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 내는가, 멀리사 에임스·세라 버콘

피에르 부르디외 2021. 1. 1. 11:30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

1. 이 책,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는 여성의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대중문화에서 여성을 어떻게 그려내고, 어떠한 여성성을 압박/강제하는지, 또 이런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여성은 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책으로, 페미니즘·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분은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2. 이 책은 대중문화·미디어 연구·여성학을 연구하는 멀리사 에임스와 커뮤니케이션·여성학을 연구하는 세라 버콘의 공저입니다. 그리고 번역은 <문화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이전에 소개한 <젠더란 무엇인가>를 번역한 대전·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된 영문학자들이 맡았습니다. 아마도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번역·출간된 책일 것 같고, 또 한 분, 한 분 번역 이력이 있으신 분이라 번역이 매끄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이 책은 책, 영화, TV 프로그램, SNS 등 대중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여성의 이미지’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여성은 그 이미지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를 그려냅니다. 대중문화가 강제하는 여성성이란 성적 매력을 가져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결하고 정숙해야 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이어야 하지만, 남성에게는 종속되어야 하는 모순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 책은 결론을 서론, 결론을 포함해 11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론에서는 책의 대강을 살핍니다. 이어지는 1·2장에서는 유년기, 청소년기의 여성을, 3장에서는 연애, 로맨스의 문제를, 4·5장에서는 결혼식과 결혼생활의 문제를, 6·7장에서는 임신, 육아의 문제를, 8·9장에서는 중년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뒤에 결론에서는 이런 대중문화의 강제와 압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5. 이 책의 장점은 쉽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여성주의, 페미니즘 저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렇게 광범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의식을 풀어내는 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관련된 주제를 공부하는 데 유용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여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를 문제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책은 우리가 사소하게 보고 경험하며 받아들여 왔던 대중문화의 속성을 세밀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6. 이 책은 TV 리얼리티쇼부터, 소설,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자기계발서에 이르는 다양한 실례를 통해 주제를 구성하는데 이 부분도 탁월하지만, 한편으로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책에서 사용된 예는 미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지만, 한국은 미국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 함께 읽고 공부하면서 책을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디즈니의 <겨울왕국>, 영화화된 소설 <트와일라잇> 등도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면서 같이 겨울왕국, 트와일라잇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볼 수 있겠고, 책에서 제시된 사례는 아니지만, <여자라면 ××처럼>, <여자, ××에 미쳐라> 류로 대표되는 여성대상의 자기계발서 등을 함께 읽으며 공부하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이 인상 깊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년기·청소년기 여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TV 리얼리티쇼로 소녀 미인대회가 방송되고, 이를 준비하는, ‘섹시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런 영향으로 유년기·청소년기 여성이 겪는 섭식 장애와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의 문제까지. 대중매체가 가진 구속력을 느낄 수 있는 실례였습니다.

8. 이 책은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 선진국에는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졌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며 시작합니다. 하물며 한국은 어떻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문제 되지 않은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고, 이 책이 제시하는 것처럼 새로운 교육, 다양한 사회참여, 그리고 인식개선을 통해 변화를 촉진해야 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 시작점이 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