니다.
2.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이경아 옮김
페미니즘이 중대한 이슈로 자리매김한 뒤 누구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데에 큰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 벨 훅스는 매우 유명한 페미니스트이죠. 벨 훅스는 이 책을 통해서 페미니즘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페미니즘의 대가라고도 할 수 있는 벨 훅스가 입문자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번도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들만의 것이라고도,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 없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소녀든 소년이든 모두가 페미니즘에 한 발 더 다가오게 설득하지 못하면 페미니즘 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확신했다.” 책 내용 중.
3. 『여성학』, 이박혜경·이재경·민가영·조영미·박홍주·이은아 공저
마지막으로 다룰 책은 대학 교양교재, 개론서 정도의 책입니다. 2014-15년 즈음 페미니즘 이슈가 대두되고, 그때 저는 여성정책, 여성학을 전공하는 선생님 두 분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에 관해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자, 저한테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앞에 다룬 두 책보다는 약간 난도가 높지만, 당연히 내용의 충실도도 가장 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책 자체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고, 책의 장이 끝날 때마다 더 읽을 거리라든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제시하고 있어서 특히 이 책은 함께 읽으며 스터디를 하면 더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발간되고 시간이 조금 지난 책이라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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