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2014)를 보고
전태일 평전이 해고가 되는 사회
재작년 이맘 때 뉴스에서 이마트 노사관계를 다루며 일례로 이마트가 전태일 평전을 소지한 노동자를 색출했고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어이가 없는 소식이었다. 내가 아는 전태일은 평균 연령 15세에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일당으로 90원 정도를 받는 미성년자들과 일반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전태일의 평전이 그가 작고한지 45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온서적인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21세기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났다.
영화 카트는 이런 현실이 잘 반영된 내용이었다. 영화의 기본적인 골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당해고와 관련해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런 큰 맥락 속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눈 여겨 본 것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영화 초반부에 인상 깊었던 것은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매출은 우리의 고객', '우리는 항상 을(乙)입니다.' 같은 문구들이었다. 이 문구들은 영화에서 큰 비중은 없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구가 별 것이 아닌 것 같지만 전체주의, 맑스가 지적한 물화(物化), 경제에서 인간관계의 인간관계로의 전이 등을 나타낸다.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들이 있다. 계산직원이 소비자의 가방을 확인해본다고 한 사건을 통해 계산직원은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게 된다. 이 때 서비스 산업에서의 감정노동 개념을 적용시켜볼 수 있다. 계산직원은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역할을 한 것인데, 오히려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게 된다. 감정부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 정규직 직원이 여성 비정규직 직원의 탈의실을 거리낌 없이 들어오는데 이것은 직무상의 관계가 인간적 관계로 일정 부분 전이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직무상의 상하관계가 인간관계의 상하관계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영화에는 2명의 정직원인 김강우(동준)와 이승준(최 과장)이 나온다. 이들은 중간관리자 혹은 보조관리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간관리자는 직분은 노동자이지만 역할이 관리자이기 때문에 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는 위치이고 영화는 이 2명의 다른 행동을 보여주며 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회사는 노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노동 3권이라고 불리며 헌법에서 수호되고 있는 가치이다. 사실 정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회사 측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노동자인 현실이 많이 안타까웠다. 또한 근로계약서에 노동자들이 기한 없이 서명했다는 것이 나는 가장 안타까웠다. 합법적으로 보호받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야근을 하다 유산을 했다는 문정희(혜미)나 며칠의 파업으로 생활이 곤궁해진 염정아의 가정을 보면서 갈등주의적 이론이 생각났다. 화이트칼라의 범죄는 직접 살인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을 경제적 살인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결국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고 노동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하며 막을 내린다. 감독이 열린 결말로 영화를 구성한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현실에서의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모티프가 2000년대 초반 까르푸 파업과 2000년대 후반 홈에버 파업에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마트의 노조설립 무산운동과 직원 사찰은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카트에서 노동자가 파업하자 불만을 말했던 소비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산업사회를 배우는 대학생으로서 사회에 더 깊은 고민과 실천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2015.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