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전이이론의 지적 배경 - 현실주의 이론


 현실주의 이론은 국제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 가장 주요한 이론이다. 특별히 현실주의 이론은 전쟁상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현실주의는 다양한 이론적 분파의 토대 위에 있다. 그렇지만 광범위한 이론의 지평에 있는 현실주의 이론에서는 이론 안에 보편적인 동의를 얻는 핵심 개념들이 존재한다. 우선 현실주의 이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모겐소는 현실주의의 핵심가정을 주장한다. 그중 중요한 3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첫 째, 인간의 본능은 권력을 갈망한다. 둘 째, 권력으로 정의된 국가이익이 국제정치를 결정한다. 셋 째, 정치적 행위는 심정윤리(gesinnungsethik)가 아닌 책임윤리(verantwortungsethik)에 의해 판단된다. 따라서 정치적 행위는 결과가 중요시 된다. 또 현실주의 이론의 핵심요소로는 크게 국가주의(statism)와 생존(survival), 자조(self-help)가 있다. 국가주의는 현실주의자들에게 국가는 국제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행위자라는 가정이다. 이 가정은 ‘폭력을 독점한’ 근대국가에 대한 막스 베버의 정의에 기반을 둔다. 국가와 정치의 목적은 순수하게 권력에 대한 추구라는 설명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입장을 취하지만 국가와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안보, 즉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한다. 생존은 단순한 의미 독립이나 정복이라는 모든 상황에 전제 조건이 된다. 자조(自助)는 국가의 생존이 다른 국가에 위탁되거나 의존될 수 없다는 개념이다. 국제정치는 무정부상태(anarchy)에 있다. 여기서 무정부상태란 혼돈이 아닌 정치적 권위의 부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제관계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공존은 세력균형의 유지를 위해 진행된다.


세력전이이론의 기원


 냉전의 종식 이후 국제정치학의 장에서는 기존의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극적 균형구조의 패러다임을 극복할만한 국제정치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다. 또한 중국의 부상과 함께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는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세력전이이론이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미국·중국의 관계변화의 동학(動學)을 설명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세력전이이론은 1958년 오르갠스키(A.F.K. Organski)에 의해 주창되었고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 등 또한 국가 사이의 패권의 변화로 국제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특별히 세력전이이론의 선구자인 오르갠스키의 경우, 이 이론은 기존의 국제질서에 불만을 품은 제2인자인 도전국가의 발전속도가 패권국가보다 빠를 때, 세력전이가 일어나며 이것이 패권전쟁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특별히 오르갠스키는 국가발전의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농경시대와는 달리 산업화 이후의 역동적인 국력변화 덕분에 세력전이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후에 이 이론은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세력전이이론은 동태적(dynamic) 성격의 이론이다. 따라서 변수들 간의 인과관계를 포함한 상호작용과 그에 의한 상황의 변화양상까지 다룬다. 이 이론은 국제관계는 개별 행위자인 국가들 간의 국력 성장의 차이와 국제질서의 위상 차이 때문에 국제관계는 끊임없는 변화를 발생시킨다고 보았다.


세력전이이론의 세 가지 가정


 세력전이이론은 결정론적(deterministic) 시각이 아닌 확률론적(probabilistic) 시각에서 전개된다. 따라서 독립변수의 변화로 인해 종속변수의 변화가 일어날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이 이론은 패권을 가지고 있는 지배국가와 도전국가 사이에 세력의 전이가 발생하고 이 과정 속에서 지배국가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국제관계에 도전국가가 반발이 강할 경우 세력전이가 전쟁으로 발발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예측한다.

 세력전이이론은 합리적인 이론임을 가정한다. 이 이론은 현실주의 이론과는 다른 가정들이 존재한다. 먼저 이 이론에서 국제체제는 위계적 질서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국가는 위계질서(hierarchical oder) 안에서 존재하며, 그 안에서 국가의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다. 위계질서 안에서 권력은 소수가 독점하며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단일국가를 지배국가(dominant power)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지배국가는 가장 큰 영향력, 즉 권력을 행사한다.

 다음으로 세력전이이론은 국제질서 속에서 행위자인 국가들이 자신들의 절대적 만족도가 아닌 상대적 만족도를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음을 가정한다. 이에 따라 국제질서 속에서 가장 세력이 큰 행위자가 가장 큰 만족도를 느끼고 나머지 국가들도 세력의 차이에 따라 상대적인 만족도를 얻는다. 또 약소국은 변화에 영향력을 미칠 확률이 적기 때문에 국제질서에 중립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세력전이이론은 국가의 경쟁력, 즉 발전정도나 군사력 등의 지표 변화가 국제질서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변수라고 가정한다. 세력전이이론가들이 말하는 세력은 막스 베버가 제시한 권력의 개념과 거의 동일하다. 이 이론가들은 세력을 “상대국가가 자신의 요구를 따르도록 강제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국가의 세력은 국내정치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오르갠스키에 의하면 국가의 세력을 정하는 3대 요소로는 경제적 생산성, 인구, 정치 체제의 효율성이 있다.


세력전이이론의 주요 변수


 세력전이이론은 보통 두 가지의 설명 변수를 가지고 국제정치 현실을 분석한다. 그중 첫 번째는 ‘세력’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르갠스키는 국가의 세력을 정하는 요소로 인구, 경제적 생산성, 정치 체제의 효율성을 언급했다. 여기서 인구는 전쟁과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단순히 양적 인구가 아닌 인구의 질적 구성이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경제적 생산성의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와 ‘전쟁의 상관관계 프로젝트(Correlates of War Idex)’에서 제시한 ‘국가 능력 종합지수(CINC: Composite Index of National Capabilities)’를 사용한다. 또 마지막 요소인 정치체제의 효율성에서 오르갠스키는 개별국가의 정치효율성을 특정하기 위해 상대적 정치능력(RPC: Relative Political Capacity)라는 지표를 개발했고 징세능력과 국민 동원 능력 등을 척도로 사용하였다.

 다음으로 세력전이이론은 국제질서에 대한 만족도를 주요 변수로 삼는다. 도전국가의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만족도가 곧 지배국가와의 패권다툼과 전쟁발발의 가능성이 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지배국가와 강대국들과 같은 세력이 강한 국가들은 보통 국제질서 안에서 국가의 만족도가 높으며 현상유지에 힘쓴다. 하지만 위계질서의 상층부에 자리하고서도 현존 국제체제의 질서에서 자신의 만족도가 낮다고 보는 국가들은 불만족도가 높다. 따라서 상층부에서 만족도가 낮은 국가들은 국체질서 개편을 시도하는 현상변경 세력(revisionist power)이 된다고 주장한다.


2017.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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