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예수가 처형을 당할 때 고작 몇 백 명이던 유대교의 한 종파, 기독교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바로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입니다.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에서 초기 기독교의 제한된 주제를 다뤘다면, 이 책은 예수 탄생 이전부터 현재까지 기독교의 역사까지를 광범하게 포괄해 사회학의 관점에서 기독교 역사를 재조명하는 책입니다.

2.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미국 종교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학자입니다. 사회학자들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세속화, 즉 종교가 사회에서 점차 영향력을 상실해갈 것을 예측했고, 일부는 종교를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타크는 종교를 상수로 설정하고, 개인이 종교 행위를 할 때 다른 삶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합리성의 근거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합리적 종교 선택이론”이죠. 구체적으로 경제활동에서의 수요/공급의 법칙 같이 종교활동에서도 투자(헌신, 희생) 대비 보상(종교적 효능감, 현세/내세의 보상, 종교공동체의 유대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겁니다. 이 책 역시 이 관점에서 기독교를 재해석합니다.

3. 내용: 책은 앞서 말했듯, 예수 탄생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수로 시작된 예수운동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교회사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의미있는 사건을 추려내고, 기존의 통념과는 반대되는 해석들을 제시함으로써 흥미롭고 독특한 시선을 전해주는 부분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중에 몇 가지 내용을 이야기해봅니다. 우선은 초기 교회사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질병, 여성과 여성에 관한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고대의 전염병은 말 그대로 재앙 그 자체였는데, 기독교인들은 이를 시험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일상을 살면서 이웃을 보살피는 실천을 보여줍니다. 다른 공동체와 구별되는 이 자선은 기독교의 성장요인이 됩니다.

초대 기독교는 여성에 대해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당시 사회에서는 여아를 유아 살해하고, 여성을 12살부터 결혼하게 하거나, 낙태를 강요하던 사회 일반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기독교는 이와 다르게 유아 살해, 조혼 금지, 낙태를 금지하고(지금의 맥락과는 다른), 여성이 종교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중세를 다루며 스타크는 중세를 “암흑의 1000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신화이며, 오히려 신이 창조한 세계의 질서를 탐구하는 기반이 된 중세 스콜라신학이 과학을 발전시켰으며 르네상스가 신화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스타크는 앞서 언급한 ‘세속화’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종교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분석에 실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종교의 영향이 증대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4. 감상: 이 책은 기독교 역사를 알던 종교인에게도 또 교양으로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비종교인에게도 모두 유익할 책입니다. 로드니 스타크는 논쟁적인 저자입니다. 그의 독창적인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반박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핫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로드니 스타크는 일견 기독교를 옹호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저도 그가 종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종교개혁이 이단이 아닌 것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회학자입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기독교의 승리를 실증해주는 책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보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을 반감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스타크의 서술을 정직하게 읽고 고민해보는 것이 비/종교인 모두에게 유익하면서도 이것을 생산적으로 점유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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