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서평]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 피에르 부르디외

피에르 부르디외 2020. 8. 18. 00:31

1. 핵심: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는 부르디외와 샤르티에의 대담집으로, 부르디외의 장황한 수사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르디외의 사회학을 보다 더 평이하면서도 수준높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부르디외 사회학의 전반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2. 저자: 이 책은 부르디외와 아날학파 4세대의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의 대담입니다. (부르디외는 스킵) 샤르티에는 <프랑스 출판의 역사>라는 기획을 통해서 ‘책, 출판의 역사’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은 권위있는 학자죠. 여기서 샤르티에는 부르디외의 인터뷰어에 가깝지만 샤르티에 자체도 대학자일 뿐더러 부르디외를 워낙 잘 이해하고 있기에 대담의 수준 자체가 매우 높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총 5장이에요. 1장 ‘사회학자의 직능’에서 부르디외는 “과학 자체에 과학적 시선”을 돌려주고, 이미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모든 것을 문제시 삼는 사회학과 사회학자의 역할에 관해 설명합니다. 2장 ‘환상과 인식’에서는 은폐된 지배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만들어진 ‘환상’을 폭로하며 ‘인식’으로 나아가야 사회의 예속에서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어지는 ‘구조와 개인’에서 부르디외는 구조주의(객관주의), 실존주의(주관주의)의 이분법은 허상이며 이를 지양하면서, 사회학자는 객관적 위치와 주관적 관점을 모두 포괄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4장 ‘하비투스와 장’에서 부르디외는 인간이 단순히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가 아닌, 내면 깊숙한 속에 체화된 모종의 성향체계(하비투스)를 지닌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존재라고 밝힙니다. 하비투스는 구조와 행위라는 극단 속에서 창조적 길을 낸 개념으로, 구조화된 구조이자 구조화하는 구조입니다. 또 하비투스는 기존 구조주의와는 다른 열린 성향의 체계임을 강조합니다. 이어서 부르디외는 장(field)에 관해 설명하고, 이어지는 5장에서 부르디외는 당시 연구하고 있었던 ‘마네, 플로베르, 미슐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장의 탄생을 다룹니다. 장이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예술, 학문 등의 독자적 가치를 가지고 분화된 근대사회의 사회적 공간인데요, 여기서 부르디외는 마네의 인상적인 예를 통해서 장의 탄생을 설명하고 제가 느끼기에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같습니다.

4. 느낀 것: 부르디외는 대담을 통해 자신의 이론세계를 여러 번 설명했던 학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평이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부르디외가 가지고 있었던 고뇌나 유머같은 것들을 잘 살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글에선 언제나 치열한 부르디외인데, 역사를 이야기하다가 “내가 샤르티에 (권위있는 역사학자) 앞에서 역사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하는 웃긴 내용도 있고, 프랑스에서 주변적 위치에 있었던 사회학을 정상과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했던 그의 고민, 프랑스 지성계에서 겪은 고뇌와 치열함이 그대로 나타나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이상길, 배세진 선생님의 번역과 적재적소에 나오는 부연설명 등이 매우 유익하기도 합니다. 책이 묵직하지는 않은 편이고 가벼우면서도 깊은 부르디외를 만나보시기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