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디외 덕후가 본 『아비투스』

며칠 전 언급한 『아비투스』를 봤습니다. 정독하기는 어려워서 빠르게 살폈습니다.

1. 자기계발서와 사회학: 이 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은 책이 자기계발서라는 겁니다. 평가와 무관하게 자기계발서는 보통 좋은 이야기를 하고 그걸 긍정적으로 따르다 보면 삶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일은 사바사, 케바케이기에 이 책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책이 될 수 있겠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가 정해질 것 같습니다.

2. 핵심: 이 책은 부르디외의 사회학을 사용해 최상층으로 가는 법을 말합니다. 부르디외가 말한 사회적/계급적 습관인 아비투스 개념, 그리고 자본 개념을 통해서 최상층의 사람은 어떤 자본과 아비투스를 지녔으며 어떻게 해야 그들처럼 될 수 있는지를 말합니다. 이후에는 제가 본 이 책과 부르디외의 사회학의 차이를 3개 이야기하겠습니다.

3. 아비투스: 저자는 우리 삶의 모든 행동의 근원이 되는 원리인 아비투스 개념을 설명하고, “아비투스를 바꾸는 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를 열린 개념으로 보기는 하지만, 이것을 전혀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유년 시절의 사회적 배경에서 습득한 아비투스를 1차 아비투스라고 하고, 그 이후에 습득한 아비투스를 2차 아비투스라고 합니다. 저자의 말은 2차 아비투스에 관한 것인데, 1·2차 아비투스를 모두 상류층에서 습득한 사람과 서로 다른 배경에서 습득한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오히려 상승이동으로 다른 아비투스를 습득한 사람의 그것은 분열된 아비투스입니다.

4. 문화자본: 책에 제시된 자본의 대부분은 문화자본 개념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문화자본은 논쟁적인 개념입니다. 부르디외는 프랑스 사회를 연구해서 문화자본 개념을 만들어냈지, 한국 사회를 보고 만들지 않았죠. 한국에서도 문화자본이 계급을 구별하는 데 큰 영향을 줄까요? 어느 쪽에서는 한국에는 계급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문화자본의 영향이 미약하다고 하기도 하고, 한 편에서는 부르디외가 연구한 당시와 다르게 문화자본의 배타성이 감소하고 대중은 문화를 잡식으로 소비한다고 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부르디외의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다룬 유럽과 한국은 다른 사회이고 문화자본도 다른 맥락에서 쓰일 겁니다. 저도 문화자본이 한국에선 프랑스만큼 계급 구별의 효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는 편입니다. 곁가지로 저는 한국이 시험/고시 자본주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5. 숙명론: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3부는 이 책이 다루는 내용에 대한 부르디외의 답변을 간접적으로 싣고 있습니다. 지배계급은 자신의 문화적 특성을 아주 자연스럽게 향유하죠.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그 특성이 마치 본능인 것마냥 보여주며,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걸 보이는 겁니다. 반면 지배계급으로의 상승지향을 꿈꾸는 중간계급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쟁취하려 하죠. 이 책에서 말하는 게 그겁니다. 하층민의 억척스러움이 아닌, 지배층의 자연스럽고 즐기는 태도, 즉 아비투스를 가지라는 거죠. 암울하게도 부르디외는 이런 중간계급의 도전이 보통 실패로 돌아간다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동시대에 사회학자는 부르디외에게 숙명론자라는 낙인을 찍죠. 부르디외가 이야기한 것은 언제나 작은 기회일 뿐입니다.

6. 다시 자기계발서와 사회학: 부르디외는 신이 아니고, 당연히 이 책을 통해 지위 상승을 이루고,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갖추는 데 성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부르디외는 숙명론자가 아님에도, 사회학은 현실과학이자 경험과학이기 때문에 사회의 불평등을 저렇게 분석합니다. 당장 이 글을 읽고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열심히 살라고 하는 책과 현실적이지만 상승이동은 어렵다고 말하는 사회학 책 중에 무엇이 더 유익할까, 저는 이게 고민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 책의 성격을 이해해주시고, 저는 앞선 이유로 이 책보다는 다른 자기계발의 방법을 찾으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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