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황혼,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

1. 이 책,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는 저널리스트 앤 애플바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애플바움은 폴란드의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동료들과의 추억을 회고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과 지금은 친구는커녕 얼굴 보기도 민망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는 겁니다. 애플바움은 ‘왜 민주화 운동의 동지였던 친구들이 이제 권위주의를 추종하게 되었을까’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이 원인을 추적하는 게 이 책의 주제입니다.

2. 이 책은 독특하게 폴란드의 사례로 시작됩니다. 폴란드의 극우·보수정당인 ‘법과 정의당’(Prawo i Sprawiedliwość)이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 정당은 민족주의, 국가주의 정당으로 대표적으로 ‘성소수자 자유 구역’(Streffy wolne odiologyii LGBT) 같은 정책과 연관이 있습니다. 성소수자 자유 구역이란, 노키즈존 같이 성소수자가 없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이 책은 이런 정당이 득세하게 된 원인을 고민해보는 겁니다.

3. 저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등으로 수면에 오른 포퓰리즘의 준동, 영미 정치의 위기를 다루는 일련의 서적이겠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펴보니 폴란드, 헝가리 등의 동유럽 사례나, 유럽의 사례가 나왔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이 책도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의 문제를 영미와 함께 유럽 전체로 확장해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은 서구의 충격으로 프랜시스 후쿠야마, 마크 릴라, 그리고 마이클 샌델 같은 굴지의 정치철학자도 이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4. 앤 애플바움도 동일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애플바움은 이 문제를 공화주의,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논의와 같이 거창하고 거대한 문제로 다루지 않고, 권위주의에 빠지게 되는 심리적 기제를 다루며 보다 실제적이고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노지탤지어의 부활, 능력주의에 대한 실망, 음모론의 부상과 더불어 현대적인 담론 자체의 논쟁적이고 호전적인 성격도 현재 위기의 한 원인이다.”라고 분석합니다.

5. 그렇게 이 책은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와 같은 문제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경한 유럽에서의 포퓰리즘의 준동과 극우에 가까운 보주 정당의 부상을 보다 미시적이고 친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교양으로서 새로운 정보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외에는 ‘서구’에 큰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인데, 유럽 각국 정치 상황에 대한 여러 내용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6. 애플바움은 자유주의자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우파 자유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책을 보실 때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에 내용이 많은 편인데, 감상과 맥락 위주로 책에 관해 적어봤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아무래도 책이 생소한 유럽 정치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각주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줬으면 독서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있긴 했습니다. 물론 번역이 좋았고요, 기본적인 어휘를 설명하는 각주가 도움이 됐습니다.

7. 곁가지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에는 이런 권위주의 정당이 득세하지 않을까요? 저는 한국의 기본적인 상황 자체가 이미 그런 기반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분리주의(인종주의 기반), 국가주의, 성소수자 인권 옹호, 페미니즘 같은 주제는 한국 주류 정당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죠. 적극적이지도 않고요. 한국은 집권당 당 대표가 흑인 보고 얼굴이 연탄 같다고 농담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의 평균을 따지면 책에서 나오는 보수·극우 정당과 비슷할 겁니다. 다만 한국은 이민 국가도 아니고 국경도 폐쇄되어 그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을 뿐입니다. 자유주의를 제대로만 지지해도 한국에서는 진보주의자가 될 겁니다.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하는 한국 정치인 중에 탈권위주의 입장에서 모병제를 국가에 의한 강제라고 선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

한국 정치에 돌풍이 불었다. 한국 최고의 보수 정당에서 최연소 당 대표가 선출되었다. 대선 정국으로 열기는 감소했지만 이준석 씨의 당 대표 선출은 분명한 ‘사건’이다. 최근 관심 있는 주제와 연결되기도 하고, 주변의 권유도 있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대담집이라 내용이 많지는 않고 앉은 자리에서 2~3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강희진 작가와 이준석의 대담집으로 강희진 작가는 질문하면서 논의를 이끌고, 이준석은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젠더’, ‘청년정치’, ‘북한’, ‘경제’, ‘교육’, ‘보수의 미래’ 총 5개의 주제로 주제에 관한 이준석의 현실 분석과 비전으로 구성된다. 2년 전 책이라 지금 이준석과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입장은 공유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준석은 스스로 ‘합리적인 보수’, ‘자유주의적 보수’라고 말하는 바에 적합한 정도로 일관적인 편이라고 느낀다. 이준석은 책에서 박정희의 경제 정책을 “사회주의적 전체주의”라고 규정한다(박정희식 개발독재 모델은 정확히는 발전국가 모델에 가깝다. 이준석이 알고하는 소린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이전 한국의 보수 정당은 자유주의라기보다는 보수주의라고 보는 것이 맞고, 한국의 경우에는 독재와 국가주의 정책에 있어 친화성을 보이면서 자유주의와는 일면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준석은 이에 일관성 있다. 하지만 이준석 스스로 자유주의자임을 밝히지만 한국 실정에 제대로 된 자유주의자가 있나 싶다. 자유주의에 결이야 다양하지만 이준석은 징병제를 국가에 대한 강제의 입장에서 분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준석의 사회 인식에 개인적으로는 비판적이다. 우선 이준석은 사회의 진보보다 과학의 진보가 여성의 권익을 상승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왜 문제냐면, 이런 논리는 기술 발전 이전의 불평등은 물론이고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불평등을 정당화할 위험을 내포한다. 과학의 발전이 여성의 권익을 상승시킨 것은 맞지만, 그렇게만 해석한다면 세탁기 발명 이전의 가사노동과 피임 기구 발명 이전의 양육 및 출산의 불평등한 관계, 그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못한다(여담으로 세탁기를 포함한 가전제품이 여성 해방에 도움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세탁기의 배신>이라는 책이 있다). 이런 논리가 묵인하는 것은 과학의 진보 이전의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라는 전제다. 사회과학은 이런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고, 당연히사회사상은 물론이고 사회통계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과학적인 것, 혹은 공학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은 뚜렷하게 구별되는 무엇이 아니다. 이런 관점을 갖는 건 교양의 차이다.

더불어 이준석은 서울 목동에서의 중학생 시절을 회고하며 여기에서의 성적 경쟁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말한다. 이준석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내가 판단하기에는 존 롤스 이후 현대 자유주의라기보다는 고전적 자유주의에 가깝다고 본다. 내 개인적으로 이준석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을 예로 들면, 그는 자신이 노원구 상계동 출신의 서민 주거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음을 강조한다. 그 뒤 그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1년씩 외국 생활을 했고, 이후 목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뒤, 하버드를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벤처기업, 봉사단체 활동을 하다 박근혜에게 발탁되어 정계에 진출해 여기까지 이르게 됐다.

이준석은 상계동 서민 출신임을 강조했지만, 그의 아버지 이수월 씨는 유승민 의원의 경북고 – 서울대학교 동문이며, 친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버지의 해외 파견 시절 미국인 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더불어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고, 박근혜와 연결되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인맥과 연관된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이준석이 간과하는 것은 (혹은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은) 서울대 출신 아버지, 해외 경험으로 쌓을 수 있는 문화자본, 목동의 교육열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아버지의 인맥으로 연결된 정치권과의 사회(관계)자본 같은 유무형의 자본이다. 사회에는 이런 다양한 자본이 얽혀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준석은 이런 사회적 자원을 활용했음에도 이를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만 파악하며, 이를 사회에 확장한다면 문제가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 정도에서 줄일 생각이다. 이준석을 비판했지만, 가치관 차이의 수준이다. 그래도 이준석은 사회적 지원과 함께 정치에 입문하고 10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게 됐다. 종편의 탄생도 이준석이 받은 사회적 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찌 되었든 이준석은 분명 저력을 보였다. 이준석에 의해 보수당이 재편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준석은 자유주의에 일관성을 보이고 있고, 보수당에서 낼 수 있는 카드 중에 강력한 카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준석의 비전이 사회적 배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본다. 이준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준석 자체가 부디 한국 정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격동의 한국 정치를 이해하기,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토크빌이 평등과 민주주의를 미국사회를 확인하는 열쇠로 삼았던 것처럼, 헨더슨은 동질성과 중앙집중화를 한국사회를 해석하는 열쇠로 삼았다. 그 결과 한국은 일종의 원자화한 사회가 되어 그 안에서 개인도 가족도 당파도 관료주의적 ‘기류의 상승작용’에 열광적으로 휩쓸려 빙빙 돌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추천사 중, 사무엘 헌팅턴

1. 나는 학부에서 사회학과 함께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에는 한국 정치가 전공이신 교수님이 없어서 한국 정치를 깊게 배우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국 정치를 배울 때 중요하게 언급되던 텍스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다.

2. 그레고리 헨더슨: 책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1948년 7월 주한 미국대사관에 부임한 이후, 1963년까지 한국에 외교관으로 근무한다. 헨더슨이 한국에 있었던 기간은 말 그대로 한국 정치의 격변기였다. 그는 한국에서 대한민국 건국, 한국 전쟁, 1공화국의 4·19혁명으로 인한 몰락, 2공화국의 수립과 5·16군사 쿠데타로 인한 전복, 군부독재 정권의 수립까지의 현대사를 목도한 사람이다. 동시에 헨더슨은 ‘한대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질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한국 정치를 관찰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국회 프락치 사건, 유신 정권의 수립 등 여러 국면에서 독재에 반대하고 한국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던 활동가이기도 했다.

3.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헨더슨이 정의한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로 특징지어진다. 그가 관찰했던 한국의 정치는 소용돌이, 즉 “중앙권력을 향해 모든 활동적 요소를 휘몰아가는 소용돌이”와 같다. 그가 본 한국은 지극히 동질적인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도의 중앙집권제를 강조했기에 결국 이로 인해 문화 전체를 통해 활발히 움직이는 강력한 상승기류(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런 소용돌이 현상이 정치에서 발생하면, 이 강력한 상승기류는 원자화된 정치 주체를 흡입해, 이성적인 성찰도, 의회주의도, 민주적 절차도, 정책을 위한 합리적 토론도 모두 마비시켜 버린다. 이것이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해석하는 핵심으로 제시한 소용돌이다.

4. 내용들: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해석하는 핵심은 소용돌이 현상에 있다. 더불어 헨더슨은 한국정치에 관한 다양한 개념과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헨더슨은 말 그대로 식민지 상태의 조선에서 근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의 한국정치를 말 그대로 목격한 사람이다. 이제 막 공화국으로 탄생한 한국은 촌락과 왕권 사이에 중간 기구가 없는 사회였고, 이는 당연히 정치적 결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헨더슨은 한국의 중앙집권적 정치 습속이 조선왕조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교를 국시로 삼아 중앙집권 관료국가였던 조선의 정치문화가 한국 정치의 근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5. 느낀 것: 헨더슨이 한국정치를 분석한 대표적 키워드로는 ‘높은 동질성’, ‘중앙집권의 전통’, ‘중간집단의 부족’, ‘소용돌이 현상’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헨더슨이 개념화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아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이미 단어를 읽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머릿속에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단어들이다. 그만큼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적실하다. 물론 헨더슨의 분석은 현대에 와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이 책은 한국 정치를 비교정치의 관점에서 분석한 최초의 책이며, 고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끄럽게도 헨더슨의 책을 이제야 읽었지만, 이 책의 구판이 67년에, 신판이 88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읽었을 때도 여전히 이 책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관한 정치적 비평

1. 들어가며: 시작하기에 앞서 확실히 할 것은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일종의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마도 자기계발서로서의 가치를 보는 게 중요할 것이고, 조던 피터슨은 자신의 세계관에 기반해 나름 진지하게 조언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그의 조언을 통해 전해지는 정치적 의견을 비평해보려 한다.

2. 셀럽 지식인: 먼저 확실히 해야 할 건, 조던 피터슨이 셀럽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그에게는 학자, 교수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그는 명문 맥길 출신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하버드의 강단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는 심리학자로서 학술 활동을 통해 명성을 얻은 게 아니라, 정치적 문제에 참여하면서 유명해졌다. 피케티의 경우 자신의 전공인 경제학을 통해 명성을 얻은 반면 피터슨은 심리학에서의 새로운 학술 작업을 통해 유명해진 게 아니다. 자신의 전공 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정치 참여로 명성을 얻었기에 그는 논객 혹은 대중 지식인이 맞다. 한국으로 치면 서민이나 진중권 같은 위치로 볼 수 있다.

3. 피터슨과 실증?: 피터슨은 책을 통해 이른바 진보, 좌파의 사상을 겨냥하면서 그것이 실증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는 실증적인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학 저작 <의미의 지도(Maps of Meaning)>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그는 경험적 데이터, 통계를 가지고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그는 칼 융, 엘리아데, 니체 등을 통해 신화해석을 하는 심리학자다. 그가 말하는 ‘임상’은 데이터 과학이 아니라 ‘상담’인데, 이는 그가 자신감을 느끼는 것처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피터슨은 전혀 실증주의 전통에 있는 학자가 아니다.

4. 피터슨의 ‘사회’: 피터슨은 ‘고전적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한다. 나는 그의 사상이 많은 부분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고, 스펜서 역시 고전적 자유주의자의 한 사람이다. 문제는 피터슨은 사회계약론의 가설을 인용하고, 사회진화론적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실증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원초적 상태를 상정한다고 해보자, 이로 인한 최초의 계약을 실증할 수 있는가? 또 사회진화론은 유사 사회과학이다. 아직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화론에 대한 오해를 통해 만들어진 게 사회진화론이라는 사상이다. 조던 피터슨은 실증적이지 못하다.

5. 지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나는 그가 다분히 정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게 그게 셀럽 지식인의 운명이다. 이미 학자보다 논객의 길을 택했기 때문에 그에게 필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서 지적으로 정직한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는 불평등을 설명하면서 바닷가재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이건 자연주의적 오류다. 가재와 인간은 다르다. 그리고 수평적 생활을 하는 다른 생물 집단이 있다. 보노보 같은. 그렇다면 왜 인간을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보노보가 아닌 바닷가재로 설명하는가? 그냥 자신의 의견을 정직하지 못하게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속해서 비판하는 마르크시즘이나 페미니즘 조류는 적어도 실증과 맞물려 있다. 마르크시즘 전통에서 실증적 연구를 수행하는 에릭 올린 라이트는 물론이고, 인류학적 전통의 페미니즘은 굉장히 실증적이다. 하지만 피터슨은 성별 차이를 도교의 음양으로 설명한다.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마르크시즘을 비판하지만 정작 마르크스를 모르는 게 들통난 것도 재밌는 사실이다.

6. 한국과 피터슨: 피터슨은 사실 요청된 저자다. 그러니까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에 반발하는 사람이 어디 기댈 곳을 찾다가 나온 사람, 그 정도.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할 만한 백인, 남성, 명문대 지식인이다. 피터슨은 한국으로 치면 100분 토론에 나오는 논객이다. 나는 정치적 의견을 갖기 위해 피터슨을 보려면 차라리 제대로 된 정치철학서를 보는 게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주의·자유주의 담론이 이렇게 유치한 형식이 아니라 정교화 되고, 전문화되는 게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주의는 많이 발전했다.

다시,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그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부족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통해 정치 / 정치학 입문에 관한 책을 몇 권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2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 부족한 경험과 공부의 한계 안에서 작성된 목록이니 너무 크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말씀은 못 드렸지만, <오름> 출판사도 정치 / 정치학에서 좋은 책을 많이 출간합니다. 다만 입문보다는 정치한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판되니, 그점은 참고하시기 바랄게요.

 

5. 현대 정치사상 / 현대 정치철학 / 정치 이데올로기

 

현대 정치사상 / 현대 정치철학 / 정치 이데올로기는 제가 이전에 정치철학 / 정치사상으로 다룬 영역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정치철학 / 정치사상에서는 철학사처럼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현대 정치사상은 인물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보수주의, 무정부주의, 페미니즘 등의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한국의 경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 책이 정치를 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분야에 있어서 제가 가장 전반적으로 추천할만한 책은

 

1) 사회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 앤드류 헤이우드, 오름

2)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폴 슈메이커, 후마니타스

 

이렇게 두 권입니다.

 

먼저 <사회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는 원제가 ‘Political Ideologies An Introduction’입니다. 정치 이데올로기 개론서, 입문서로 보시면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책 중에 가장 쉬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무정부주의, 파시즘, 페미니즘, 생태주의, 종교적 근본주의, 다문화주의 등 10개의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서술 자체가 정치학 교과서를 저술하는 앤드류 헤이우드답게 명료하면서도 평이한 게 특징입니다.

다음으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은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전통적 보수주의, 고전적 자유주의,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파시즘과 나치즘, 현대 자유주의, 현대 보수주의, 급진적 우파, 극단적 우파, 급진적 좌파, 극단적 좌파까지 12가지의 이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정치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가장 자세하게 서술한 책일 것입니다. 이 책은 12가지의 이념의 철학적 기반부터 정치적 원리까지 약 11가지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때문에, 각 이념이 가진 심층과 본질까지 익힐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고, 한 편으로 이 책은 다원적 공공철학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시도도 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읽고 생각할 여지가 많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한 편으로 앞선 책보다는 좁은 측면에서 현대 정치사상을 다루는 책도 있습니다. 앞선 책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같은 군소 사상까지 다루었지만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같은 사상은 실효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한국은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미국의 경우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대결보다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결이 중심이 됩니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결을 다루는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4) 정치의 생각, 애덤 스위프트, 개마고원

5)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스테판 뮬홀·애덤 스위프트, 한울아카데미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정의가 무엇인지 단순하게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책이 아니라, 공리주의 -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로 이어지는 논쟁의 맥락 속에서 진행되는 책입니다. 존 롤즈의 <정의론>의 토대가 되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일종의 사회계약적 상황에 무연고적 자아의 불가능성을 이유로 비판하며 나온 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미국 정치사상 논쟁의 주류가 되는 공리주의 -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비교적 쉽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애덤 스위프트의 <정치의 생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로버트 노직, 존 롤즈, 하이에크, 이사야 벌린, 드워킨, 마이클 왈저, 메킨타이어 등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이론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회정의,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의 5가지 주제를 다각도로 살피는 책으로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이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독서입니다. 그런데 내용 자체가 평이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맥락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6. 민주주의

 

1) 민주주의, 로버트 달·이안 사피로, 동명사

2) 민주주의 강의 1~4(역사, 사상, 제도, 현대적 흐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오름

3) 민주주의의 모델들, 데이비드 헬드, 후마니타스

 

우리는 일상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죠. 민주적이라는 말도 자주 하고.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민주적이다 / 민주적이지 않다라고 판단할 때, 그 근거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과 판단 기준을 제시한 학자입니다. 그의 책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기원, 현실, 이상, 미래 등의 주제를 명료하게 다루는 책으로 전공서에 가깝지만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꼭 거쳐야 하는 학자이지요. 이 책은 민주주의에 관한 기본서입니다. 이외에도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같은 그의 저작이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 바랍니다.

<민주주의 강의 1 : 역사>부터 <민주주의 강의 4 : 현대적 흐름>까지 이르는 민주주의 강의는 한국 저자에 의해 쓰인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부터 다양한 측면에서 편하게 접근하기 좋은 책이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복수의 저자가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의 전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의 모델들>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모델을 비교·분석하는 책으로, 보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되는 책입니다.

 

7. 한국 정치

 

1)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강원택, 21세기북스

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후마니타스

3) 좌우파 사전, 공저, 위즈덤 하우스

4) 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 공저, 아카넷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4개의 주제로 한국 정치사 일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데 좋은 책입니다. 제가 알기로 강원택 선생님은 유럽정치와 정당론/선거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셨던 분이신데, 최근 한국 정치쪽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현대 한국의 정치>, 지병문 외 4명 공저, 피앤씨미디어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가 한국정치사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어보지는 못해서 이 책이 제일 적합하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입문에 있어서는 저 책이 좋아보입니다.

최장집 선생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의 보수적 기원을 다루는 한국 정치의 고전이 된 책이죠. 이 책을 비판하든, 수용하든 꽤 중요한 기준이 되는 책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께서는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좌우파 사전>은 한국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 명제 22개를 다루는데, 이것을 논쟁적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아무래도 약간은 진보적 성향의 필자가 참여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저는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유효한 주제가 많지만 책이 나오고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최근 주제를 다룬 비슷한 책을 원하는 분은 <한국사회논쟁>, 공저, 명인문화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좌우파 사전>과는 달리 한 쟁점에 관해 양측의 필자가 다 의견을 내는 책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은 인물과 시기별로 한국 정치사상의 변화를 분석하는 책으로 한국 정치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상을 중심으로 보고 싶은 분은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공저, 후마니타스를 참고하셔고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pixy.org/4762990/

 

 

부족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통해 정치 / 정치학 입문에 관한 책을 몇 권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 부족한 경험과 공부의 한계 안에서 작성된 목록이니 너무 크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정치 / 정치학에 있어 좋은 책을 많이 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관심 가시는 책을 보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은 입문부터 약간은 난도가 있는 책까지 다양하게 출간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명인문화사>의 경우에는 정치학 전공 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곳인데, 이쪽은 묵직하면서도 교과서적인 책이 많이 나오는 곳이니 이 역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정치 / 정치학 일반 및 개론

 

정치 / 정치학 일반 및 개론에서는 정치 현상의 일반 또는 정치학의 개론을 다루는 책을 말씀드립니다. 여기서 다룰 책은 대개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 현상을 무엇인지, 정치학에서는 무엇을 다루는지, 정치에서 중요한 개념(국가, 이데올로기, 정당 등)은 무엇인지를 다룹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분야에서는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관련된 책이 다 두꺼운 책뿐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국가면 국가, 정당이면 정당 같이 해당 주제, 각론에 해당하는 책을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1) 정치학 개론, 필립 쉬블리, 명인문화사: 이 정치학 개론은 제가 대학에서 <정치학 원론>을 수강할 때 썼던 교재인데, 가장 교과서적인 특징을 가진 책 같습니다. 서술 자체는 약간 지루한 편이긴 하지만, 교과서로서 훌륭한 정석적인 책입니다.

 

2) 정치학의 이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정치학 전공 교수진, 박영사: 이 책의 경우에는 한국 저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번역서들보다 문장이나 여러 측면에서 책을 이해하는 게 편한 편입니다. 그리고 각 주제를 주제의 전문가가 작성했고 한국적 맥락에 쓰여있으니 그 역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정치학, 앤드류 헤이우드,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이 책 역시 매우 교과서적인 책이고, 여러 학교에서 교과서로 쓰일 겁니다. 쉬블리의 정치학 개론 같이 여러 주제를 망라하면서도 서술 자체는 더 쉽고 간결한 편이라 이 책 역시 좋은 책입니다.

 

2. 비교정치, 비교정치학

 

저는 비교정치학이 사실 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비교정치는 ‘정치형태’를 다루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형태(권력구조)로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이 있는데 이것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제는 무엇이고 각 나라들은 대통령제를 어떻게 시행하는가? 민주주의는 무엇이고 각 나라들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는가? 이런 주제를 다루는 정치학의 한 분과이지요. 그러니까 비교정치를 통해서 정치체제에 대해 이해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교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모르면 사실 정치를 모르는 거나 다름없어서 그렇습니다. 비교정치는 정부체제와 정치체계랑 관련 있어서 헌법이랑도 관련이 있고요. 아마 정치를 보시는데 도움을 많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정치 영역에서는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1) 비교정치와 정치, 로드 헤이그 외 2명 공저, 명인문화사

2) 비교정치, 신명순·진영재, 박영사

 

이렇게 두 권의 책이 가장 교과서적입니다. 두 책이 다루는 주제가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권도 역시 꽤 묵직한 책들입니다.

 

3. 국제정치

 

보통 대학에는 정치외교학과가 개설되는데, 정치학과 외교학(국제관계, 국제정치)은 약간 다른 개념입니다. 정치학에서는 정치현상 일반을 다루고, 외교학은 보통 베스트팔렌 체제 이후에 성립한 근대적 민족국가가 주권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해 다룹니다.

 

1) 세계정치론, 존 베일리스 외 2명 공저, 을유문화사: 이 세계정치론의 경우 아마 외교/국제정치/국제관계 쪽에서 가장 많이 교과서로 쓰일 책입니다. 그만큼 국제정치 영역에서 단단한 교과서이며, 다양한 국제정치 주제를 포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2) 현대외교정책론, 김명섭 외 16명 공저, 명인문화사: 이 책은 외교정책 교과서로, 한국의 외교전문가가 공저한 책입니다. 외교의 기본부터 각 나라 외교 현황까지 다루고 있는 책으로 저도 굉장히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3) 세계외교사, 김용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이 책은 세계 외교사를 전체적으로 다루는데, 가능하시면 이 책보다는 관심있으신 각 나라의 외교사, 예를 들면 미국외교사, 한국외교사 같은 책을 찾아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이 책들 역시 다 묵직한 책들이네요.

 

4. 정치철학 / 정치사상

 

정치철학 / 정치사상은 정치에 관한 사유와 철학의 고전을 다루는 분야죠. 제가 정치철학 / 정치사상이라고 분류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쪽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정치철학자 / 사상가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예를 들면, 철학사처럼 플라톤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에 이르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여기서 동양 정치철학 / 정치사상은 따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1) 정치철학 1·2 곽준혁, 민음사

2) 서양 고대 중세 정치사상사,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 공저, 책세상

 

정치철학 / 정치사상에는 정말 많은 책이 나와있습니다. 앨런 라이언의 <정치사상사>, 조지 세이빈의 <정치사사상 1·2>, 셸던 월린의 <정치와 비전 1·2·3>, 한스 마이어의 <정치사상의 거장들 1·2>, 레오 스트라우스·조셉 크랍시의 <서양 정치철학사 1·2·3등. 다양한 책이 있고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데, 저 두 권을 추천해드린 까닭은 입문에 있어서는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이 읽으시기에 좋을 것 같아서 입니다. 곽준혁 선생님의 책이 보다 친절하고 평이한 편이고, <서양 고대 중세 정치사상사>, <서양 근대 정치사상사> 같은 경우는 곽준혁 선생님 책보다는 자세하고 묵직한 편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책들도 책마다 다루는 사상가가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목차를 확인하시고, 관심에 따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각각에 대한 비교는 나중에 글로 써보겠습니다.

 

오늘 글을 한 편에 다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서, 2편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5. 현대 정치사상 / 현대 정치철학 / 정치 이데올로기 6. 민주주의 7. 한국 정치 세 개의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한 분께서 정치에 관한 지식이나 역사를 알고 뉴스나 사회현상을 판단하고 싶어 책으로 공부하고 싶다시면서 입문서를 추천해달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한참은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정치교양에 관한 입문서 문제요. 시중에 있는 몇몇 입문서들은 너무 엉터리라서, 정치에 관한 오해만 쌓일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고심 끝에 입문서라고 하긴 어려운 책을 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핵심: <좌우파 사전>은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사회의 문제를 두고 좌파와 우파의 시각과 논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이 책을 통해서 한국의 전체적인 정치지형과 갈등, 그리고 사회 문제의 역사에 관해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2. 저자: 이 책은 약 14명의 학자가 공동집필한 책으로 14명의 학자 분들은 각 주제의 전문가들이십니다. 이렇게 광범한 주제를 가지고,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책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아쉬움이 있다면 한 주제를 두고 복수의 전문가가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기 때문에 극명한 갈등구조를 보기는 어려운 점 정도인 것 같습니다.

3. 구성: 이 책 자체는 600쪽이 넘고, 약 23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방대함이라는 장점이자,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좌파와 우파”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세계적인 기준과 한국 현실에서의 기준에 대해 다룹니다. 사실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설명하기 매우 머리 아픈 문제인데요, 이 책은 좌우파의 개념과 현실에 대해 준수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크게 정치, 국가, 국제관계, 경제, 노동, 불평등, 사회, 빈곤, 민주주의, 생태, 범죄, 인권, 역사, 교육 등의 문제들을 약 22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서 설명합니다(구체적 목록은 검색하신 뒤 목차를 참고하세요). 각 주제들은 <1. 문제제기 - 2. 한국 현실에서의 좌우파의 견해 차이 - 3. 저자의 소결론>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고, 22개의 주제마다 주제에 관해 우파적 시각과 좌파적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심화자료(책) 목록과 개념 및 문제의 사전적 정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소득분배와 경제성장를 다루는 장에서는 1. 이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제시하고, 2. 한국의 상황(양극화 심화), 우파의 시각(분배보다 성장, 재분배는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 좌파의 시각(소득분배의 불평등은 경제성장의 저해요소이다)을 다루며 각 입장의 논리와 한국의 현실적 맥락을 소개하고, 3. 평등한 소득분배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저자 나름의 결론을 내립니다. 그 뒤에는 한국경제의 성장·분배·양극화 문제를 다루는 책이나 가끔 논문들을 추가로 알려주고, ‘사전적 정의’로 이 문제에 관한 중요한 개념들을 설명해줍니다. 각 장이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4. 시사점: 이 책은 쉬운 입문서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책인 동시에 고난도는 아닙니다. 이 책도 함께 토론하며 읽으면 좋을 책이고요, 가격과 분량에 약간 부담이 있지만 이 책은 구체적인 한국 현실에서의 정치 문제를 신뢰할만한 필진들이 작성했다는 데에 장점이 있습니다. 한계가 있다면, 2010년에 출간된 책이라 현실정치에 변화들이 있었죠. 저는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박정희 체제의 몰락과 페미니즘의 부상 같은데, 그 부분을 본격적으로 다루진 못했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의 책들이 몇 권정도 더 있는데, 제가 시간·공간·재정의 한계 때문에 바로 소개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요, 천천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포퓰리즘, 극단적 정치 집단의 세력화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치적 위기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으로, 책 표지에 쓰인 원제 “정체성: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에 대하여”에 걸맞게 21세기 대두된 ‘정체성 정치’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1. 맥락: 이 책은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안에 위치시킬 때 더 선명한 책이다. 후쿠야마는 89년 <역사의 종말? (The End of History?)>이라는 논문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데, 여기에서 후쿠야마는 인류 역사가 종국에 자유주의 국가에 도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후쿠야마는 ?를 중요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주장에서 후쿠야마는 존엄을 인정받으려는 열망이 자유민주주의의 해결과제이자 걸림돌임을 지적했고, 현재 그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이 책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위기의 근원인 투모스(이후 설명), 인정, 존엄, 정체성, 이민, 민족주의, 종교, 문화, 난민 등의 문제를 다룬다.

2. 문제의식: 이 책은 트럼프의 당선, 브렉시트라는 정치적 사건 (민족주의의 표면화) 속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우리 시대 정치의 위기상황을 진단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 ‘극단적 정치 집단의 세력화’, ‘포퓰리즘의 대두’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후쿠야마는 이런 위기의 근원에 존엄에 대한 요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중심으로 ‘정체성 정치’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3. 내용: 이 책은 크게 1) 정체성에 대한 정치철학적 접근, 2) 근대화 이후의 정체성 문제, 그리고 3)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선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존엄에 대한 정치철학을 개관한다. 먼저 투모스란, 플라톤의 『국가』에서 인간 혼의 한 부분으로 규정된 것으로 격정, 기개 등의 의미를 지니고, 존엄에 대한 열망의 근원이며 인간은 투모스적 주체이다. 인정, 존엄에 대한 요구는 루터, 칸트, 루소, 헤겔 등의 저작에서 이미 언급되어있으며 이것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행위 심층에 있는 인정에 대한 열망을 끌어낸다. 이후에 책은 이러한 근원적인 욕망이 근대화(사회의 급변)를 거치며 어떻게 문제로 발현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전통에서 근대로의 사회적 변화와 근대의 정치 이데올로기는 개인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했고, 개인의 정체성은 민족이나 종교에 기탁되는 식으로 발현되었다.

4. 핵심: 20세기 후반, 21세기 들어 우파에서는 민족주의, 종교가 중심이 되고,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혁을 바랄 수 없게 된 좌파에서는 계급정치가 쇠락하고 소수집단의 정치화가 중심 과제/전략이 되었다. 이른바 정체성 정치, 즉 젠더·종교·인종 등의 집단 정체성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정치 운동이 정치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이자, 정치/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후쿠야마는 이질적인 집단과 정체성을 동화시킬 수 있는 ‘국민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정체성을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정체성’은 분열의 도구인 동시에 통합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5. 나가며: 일단 이 책은 ‘인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층위는 다르겠지만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과 비교하거나,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닌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필로소픽에서 꾸준히 출간 중인)의 책과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정체성 정치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언젠가 쟁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출생률 저하로 노동력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인데, 현재의 조선족·중국인·동남아인 등에 대한 인식을 보면 이것이 쟁점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후쿠야마를 잘 모르기에 조심스럽지만, 이 책은 아마도 미국의 정치 위기 속 보수와 진보 사이에 있는 리버럴(자유주의자)의 한 응답일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이 진보에서 보면 보수적일 것이고, 보수에서 보면 그 반대일 것인데, 해결책을 제외하더라도 21세기의 정치적 변동을 다룬 분석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다. 나는 아직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의 공부는 안 된 상태이다.

1. 연구 요약


김영순이 쓴 “청년 노동조합운동의 복지의제와 복지국가 전망”은 기존의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복지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모습과 달리, 현재 청년노동조합운동은 복지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가지고 ‘청년노동조합운동의 구체적인 복지에 관한 요구들을 하고 있는가?’, 또 ‘이러한 요구들이 한국 복지정책에 있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특별히 연구자는 호이저만과 슈반더의 복지모델 선호의 가설을 통해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의 사례연구를 통해 앞선 문제제기에 해답을 찾는다. 이 연구의 두 사례인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는 ‘청년 노동시장 외부자’라는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복지의제를 추구함을 발견한다. 구체적으로 ‘청년유니온’은 전통적 의미의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과 함께 노동시장 통합적인 의제를 추구하고 ‘알바노조’는 이와 달리 전통적 의미의 복지국가와는 다른 급진적 소등보장정책인 기본소득 복지국가의 의제를 추구함을 밝힌다. 이런 조사를 통해서 본 연구는 “고숙련노동자는 사회투자 정책을 추구하고, 저숙련노동자는 재분배 정책을 추구한다.”는 호이저만과 슈반더의 가설이 적용됨을 확인한다. 이 연구는 두 개의 청년노동조합운동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타나는 복지의제 추구에 대한 차이점을 노동시장 이중화의 증가와 청년 불안정 노동계층이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두 청년노동조합운동이 지닌 의미를 해석해내고 또 이 운동과 의제들이 한국 복지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해 탐구한다.


2. 연구에 대한 방법론적 비평


본 연구서는 “문제제기 - 이론적 논의 - 연구에 관한 현황조사 - 연구가설의 적용 및 가설검정 - 검정에 따른 해석 및 결론”으로 이루어져있다. 먼저 ‘문제제기’에서는 서구의 다른 나라는 노조운동이 복지국가 이행의 견인차였지만 한국은 노조운동이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견인하지 못하였다는 차이점을 지적한다. 이에 반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최근 청년노조운동이 기존 한국의 노조운동과는 달리 복지 영역에 있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는 현상에 대한 해석과 정책적 함의를 초점에 두어 연구할 것을 시사한다. ‘이론적 논의’에서는 첫 번째, 기존연구와 문제제기를 통해 연구에 중점적으로 사용되는 호이저만과 슈반더의 가설에 대해 설명한다. 호이저만과 슈반더 가설은 기존의 이분법적 복지선호에 대한 이론대신 복지 선호에 대한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정규직, 비정규직)와 숙련수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통해 복지선호에 대해 설명한다. 호이저만과 슈만더는 <그림 1>과 같이 네 개의 그룹들은 서로 다른 복지욕구를 가진다는 가설을 제공한다. 두 번째로 사례선정과 자료에 대해 언급한다. 이 부분에서는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를 사례로 선정한 이유와 연구를 위해 어떤 자료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연구자는 구체적으로 두 노조가 임시직, 단시간 노동자로 조직된 외부자성을 공유하는 노조이며 청년유니온은 대졸자와 대학원 재학 이상인 조합원이 66%를 구성하고 알바노조는 그에 반해 73% 가까이 대학 재학이나 중퇴임을 밝히며 교육수준이 다른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어 고숙련/저숙련의 기준을 가진 호이저만, 슈반더 가설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사례임을 밝힌다. 연구자는 연구를 위한 문헌자료로는 기존 연구문헌 및 두 노조가 생산한 내부문건, 선언문, 발표문 등의 질적자료를 분석하고 다음으로 문헌자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두 노조의 주요관계자 및 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를 인터뷰했음을 밝힌다.


<그림 1>

내부자(정규직)

외부자(비정규직)

고숙련자

자유시장모델

사회투자모델

저숙련자

사회적 보호 모델

재분배 모델


 다음으로 ‘연구에 관한 현황조사’에서는 ‘청년 노동시장 이행과 사회안전망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거시적인 차원에서 양적자료들을 동원해 현재 청년고용과 청년 복지현황에 대해 다룬다. ‘연구가설의 적용 및 가설검정’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문헌연구와 질적연구(인터뷰)를 통해 학력수준이 높은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가 호이저만과 슈만더의 가설에 의해 각각 ‘고숙련자 - 외부자’ 모델과 ‘저숙련자 - 외부자’ 모델에 대응하며, 가설과 같이 청년유니온은 사회투자모델의 복지정책을, 알바노조는 재분배모델의 복지정책을 추구하는 경향을 밝혀낸다. 고숙련자인 청년유니온도 일정부분 재분배모델을 지지하지만 연구자는 이것이 기존 호이저만과 슈반더의 가설을 기각할만한 사실을 될 수 없음을 밝히며 주장을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검정에 따른 해석 및 결론’에서는 두 청년노조운동이 노동시장 이중화와 이로 인한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다루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갖는 중요한 의미를 평가한다. 이 두 집단은 서로 다른 복지의제를 제시하지만 이것들은 사회적·정치적 공학의 누적적 결과와 대체나 적층(layering)을 통해 복지국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를 추출해낸다. 그리고 두 청년노조를 통해 제시되고 있는 복지의제들은 실제로 서울시의 청년수당, 최저임금 위원회의 초대 등의 반응을 일으켰으며, 국가나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3. 연구와 방법론에 대한 평가와 질문


이 연구는 주로 질적연구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지만 양적자료 또한 적절히 사용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또한 사례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사례선택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자료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사례 중 하나인 알바노조의 경우에는 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보정당인 노동당의 활동가들이 기획한 노조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임시직 시간제 노동자들이 알바노조의 중심인지, 활동가들이 중심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알바노조 500여명의 조합원 중 55.7%는 경제활동인구가 아니고 2/3가 노동당원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사회운동에 목적을 두고 있는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있는 조직이라면 알바노조는 노동조합보다 시민단체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즉 연구의 핵심이 공격받을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또 연구에서는 두 노조가 청년노동을 대표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두 노조가 모집단인 청년노동자들 전체의 특성을 반영할만한 사례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존재한다.


2017.여름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사회는 근현대사의 독특한 경험 때문에 갈등양상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현상을 보인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저자이며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앨버트 허쉬맨이 제시한 ‘나누는 것이 가능한 갈등(divisible conflicts)’과 ‘나누는 것이 불가능한 갈등(non-divisible conflicts)’을 가지고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설명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압축적·선택적 근대화를 통해 단시간에 발전했으며 그중에서도 제국주의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의 경험, 해방정국과 신탁통치,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인한 한국전쟁, 개발독재체제와 민주화 등 다이나믹한 근현대사를 경험한 나라이다. 그래서 갈등양상이 첨예한 것과 더불어 이 문제들은 약 100년 안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갈등양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문제라기보다는 현재의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문제들은 나누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의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면 친일과 반일, 친북과 반북, 친미와 반미, 독재와 민주 같은 갈등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고 내 주변이나 젊은 세대들이 공유하는 가치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다른 입장을 가지는, 그것도 뚜렷하게, 세대나 집단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에서 갈등이란 불가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국의 파행이 일어날 수 있고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큰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서 현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사태를 들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11월 03일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여기에는 물론 많은 반대가 존재했다. 국정화 반대를 지지하며 길거리로 나선 많은 학생들과 대학생 시민들과 또한 국정화 반대를 지지하는 역사학계의 약 450~500여명의 교수들까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것은 대중성과 전문성이 모두 결여된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연하게 국정화를 지지하는 대중들도 존재했다. 이런 첨예한 갈등양상이 한국 민주주의의 큰 약점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은 젊은 세대 또는 청년세대의 정치세력화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세대갈등 중에 ‘20대 개새끼론’이라는 꽤나 과격한 담론이 형성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순응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었다. 나는 20대의 정치세력화가 약한 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는 세대적 문제이다. 한국은 압축적 근대화와 함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단 기간에 변화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정체성 형성을 만들었고 이런 단순한 구분 외에도 전쟁세대와 독재세대 민주화 세대 등 다양한 세대가 공존 중이다. 이에 따라 지금의 세대들은 매우 다른 경험들은 공유하며 정체성의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인구구조상 베이비부머 세대가 절대적 다수이다. 따라서 다수결 민주주의인 우리나라로서는 청년세대의 정치적인 주장들이 다수로 대표되는 체제에서 정책에 투입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세대에서는 ‘우리가 뽑아봤자 당선 안 된다.’하는 식의 주장이 어느 정도 공감을 일으키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선거제도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의 골자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양당제에 친화적이고, 광역선거구 비례재표제는 다당제에 친화적이다.’이다. 이것은 뒤베르제가 주장한 이론이며 동시에 ‘뒤베르제 법칙’이라고 불린다. 사회과학에서 법칙에 가까운 현상을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뒤베르제의 이론은 거의 모든 민주사회에 통용된다고 한다. 한국 같은 경우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가 주류인 선거방식이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로 뽑히는 의원은 의석수 전체 300석 중 18%인 54석에 불과하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유권자의 정치의사가 왜곡될 확률이 크다. 또한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정치적으로 다양한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차악(次惡)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양당제는 다양한 정치참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려운데, 포스트모던 세대로 불리는 현세대들의 다양하고 다원화된 정치의사를 대변해줄만한 다양한 정당이 없는 것이 문제이고 이것을 현실화 해줄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면 청년세대의 정치세력화가 미약한 것은 청년세대의 정치적 이익이 제도적으로 투입되지 못한다는 좌절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서문에서 최장집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인 토크빌을 인용하며 민주주의는 제도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상태라는 말을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한국의 제도적 민주주의는 비교적 쉽게 자리 잡았다.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한 제도적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대로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제도적 민주주의와 함께 사회적 상태로의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것은 1987년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제도적 민주주의와 함께 사회적 상태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까지는 많은 진통과 희생이 있었다. 87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이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선진국에 비해 짧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도 제기되고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도 이 글에서 대부분 제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민주주의를 바라본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투표뿐만 아니라 요즘 대두되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 : 협치協治) 개념이나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문화가 생성되는 데에는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5.가을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 1917-2014)


 4․29 재보선이 치러졌다. 이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기사의 대강은 이렇다. 이 재보선은 4곳에서 시행된다. 특히 이목을 끄는 선거구는 광주 서구을 지역과 서울 관악을 지역인데 이곳에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속이 아닌 야권 후보가 각각 선거구에 나왔다. 그래서 기자는 정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모리스 뒤베르제의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ing) 개념으로 선거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썼다.(호남의 전략적 선택 D-1, 그 결과는 과연?, 오마이뉴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개인의 후보 선호도가 아닌 선거 결과에 따른 고도의 정치 판단으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사는 야당 성향의 후보가 양분된 정치 토양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물음을 한 것이다. 부가적으로 한국은 선거구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서도 일명 '뒤베르제 법칙'으로 선거구가 정당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있다. 뒤베르제 법칙은 정치학 이론중에 가장 신뢰할만한 이론이며,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양당제 구도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고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당 구조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 한국사회에도 여러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배영동 역, 나남출판)란 책을 최대한 줄여본다면 ‘정치란 투쟁과 통합을 내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로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뒤베르제는 정치를 야누스의 두 얼굴이라고 명명한다. 야누스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문(門)의 수호신이다. 한 몸에 두 얼굴을 지닌 신, 야누스는 역설적으로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뒤베르제는 정치를 이런 야누스의 양명성과 함께 유추하려고 하는데 전쟁과 평화는 투쟁과 통합에 대응된다. 기존 사회적 상태나 질서에 대한 모든 유․무형의 도전으로 대변되는 일종의 투쟁들은 진보된 사회적 상태나 질서를 목표로 한다. 안정을 위한 불안정인 것이다. 이런 정치적 모순성에 정치(政治)의 본질이 있다고 뒤베르제는 말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뒤베르제는 크게 정치에 관한 서론과 투쟁의 요인과 형태, 투쟁에서 통합으로의 변화, 결론을 다루고 있다. 투쟁의 기초적인 요인을 뒤베르제는 권력의 특권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에서 그는 투쟁의 요인을 생물적, 심리적, 인구적, 지리적인 요인 등의 비교적으로 가치함축성이 낮은 요인부터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까지 비교적 가치함축의 정도가 높은 요인까지 다루며 설명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인종주의 이론이 나치즘의 학살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나치즘의 독일은 우생학적 관점으로 유대인을 살해하고 제국주의로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정치적 변동을 가져왔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바 인종의 차이는 색소나 신장 등의 생물학적인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실증적이지 않은 사회적 통념이 한 사회를 얼마나 잘못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항목이었다. 또한 생물적 요인에서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투쟁의 요인은 확대되지만 그 기저(基底)에는 권력에 수반되는 특권이 깔려있었다. 다음으로 투쟁의 형태에서 투쟁의 구조는 바로 사회의 문화라고 이야기 한다. 보통 이 부분에서는 정치 체제 즉 구조적 측면에서의 투쟁의 형태를 살핀다. 특히 저자가 정당론(政黨論)에 권위자인 만큼 정당 체제에 관한 내용을 면밀히 주시했다. 특별히 실제 유럽정치를 예시로 투쟁 형태를 풀어나가는 서술을 흥미로웠다. 뒤베르제는 투쟁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정치사회학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데올로기나 가치체계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학을 단순히 방법론이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과학적 정치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연의 과학이라 지칭했던 정치의 모습, 책에서 뒤베르제가 지적한 직관과 비합리적 정치에 대한 모습을 다루는 것에 의미가 있다. 끝으로 투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민주체제와 독재체제의 투쟁을 말하는데 민주정에서의 투쟁은 결국 우연적 상황을 감안해도 주기성의 한계를 내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합에 대한 장에서는 통합의 이론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투쟁에서 통합으로라는 소제목에서도 뒤베르제가 먼저 언급하는 것은 투쟁에서 통합으로의 이행을 필연적이 것이며 양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놓인 것이라고 천명(闡明)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통합에 관한 내용은 이론적인 부분에서 투쟁에서의 폭력적 방법에 대한 한계, 타협의 실현, 연대관계의 발전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연대관계의 발전에서는 인류가 거시적으로 보면 근본적으로는 조화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애타주의나 박애주의로 결속될 성향과 가능성을 희박하지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통합의 기술에서는 규칙과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규칙과 절차는 제도적 측면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호체계, 즉 문화코드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의 조직화나 시민의 교육, 사회의 강제력으로도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 다음 통합과 의사통합의 장에서는 통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어서는 통합과 발전수준에 대해 논하고 통합이 가지고 있는 성장이라는 부분에 대해 말하고 또한 완전통합은 신화라고 지적하며 통합에서의 투쟁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황금시대의 신화라는 목차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통합을 증가시키는 것은 맞지만 사회의 전적인 통합을,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사회인 공산국가와 같은, 불러온다는 것은 신화(Myth)에 이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투쟁은 인간사에 제거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뒤베르제는 비교정치적 방법론으로 사회주의의 동구와 자본주의의 서구가 기술적으로 동질성을 갖지만 결국 동일한 체제의 통합을 이루기는 힘들다는 주장을 하며 책을 마친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투쟁(鬪爭)과 통합(統合)이다. 한국의 역사도 끊임없는 투쟁과 통합의 역사였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사 전반에 걸친 일관적 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인류사 또한 수많은 투쟁과 통합을 반복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이니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를 유념하고 대비하며 살아야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투쟁은 불가피하며 필연(必然)적 속성을 가진다. 또한 그 투쟁은 통합을 수반한다는 데에 맹점이 있다. 투쟁과 통합은 모순적이지만 수반된다. 투쟁과 통합의 긴장 속에 정치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사회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이에 따라 사회는 언제나 통합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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