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대해 다루는 사회학 분과인 발전사회학에서는 정치적 근대로서 민주주의를, 경제적 근대로서 자본주의에 대해 다룬다. 정치적 근대로서 민주주의의 세계적인 전환점은 아마도 1789년 프랑스혁명일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bourgoeisie)혁명으로 정치적 자유주의와 근대 계몽주의에 기반을 둔 사건이었다. 이는 서구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서구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남부유럽, 동구권,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등으로 확산되며 민주주의는 점차 세계로 확대되어 나갔다. 하지만 사회과학적인 개념으로서의 민주주의는 자연과학보다 특수성이 큰 특성상, 서구의 민주주의 개념은 다른 지역에 있는 국가에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보통 민주주의의 형태에 포함되는 개념들은 직접민주주의, 대의(간접)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같은 개념들을 포함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로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정치과정에서 정치적 의사를 투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으로는 시위나 집회가 있다. 대의(간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입법부, 행정부의 수장 또는 의원들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현대 국가들은 효율의 문제로 대부분 이런 민주주의를 택한다. 또 자유민주주의는 집회·재산·종교·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인의 권리가 헌법에 의해 되며 따라서 국가 권력의 범위가 제한되는 형태의 민주주의를 가리킨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로 구체적인 형태들은 변화해왔지만 당국가 체제를 고수해왔다. 중국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초로 하여 중국식으로 독특하게 소화해냈다. 특별히 마르크스의 역사발전 5단계에서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단계인 사회주의에서 무산계급의 폭력혁명과 일당전제화를 주장한다. 중국 역시 이런 마르크스주의의 순수 이데올로기를 실천 이데올로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을 실질적 최고 권력 기관으로 하는 당국가 체제의 정치형태를 만들었다. 중국의 이런 통치형태는 민주집중제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민주집중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고, 이것을 레닌이 발전시켰다. 이것은 공산주의 이념을 지향하는 국가의 국가체제와 국가 통치, 운용상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민주집중제는 공산주의식 통치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인민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권력을 중앙에 집중하여 행사하는 민주적 중앙집권통치체제이다. 중국은 중국 헌법 제3조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는 민주집중제, 당국가체제의 국가이다. 이 민주집중제에서는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고, 개인이 집단에 복종하고, 하부가 상부에 복종하고, 전당이 중앙에 복종하는 원칙을 삼고 있다. 또한 중국은 삼권분립이 아닌 삼권이 통합적인 통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서구에서 발생한 민주주의의 이념형(ideal type)을 중국의 민주집중제와 당국가 체제에 적용한다면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볼 수 없다. 단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으며, 피지배자가 지배자를 선출하는 방식의 선거를 볼 수 없다. 이런 중국의 통치체제에 대한 불만은 텐안먼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천안문 사건이란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시의 상징성 있는 텐안먼 광장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민주화를 요구한 시위를 중국 공산당이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한국의 경우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로 이른바 운동권, 진보단체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뜻을 지속적으로 계승하며 시민사회에서 민주적 요구를 끊임없이 이어온 반면, 중국의 경우는 이런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시민사회로 폭넓게 전이되지 못한 것 같다. 지도자와 시민사회의 역량과 목표 차이에서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탐구해보기 위해 중국 북경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친구와 후저우에서 1년 간 교환학생을 한 친구, 하얼빈에서 1년 간 교환학생을 한 친구들에게 중국의 민주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들의 전체적인 응답은 부정적이었다. 북경외대를 나온 친구의 경우 중국은 굉장히 권위적인 통치체제에 있으며, 마오쩌둥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공격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라는 이야기와 민주화에 대한 작은 움직임이 있더라도 그것들이 전해지지 않고, 텐안먼 사태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절대 다수라고 이야기하면서 중국의 민주화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리고 후저우에 있었던 친구는 본인이 경험한 사람에 한해서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후저우의 경우에는 마카오나 홍콩을 갈 때에도 개인여행이 제한되는 닫힌 사회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개혁개방이 되어 자본주의적인데 정치적인 면에서는 거의 닫힌 사회임을 이야기하며 민주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하얼빈에서 있었던 친구는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가능할 것이고, 대학생이나 지식인 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알기가 어려운 구조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이 인터뷰가 전문적인 인터뷰가 아니고, 중국을 경험한 친구들의 경험이 전문적인 것이라거나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기는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중국의 분위기는 체감할 수 있는 자료일 것이다. 중국은 민주화에 대한 시민사회적 열망이 크게 관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가정하에 중요한 것은 국가엘리트들의 결정일 것이다. 과연 중국의 국가엘리트들은 서구식 민주화의 열망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마도 22년에 있을 시진핑의 선택을 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도 민주화의 요구에 부응하며, 일정부분이지만 공산당 안에서 전인대개혁과 개혁의지가 표출되면서 당의 민주적 요소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함께 ‘당 핵심’의 칭호를 받은 시진핑이 22년에 과연 헌법을 무마하고 장기통치, 추가적 연임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헌법을 지키는지가 중요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국의 경우, 혈족에 의한 세습과 같은 형태로 지도자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 엘리트주의적이고 당중심적으로 지도자가 선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종의 중국만의 합리적인 지도자 선출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만의 ‘합리적’ 지도자 선출제도라고 표현한 이유에는 중국의 지도자선출방식이 중국 피지배층이 중국의 지도자 선출에 어느 정도 수준의 타당성·정당성을 인정할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진영의 대표이자,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국가정신으로 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역시 특유의 투표제도를 보완하지 않아서 총투표는 힐러리 클린턴이 앞섰지만 결국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서구의 민주주의 이념형에 걸맞는 국가임에도 제도에 대한 타당성과 정당성의 의문이 제기된 상태이다. 서구식 민주주의 이념형에 적용했을 때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지만 중국은 중국 나름의 정신으로 국가체제를 선택했고 건국 이래 이를 유지되도록 관리해왔다. 따라서 중국이 이런 통치의 정당성·합법성을 지금처럼 중국인민이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 유지하는 한, 또 중국의 시민사회의 큰 변혁이나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있지 않는 한, 중국식 당국가 체제의 국가엘리트들이 서구식 민주주의 이행에 대한 의지와 개혁이 실현되지 않는 한 중국만의 당국가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Rod Hague·Martin Harrop, 비교정부와 정치, 김계동·김욱·민병오·윤진표·지병근 옮김, 명인문화사, 2011, 102.
황태연, 중국정치론 4강, 2017, 6.
2017.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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