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의 『에밀 뒤르케임』
2월에 있을 사회학 고전 독서회를 위해 뒤르켐에 관한 저서를 읽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 읽은 책이 이 책, 『에밀 뒤르케임』입니다. 사회학 고전 독서회 2월의 책이 에밀 뒤르켐의 『자살』인데, 아무래도 모임의 목적이 사회학 고전과 그에 관한 맥락을 비교적 깊게 다루는 것이다보니 이것저것 봐야 할 자료가 많습니다. 저번 모임에서는 70쪽 남짓한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가지고 12페이지 정도의 발제문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600쪽 정도 되는 책이라 읽고 공부할 게 많습니다. 어쨌든 모임의 목표 중 하나가 제가 게으르지 않게 공부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에밀 뒤르켐은 막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을 제대로 된 학문으로 정초한 학자입니다. 아마도 사회학의 역사에서 두 사람을 꼽으라면 예외 없이 뒤르켐과 베버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르켐은 그만큼 사회학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 모든 사상가가 그렇듯 뒤르켐에 관한 자료 역시 매우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베버는 그래도 연구자가 여럿 계시고, 또 한 분이 압도적인 생산력을 보여주셔서 비교적 괜찮은 반면, 뒤르켐은 더욱 부족하죠.
그래서 뒤르켐은 꼭 한 번 공부해야 할 사상가이면서도, 자료가 많지 않기에 공부하기 너무 어려운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에 치유할 수 없는 베버주의자, 김덕영 선생님을 통해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이라는 뒤르켐 사상의 전반을 다루는 개론서가 나옵니다.
이 책은 뒤르켐 사상의 전반을 평이하게 다루고 있습니가. 뒤르켐의 생애부터, 그의 4대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분업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자살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들>을 중심으로 한 뒤르켐의 주요 주제부터, 지식사회학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분류의 원시적 형태들>이나 정치사회학까지 충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좋은 개론서이자, 연구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 책이 지니는 차이는 이런 것들입니다. 뒤르켐을 프랑스 특유의 실증철학과 데카르트주의를 창조적으로 종합해 합리주의적 실증주의 사회학을 창안한 인물로 평가하거나, 뒤르켐의 개인 숭배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 성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 01>이라는 넘버링을 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김덕영 선생님은 한국의 사회학 이론 구축, 한국 사회에서의 국가의 해체와 개인의 탄생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 속에서 학술작업을 이어가고 계시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문제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을 알고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뒤르켐은 독특한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개인에게 외재하지만, 개인을 구속하는 사회의 구속력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을 옹호한 사상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문제의식에 맞게 그 부분을 설명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십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분과 또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자께서 두루 읽으실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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