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사회불평등, 사회계층

[서평] <착취도시, 서울> 이혜미 기자 저

피에르 부르디외 2020. 8. 18. 00:35

<착취도시, 서울>

1. 핵심: <착취도시, 서울>은 ‘쪽방’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주거와 빈곤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는 책으로, 단순히 사람들이 처한 참상을 알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빈곤을 야기하는 착취의 연쇄과정’을 드러내는 한 기자의 르포이자 기록물입니다.

2. 저자: 책의 저자 이혜미 기자는 “언론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변해야 한다”는 이용마 기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2015년 부산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서 현재는 한국일보 기획취재부를 거쳐 정치부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기자생활 약 6년차이지만, 이미 훌륭한 취재로 다양한 수상을 하셨고, 그중에서도 제게 인상 깊은 것은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같습니다. 이 책 역시 탐사보도의 결과이죠. 이 책은 사실을 전하는 기자의 글답게 한 편으로 정직하지만 기사는 아니기에 기자가 가진 속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고, 기자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필치 역시 이 책의 장점입니다.

3. 내용: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일명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아래 쪽방이라는 주제로 쪽방 거주실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018년 있었던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으로 드러난 쪽방 문제를 시작으로 쪽방 거주민의 거주 실태와 그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이 쪽방을 유지하고 있는 ‘빈곤 비즈니스’에 관해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빈곤 비즈니스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입니다. 최저의 생활여건도 보장되지 않는 쪽방의 최빈곤층을 통해 돈을 버는 건물주의 악행을 폭로하고, 한 번 쪽방에 들어서면 왜 빠져나올 수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기록합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착취의 연쇄과정’입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대학가 신쪽방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작은 ‘주거 난민’ 시절을 겪었던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2부는 주로 대학가, 구체적으로는 사근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여기에서도 저자는 ‘착취의 연쇄과정’을 드러내는데,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과 임대업자들의 불법과 정치적인 악행들로 인해 환경이 개선될 수 없는 조건들을 여실히 폭로합니다. 저자에게 서울은 청춘에게 더욱 처절한 도시이며, 동시에 대중매체를 수놓은 서바이벌 경연의 현장으로 비춰집니다.

4. 느낀 점: 매우 불편한 책입니다. 쪽방의 현실 자체로도 충격적이고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한 편으로 이런 절대빈곤층을 대상으로 상식적인 수준이라 볼 수 없는 입대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이 이 비참한 체제를 영속화한다는 겁니다. 지자체나 시민사회가 쪽방 문제를 다루려고 하면 되려 빈곤층을 볼모삼아 문제를 은폐하고, 지자체에서 쪽방주민을 위해 지어준 편의시설로 인해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현실이 암담했습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것을 문제제기하고 이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와 대책이 나와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제기와 빈곤의 연쇄를 그려낸 것이 훌륭하게 느껴졌고요.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빈곤층을 평면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빈곤층의 열악함을 물론이고 이들의 무례함과 허세도 정직하게 기술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것 역시 가감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히고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비합리성을 떠받드는 정당성의 문제에 골몰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