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비판서평을 하려고 합니다. 부르디외에 관한 한국어로 출간된 자료는 거의 다봤어요. 이 김영사의 <부르디외&기든스>의 경우에는 제가 한참 초창기에 공부를 할 때 봤던 책인데, 최근에 다시 봤습니다.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죠.

1. 핵심: 이 책은 부르디외, 기든스라는 두 사회학자를 '세계화'라는 주제로 대질시켜가며 두 사람의 이론과 정치적 차이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세계화는 무엇인지, 부르디외 기든스의 사회학은 어떻고 이를 통해 세계화에 관한 어떤 다른 관점을 가졌는지를 설명합니다.

2. 구성: 책은 우선 세계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또 사회학의 기원을 설명하고, 부르디외의 사회학과 기든스의 사회학을 다루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맞불(부르디외), 제 3의 길(기든스)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가상 대화를 통해 둘의 입장차를 설명하고 프랑스적 전통의 지식인과 근대성의 위기 등을 다룹니다.

3. 비판: 이 책은 정치학자이신 하상복 선생님이 쓰셨습니다. 정치학자이시기에 사회학의 역사에 관해 쓰시는 데 오류가 존재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조금 설명하려고 합니다.

(1)베버는 반실증주의자다: 베버는 반실증주의자가 아닙니다. 베버는 당시 독일지성계를 양분했던 실증주의와 관념론 사이에서 양자를 창조적으로 절충하여 '이해사회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창안하죠. 베버는 실증주의가 설명하는 인과와 역사주의(관념론), 해석의 방법을 절충해냅니다. 베버는 반실증주의자가 절대 아닙니다.

(2)뒤르켐과 베버는 반(反)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의 기원이다: 이것도 아닙니다. 뒤르켐이 사회학을 정초할 때, 마르크스와 대결하며 사회학을 새로운 과학으로 성립시키려 했던 적도 없고요, 흔히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관념론적 역사변동을 옹호하는 반마르크스주의 저작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아니에요. 베버는 본인이 기대 이상으로 유물론적이며, 당시 지성계가 니체와 마르크스에 의해 각인됐다고 이야기하고, 더불어 베버의 자본주의 논쟁자는 좀바르트와 브렌타노였습니다.

(3)세계화라는 주제설정과 부르디외&기든스: 이건 오류라기보단 설정의 잘못 같은데요, 저는 도통 부르디외를 세계화라는 주제로 녹여낸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부르디외의 사회학은 지배질서에 관한 사회학이고 세계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지엽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더불어 저는 기든스가 이론 내적으로 힘이 있는 학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기든스는 대외적인 유명세에 비해서 약간 내실이 떨어지는 학자 중 하나죠. 영어로 글쓰는 학자라 유명하고, 또 유명한 제 3의 길 역시 사회이론이라기보다는 정책, 정치사상 개념이죠. 단적으로 기든스 사회학을 전공한 학자가 한국엔 하나도 없는 것도 그의 사회학이 그정도 깊이는 없다는 반증일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그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무튼, 이 기획은 출판사의 문제같기도 해요.

(4)운동권 부르디외: 책에서는 부르디외와 기든스의 가상대화를 하는데, 부르디외를 운동권 학자만으로 표현한 게 아쉽습니다. 부르디외는 90년대 이후 시위 대열의 맨 앞에 서는 사회학자였습니다. 그런데 부르디외의 그런 참여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사회학 기획 속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상징폭력에 대항하는 상징폭력으로서 연구, 참여를 실천한 것이지 그저 참여만 외친 학자로 파악하는 건 유치한 이해입니다.

(5)만듦새: 끝으로는 만듦새인데, 일단 부르디외와 기든스의 지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계보 자체도 무척 틀린 부분이 많고요(이건 저자분의 문제이겠지만), 미시사회학의 미드(George Herbert Mead)의 자리에 인류학자 미드(Margaret Mead)의 얼굴을 넣어두거나, 아마도 입시시장을 겨냥한 건지 '영어로 만나는 원문' 이런 코너를 넣어뒀는데 저는 이런 부분들이 아쉬웠습니다.

4. 느낀점: 입문서이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정확하면서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입문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부르디외나 기든스의 사회학 자체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나름 쉽게 쓰였기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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