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최고의 부르디외 연구서 <아틀라스의 발 - 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 이상길

피에르 부르디외 2020. 8. 18. 00:30


1. 핵심: <아틀라스의 발>은 한국에 부르디외가 수입된 지 20여 년이 지나 집대성된 부르디외에 관한 연구서로서, 제가 판단하기에 한국어로 쓰인 부르디외에 관한 연구서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연구서입니다. 이 책은 포스트식민 상황이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부르디외에 관한 전기, 부르디외 이론에 관한 연구, 부르디외 이론을 통한 경험연구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분이 매우 정치(精緻)하게 쓰였습니다.

2. 저자: 이상길 교수님은 제가 존경하는 연구자 중 한 분으로 한국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신 뒤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셨고, 현재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계십니다. 푸코, 부르디외에 관한 굵직한 번역서와 경험연구를 병행하시는 학자시고, 하시는 작업 하나하나 굉장히 완성도가 높고, 한국의 부르디외 연구자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문가세요.

3. 구성: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 '지식인의 초상'은 부르디외의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기할 것은 이 부분이 단순히 부르디외의 생애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디외의 분석 틀을 가지고 그것을 부르디외에게 돌려주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르디외는 어떤 사회적 영향을 통해 성장했는지 밝히고, 부르디외의 작업과 프랑스 지성계에서의 부르디외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2부 이론적 지평은 부르디외의 사회학 이론을 심화적으로 다룬 연구서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장(field)이론, 언어 이론 등 그의 핵심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좋은 내용이고요, 특히 5장 장이론의 재구성 같은 경우 장이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탁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수용의 단층에서는 부르디외의 이론을 어떻게 한국적 맥락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능동적으로 연구한 저자의 경험적 연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4. 책의 필요: 먼저 이 책은 부르디외에 관한 입문자분들이 보시기에는 1부와 2부 장이론의 재구성을 보시면 부르디외의 개인, 학문세계와 이론의 핵심을 파악하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1부의 경우에는 한국어로 부르디외에 관한 개인, 학문세계를 이 정도 밀도로 서술하는 책이 없기 때문에 연구서지만 입문자들께서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그리고 2부 이론적 지평의 경우는 부르디외에 관한 조금의 기본지식을 갖추신 다음에 보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것 같고요, 마지막 수용의 단층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5. 느낀 점: 이 책의 제목이 '아틀라스'의 발인 이유는 부르디외의 마지막 강의에서 나온 “성찰성이란 세계를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의 두 발이 어디를 딛고 있는지 질문하는 일입니다.”라는 말 때문입니다. 제 계정의 이름이 아틀라스인 이유도 그렇구요. 부르디외의 성찰적 사회학이란 당연시되는 세계를 의문시하는 작업입니다. 사회학이 제기하는 질문체계가 있다면, 그 질문체계 자체를 의문시하고 질문하는 것, 그것이 '사회학의 사회학'이자, 성찰적 사회학이고, 성찰성인 것입니다. 이상길 선생님은 이 성찰성 개념을 포스트식민(현재를 또 다른 정신적 식민형태로 규정하면서, 해방을 추구하고 서구가 부여한 정체성에서 해방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확장하시는 겁니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연구된 한국의 부르디외 연구의 중간결산이자 당분간은 넘기 어려운 업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독자들께선 이 책을 통해 부르디외와 그의 세계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사회과학 연구자를 꿈꾸는 독자들은 이 책을 더욱 진전된 연구를 계획하는 기반으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