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다룬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책, <미국 문화의 기초>
“아름다운 자연, 넓은 공간과 물질적인 풍요, 개인주의적인 자유와 독립성, 도전과 창의를 높이 사는 태도, 형식과 전통을 배격하고 효율과 실리를 중시하는 태도,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신뢰, 적극적인 추진력과 낙관적인 사고방식 등 우리가 삶에서 기대하는 좋은 것은 모두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 상업주의의 폐해, 물질주의의 저속함,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소외, 환경 파괴 등 우리가 혐오하는 현대인의 삶의 문제 역시 미국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또 남을 가장 많이 돕는 사람일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세속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앙심이 깊을 수 있을까? 근대적 민주정치 체제를 최초로 건설한 나라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인종차별이 만연할 수 있을까? 미국은 그야말로 모순투성이다.”
“미국”이라는 두 글자에는 엄청난 의미의 각축이 시작된다. 앞서 인용한 이 책, <미국 문화의 기초>의 머리말처럼,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강대국, 자유의 나라인 동시에 21세기의 제국주의, 만연한 불평등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미국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관점의 관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문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을 이해하는 좋은 통로가 바로 <미국 문화의 기초>다.
이 책의 저자 이현송 선생님은 사회학자다. 저자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에 재직 중이며, 한국 아메리카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과 연구 이력을 보면 이현송 선생님은 정확히는 ‘미국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미국의 신화와 예외주의, 미국을 구별 짓는 특징,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지역문화, 미국 사회에서의 인종의 의미, 인종 문제의 다양성과 변화, 개인주의와 미국인의 꿈 등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미국의 문화적 기초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언급하듯, 미국의 정치, 미국의 경제 등 ‘미국의 A’가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미국을 다루는 책이다.
미국을 공부할 때 이 책은 여러 미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종합적인 성격의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 문화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이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 있지만, 미국이라는 국가, 혹은 사회의 넓은 조감도를 갖추기는 어렵기도 하다. 미국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정보가 오히려 지엽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국 문화의 전반을 다루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둘째 이 책은 균형적으로 쓰였다. 한국 사회에서 미국은 친미/반미라는 갈등 구조 속에 있다. 당연히 편향된 시각에서 미국을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지만, 이 책은 균형적으로 미국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미국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을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면서 한 편으로는 미국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물들게 하고 혐오하게 하는, 환원하면 미국의 동력이자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한다. 균형적인 시선이 많아서 생각할 여지가 많다.
셋째, 이 책은 교양서로 훌륭하다. 이 책의 성격을 굳이 따지자면, 교양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책은 평이하게 쓰였고 쉽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학술 담론을 잘 소개하고 있다. 책은 심도 있으면서도 읽기에는 어렵지 않다. 미국개론서로 굉장히 훌륭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종 문제를 다루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종 문제에 있어서 나도 나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됐고, 책을 통해서 미국 인종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아쉬움이 있다면 책이 2006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교과서에 가까워서 책에서 다루는 미국의 전통적인 문화의 기초는 여전히 유효하다. 더불어 저자께서 2016년에 미국에 관한 신간 <혁신과 갈등, 미국의 변화>을 출간하셔서 이 책을 이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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