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이론의 흐름』은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책 중에 사회이론 전반을 가장 광범하게 서술한 책으로, 보통 ‘사상가’를 중심으로 쓰인 기존의 사회(학)이론서와는 다르게 주제별 발전과정을 포괄하는 특징이 있으며, 내용의 밀도 역시 높다.

이 책은 브라이언 터너가 편집하고, 영미의 내로라하는 사회학자들의 공저이기 때문에 각 분야의 흐름을 더 전문적이고, 정치하게 이해할 수 있다. 브라이언 터너는 물론이고, 앤서니 엘리엇, 켄 플루머, 아이라 코헨, 존 어리, 크레이그 칼훈 등의 각 분야에서 정평이 난 학자들이 참여해 집필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론과 1부에 해당하는 ‘토대’에서는 사회학의 인식대상인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문제, 사회이론의 근본 문제, 사회이론의 기원과 궤적, 그리고 사회과학의 철학 등의 문제를 다룬다. 이 주제는 사회학을 공부할 때 매우 중요한 것, 즉 기본기에 해당하는 것인데 사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이 책의 장점은 흐름 중심으로 사회이론사를 서술한다는 점이다. 사회학을 접할 때, 우리는 쉽게 인물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 베버, 짐멜, 뒤르켐, 파슨스, 루만, 부르디외 등의 학자는 개별적으로 접하게 되면 이들이 서 있는 전통과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체계이론과 기능주의 내부에 파슨스와 루만을 위치 지우고, 문화사회학 내부에 부르디외를 위치 지우며, 행위/실천이론에서 베버와 미드를 위치 지운다. 이러한 맥락화된 서술을 통해 사회이론이 도달한 성과와 한계를 직시할 수 있다.

책의 세 번째 장점은 포괄성이다. 이 책은 사회이론의 고전적인 주제인 행위, 실천, 기능주의, 체계이론, 상징적 상호작용, 합리적 선택이론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몸, 탈근대, 페미니즘, 현상학, 정신분석, 공간 등의 주제와 함께 사회이론의 궤적을 다루는데, 이를 통해 이 책은 고전과 현대의 문제를 포괄하게 되며 사회이론이 다루는 가장 넓은 범위의 지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이론의 역할은 사회현실에 대한 분석의 기초가 되는 접근 방법와 분석틀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이 책은 그런 접근 방법과 분석틀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이론이 오늘날 도달한 성과와 한계를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 책은 사회이론에 관심이 있는 초심자보다는,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부생이나 사회학 이론의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신 분이 읽어야 더 도움이 될 책이다. 이런 분야에서 한국어로 이만큼의 내용을 담은 책을 만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이 읽는다면 사회이론 전반과 그 흐름을 이해하는데 안내서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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