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로서 자끄 엘륄.

“존재한다는 것은 저항하는 것이다” - 자끄 엘륄

자끄 엘륄(Jacques Ellul)은 프랑스의 법학자, 사회학자, 개신교 신학자다. 아마 생소한 분이 많을 텐데, 부족하게나마 사회학자로서의 엘륄을 소개해보려 한다.

1. 프랑스 지성계에서의 엘륄

생전 엘륄은 보르도와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학문적 작업을 진행했기에 거장들의 각축장이었던 20세기 프랑스의 지성사에서 중심적 위치를 점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엘륄은 제자들의 권유로, 프랑스의 중심 출판사인 쇠이유(Seuil)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이런 사실에 대해 엘륄은 “프랑스 지식사회 특유의 파리문화중심주의”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엘륄이 언제나 프랑스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더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학자들의 인용과 평가, 사후의 관심으로 프랑스 지식사회에서 엘륄은 재평가 되고 있다. 맑시스트이자 작가인 기 드보르,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에 의해 엘륄의 소외 문제는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이반 일리치 역시 기술사회에 대한 엘륄의 사상에 찬사를 보냈고, 또한 과학인류학/사회학자 또는 과학철학자로 유명하며, 근대성 논쟁을 촉발한 브뤼노 라투르가 엘륄의 작업을 높이 평가하면서 엘륄은 프랑스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과 맞물려 엘륄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기점으로 프랑스에서도 지속적으로 입문서, 연구서, 미출간 원고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2. 엘륄의 사회학적 주제들과 사회학적 위치

엘륄의 기술, 프로파간다, 소외에 관한 이론으로 유명하다. 비판이론가이자, 기술철학자인 텍사스대학의 크레이그 행크스(Craig Hanks)는 엘륄이 “위르겐 하버마스, 마르틴 하이데거, 질베르 시몽동, 앙드레 르르와 구란(Andre Leroi-Gourhan), 귄터 앤더스(Gunther Anders)와 함께 기술에 대한 주요한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엘륄은 자신과 시몽동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철학적 자신감에서 기인한 너무 추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비교를 통해 엘륄 작업의 위치를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엘륄의 중요한 주제인 기술사회, 소외의 문제, 기술의 신성화(이데올로기화), 정치적 프로파간다와 구별되는 사회학적 프로파간다에 관한 작업은 그 작업 자체로도 유의미하지만, 크레이그 행크스의 규정처럼 과학기술 사회학, 또는 철학 작업과 비교해보는 것이 엘륄의 작업을 위치지우면서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같고, 사회학적 프로파간다의 문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작업과 연관시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사회에서의 구체적인 소외의 문제도 그렇고, 지배/피지배 도식과 프로파간다 개념 역시 이미지, 상징, 미디어 정치와 연관해서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만듦새에 아쉬움은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장간> 출판사가 뚝심있게 그의 총서를 발간 중이다. 엘륄에 대한 사회학적 입문서로는 컴북스이론총서로 나온 하상복 선생님의 <자크 엘륄>을, 신학을 포함한 그의 사상 전모를 소개하는 책으로는 프레데릭 호뇽의 <자크 엘륄, 대화의 사상>을, 가장 평이한 입문서로는 손화철 선생님이 쓰신 김영사 지식인 마을 시리즈 <토플러 & 엘륄>을 추천해 드린다.

 

*본 글은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신 계신 한 선배님의 도움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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