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입문 시리즈 5 소설로 만나는 사회학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에디의 끝> 에두아르 루이
1. 핵심: 정수복 선생님의 <응답하는 사회학>에는 부르디외 사회학의 '해방적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르디외를 통해 해방을 느꼈던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폭력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처럼 상승이동을 경험한 사람들이었죠. 지금 소개할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와 에두아르 루이의 <에디의 끝>은 부르디외 사회학을 형상화한 소설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의 여성으로서, 후자는 성소수자로서 겪은 사회적 폭력을 드러내며 문제의식을 나타냅니다.
2. 출판사: 공교롭게도 이 두 책은 모두 열린책들에서 나왔습니다. 이곳에 관해선 8월 28일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3. 저자·역자: 부르디외의 사회학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시골에서 태어나 부르주아 사회에 진입한 아니 에르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학자가 된 게이 지식인 디디에 에리봉, 그 에리봉의 제자이자 <저항의 유산>이라는 부르디외의 논문집을 편집하고 시골출신으로 파리고등사범에 진학한 에두아르 루이가 있습니다. 또 에르노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부르디외와 보부아르를 꼽습니다. <남자의 자리>는 불문학자이면서 전문 번역가인 임호경 선생님께서, <에디의 끝>은 번역학자 정혜용 선생님께서 하셨는데 둘 다 번역이 좋다고 느꼈고 에디의 끝 같은 경우에는 참 노력한 번역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 내용구성: 부르디외 사회학에는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그중에도 체화된 문화자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나 교육을 통해 육체로 습득되는 자본으로, 한 사람의 지적역량과 취향을 형성합니다. 고급스러운 문화자본을 물려받은(체화한) 사람은 교양있게 행동하고 그러지 않은 경우는 천박하게 행동하는 거죠. 남자의 자리는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교사가 되고 또 부르주아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 아직도 시골에 살며 고급 문화자본을 가지지 못한 아버지와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그런 상황을 그려냅니다. 시골에서 자라며 겪었던 경제적, 성적, 문화적 불평등을 서술하고 주류사회에 진입하고 겪게 된 상징적인 폭력 역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르노가 여성으로서의 삶과 상승이동을 보여줬다면 에디의 끝은 문화자본도, 경제자본도 부족한 프랑스의 시골에서 태어난 성소수자가 겪은 폭력의 경험들을 적나라하게 서술합니다. 이 책에서는 퀴어 정체성을 가진 소년의 유년, 청소년기의 경험을 보여줍니다. 물리적 폭력은 물론이고 남성성(masculinity)의 문제와 다양한 층위의 폭력을 유년의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5. 느낀점: 이 두 책은 모두 에세이, 소설, 자서전의 경계가 모호한, 또 유려하기보다는 투박하고 때로는 천박한 언어로 문제의식과 주제를 드러내는 사회학적 소설입니다. 부르디외는 <남성지배>를 통해 여성과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지만, 그는 여성도 성소수자도 아니었습니다. 부르디외는 푸코가 권력이라고 부르던 것을 폭력이라고 불렀고 그만큼 비참과 아픔에 민감한 사회학자였습니다. 그에 의해 이론으로 추상화된 폭력의 경험들이 에르노와 루이를 통해서 소설로 다시 한 번 형상화되었고, 이 소설들은 모두 소설로서도 훌륭하지만 사회학적 시선과 개념이 담긴 좋은 사회학의 교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에디의 끝>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고도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