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가난을 엄벌하다>에서 바캉은 부르디외의 관료제장을 이론적 근거로 차용해, 미국에서의 형벌국가의 탄생과 그것이 유럽으로의 전이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이 책은 복지국가가 형벌국가로 변모했고, 모든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이들이 형법을 통해 배제되고 분리되는 과정을 경험적으로 밝히는 책입니다. 복지국가가 ‘빈곤’의 문제를 제사회화를 통해 사회에 다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형벌국가는 ‘빈곤’을 형법으로, 사회적 배제로 처리하죠. 비참함을 감옥으로 몰아넣고 처리하는, 그 낙인으로 인해 배제된 자는 영원히 배제될 수밖에 없는, 범죄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그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일만은 아닙니다. 바캉이 밝히듯, 부르디외까지 이어지는 뒤르켐학파에서 감옥은 분리와 처벌의 도구라기보단 커뮤니케이션, 표상화, 연극화의 도구입니다. 따라서 복지국가에서 형벌국가로의 이행은 우리 인식에서의 분류화, 범주화의 문제이며, 상징폭력의 중앙은행으로서 국가가 부여하는 정당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즉, 형벌을 통해 배제된 자들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까지 정당성을 잃고 배제된 자로 전락하며, 우리의 몸은 이 ‘사회적인 것’을 이성적으로 성찰하기도 전에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2. 구성: 이 책은 제 1부에서 미국산 형벌국가의 탄생을 추적합니다. 맨해튼 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통해서 가난한 자, 모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자들을 감옥으로 몰아넣자는 생각을 과학으로 만들어 국가에 중심사상으로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 역시 그 일환이죠. 그렇게 탄생한 형벌국가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이후 유럽으로 수출됩니다. 이게 2부의 주된 내용입니다. 영국·프랑스·독일은 물론이고 네덜란드처럼 범죄자 처리를 처벌보다는 교정에 중심을 두고 관리하는 대표적인 국가마저도 형벌국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기술합니다.

3. 느낀 점: 책의 한국어 제목은 <가난을 엄벌하다>인데, 불어 제목은 <Les prisons de la misère>입니다. 불어를 잘 모르지만 직역하자면 “비참의 감옥”, “비참함의 구금” 이정도 되지 않을까요. 프랑스어 비참misère이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La Misère du monde>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의 고통을 부르디외는 '세계의 비참'이라고 표현했죠. 부르디외에게 ‘세계의 비참’이란 그의 핵심적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신정론의 테마와도 연결되고, 그의 사회학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스스로 세속화 된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어떤 노력이었을 겁니다.

부르디외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고, 부르디외에 관한 최고의 주석가인 로익 바캉의 책에서 misère이라는 테마는 단순히 '가난'으로 해석되어선 안 될 것 같고요, 사회가 세계의 비참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번역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인터뷰에서 역자의 질문들을 보면 심층적으로 분류/범주화의 문제로 책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신자유주의 비판정도로 책을 이해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다행히 바캉은 핵심을 잘 짚어주고요. 또 이 책은 후기 근대사회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쓰레기’, ‘잉여’와 같은 의미론의 공간에 들어서며 배제되는 현상을 말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논지와도 연결시켜 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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