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의 필요,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일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벌써 7년째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제정되는 즈음 이른바 단통법도 시행되면서, 도서정가제는 ‘책통법’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곤 했죠. 저는 처음부터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편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군소 출판사가 많기 때문에, 지나친 경쟁이 발생하면 출판생태계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언제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이라 도서정가제 이전이 종종 그리울 때도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요.
이 책,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우리가 일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엮고,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한국출판정책연구회 회장인 백원근 선생님이 집필하셨습니다. 책은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개정(현행) 도서정가제의 긍정적 효과, 도서정가제 폐지론에 대한 반박, 도서정가제의 미래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도서정가제의 취지와 논리를 설명하고, 도서정가제 이후 긍정적 변화를 사실에 기반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독서생태계의 다양성 보호’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책은 문화적 공공재입니다. 책에서 나오듯, 책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부가세가 면제되고, 국비로 도서관을 운영하죠. 그래서 자유시장의 논리보다는 이것을 어느 정도 완화할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도서정가제입니다.
출판사와 서점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이 경쟁에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출판사 같은 경우 출판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어서 가격 경쟁을 시행해도 출판 부수로 이윤을 보전할 수 있을 겁니다. 대형 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인터넷 서점의 경우에는 출혈적인 가격 경쟁, 과도한 마케팅을 해도 유통가를 지역 서점보다 훨씬 낮게, 많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고, 대형 오프라인 서점도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군소 출판사와 지역 독립서점은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겠죠. 이런 상황에서 독서생태계의 다양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전 세계가 시장인 OECD 영어권 국가를 제외한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이후, 출간 도서의 다양성이 크게 증진되었고, 독립서점이 500개 이상 설립되었습니다. 도서정가제가 독서생태계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한때,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이 등장해 이슈가 됐죠. 이 책에서는 해당 국민청원에 대한 팩트체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청원은 1)서점 수 감소 2)독서율 감소 3)책 값 인상 4)출판사업 매출 규모 축소 5)평균 발행부수 감소 6)해외와의 차이를 들어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했죠. 하지만, 책의 자료에 의하면, 1)참고서 위주가 아닌 독립서점의 증가로 전체 서점 수 증가 2)독서율 감소의 주된 원인은 사회 환경 변화(문체부 국민 독서실태 조사) 3)정가제 이후 상승률이 감소,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대비 적게 상승 4)매출 규모 상승(문체부 통계) 5)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화 6)한국 출판문화의 차이 등의 이유로 해당 청원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출판계의 반박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책이 정말 싼 편입니다. 해외 서적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다 느끼실 겁니다. 저는 큰 틀에서 현행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편이고, 완전 도서정가제로 개정되는 것도 동의합니다. 물론, 출판 시장의 위탁 판매제도나 유통구조 개선은 정가제와 관계없이 개선되었으면 좋겠고, 오래된 서적의 오프라인 할인 판매 등의 개정은 좋지 않나 싶습니다. 독서생태계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요.
책에서 사용하는 몇몇 논거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느끼기도 했지만, 이 책은 2,000원짜리 팸플릿이고 간명하게 사실을 전하고 있기에 그런 건 독자의 몫이겠죠. 저는 도서정가제를 지지합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나만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책은 공공재다’, ‘독서생태계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같은 가치함축적인 문장에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고 출판계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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