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년 3월 1일~1918년 9월 28일)



막스 베버 (Max Weber, 1864년 4월 21일 ~ 1920년 6월 14일)


짐멜이냐 베버냐? - 사회학의 인식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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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분과과학은 고유한 인식대상과 인식방법을 갖추어야 한다. 게오르그 짐멜의 형식사회학과 막스 베버의 이해사회학은 사회학의 대상은 무엇이며, 방법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짐멜은 상호작용을, 베버는 사회적 행위를 사회학의 인식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는 모두 사회적인 것의 증가라는 현대의 특유한 체험을 반영한다. 구체적으로 짐멜과 베버의 인식대상은 서구 시민계층의 생활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후에 다룰 내용들은 짐멜과 베버가 어떻게 국가와 사회로부터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관심을 돌리게 되었는가를 간략하게 추적할 것이다.


1. 사회적인 것: 사회학 인식의 대상


짐멜과 베버 이전의 문화·사회과학은 국가나 사회를 실체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전체적이고 총체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짐멜과 베버는 이런 경향과는 전혀 새로운 과학적 기획으로 국가나 사회가 아닌 사회적인 것을 사회학의 인식대상으로 삼았다.


1) 국가와 사회로부터 사회적인 것으로


당시 독일의 지성계는 국가중심의 역사과학과 사회과학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짐멜과 베버의 사회학은 사회의 해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베버는 국가가 어디까지나 “개별 인간들이 수행하는 특정한 행위의 과정과 연관관계”로 파악했고, 모든 사회적 관계나 질서는 개인들의 유의미한 행위로 소급할 수 있고, 소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베버에게는 그 어떤 행위하는 집합인격체도 존재하지 않고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짐멜에게 사회는 ‘규제적인 이념’으로 기능하며, 단순히 다수의 개인들 사이에 진행되는 상호작용의 합을 의미한다. 짐멜에게 사회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진행 중인 역동적인 사건이며, 서로의 숙명과 상태에 대해 영향을 주고받는 기능이다.

이들은 콩트나 스펜서 등의 고전사회학자들을 사회학의 선구자로 보지 않았으며 실체주의적인 사회, 총체적인 사회, 자연과학적 지향성을 가진 보편적 사회이론에서 거리를 둔다. 또 이들의 사회학 개념에 입각해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이전 사회과학에서의 국가나 경제조직 같은 거시적인 사회체들은 개인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객관적 구조물로 응축되거나 결정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구조적인 것은 개별 인간들이 고립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와 목적을 위한 수단의 기능이다.


2) 게오르그 짐멜 : 상호작용과 그 형식


짐멜의 사회학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과정을 개인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상호작용의 형식이라는 형식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형식이란 “개인들의 존재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 물론이지만, 이제는 개인들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공존관계, 동시관계 및 상호관계라는 관점에서 인식된다.” 따라서 짐멜에게 사회학은 사유적으로 구성된 더 높은 차원의 단위를 근거로 모든 사회적 영역과 맥락에서 사회학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짐멜 사회학의 존재는 상호작용의 형식과 내용을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두 범주의 분리는 내용의 추상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사회학의 탈역사화·몰역사화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그의 사회학은 역사·시간을 순전히 형식주의적 측면에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를 넘어서 역사적인 것을 포괄할 수 있다.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동일한 형식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짐멜의 사회학은 변증법적이고 관계론적이다. 이는 사회학적 인식에 대해 사유적으로 구성된 분석적이고 개념적인 우회로를 제공해준다. 이 우회로는 보편성을 띠는 순수한 형식을 거쳐 특정 현상에 이르는 길이다.

짐멜은 인격적·개인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은 분명히 “사회적 사건의 결과이자 원인으로서, 사회적 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것들은 내적·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러한 견해에 근거해 짐멜은 인격과 문화, 그리고 사회의 범주를 구분한다. 인격이란 개별 인간이 지니고 있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특성과 특질 및 개성을 가리키고, 문화란 인간 영혼이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에게서 출발해서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사회는 다수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3) 막스 베버 : 사회적 행위


베버는 문화과학을 개념적·방법론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임무로 생각했다. 문화과학은 어느 하나의 특정한 개별 분과과학이 아니라 역사학·경제학·사회학 등의 분과학문을 포괄하며 문화적 삶에 접근하는 새로운 경험과학의 유형을 가리킨다. 베버는 이우 더불어 현대세계 특유의 다양한 체험을 광범위하고 통일적인 방식에 의해 이론적이고 역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식유형을 구축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었다.

베버에게 문화과학의 선험적 전제조선은 이 세상에서 주관적으로 입지를 정하고 행위하며 이 행위에 대해서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지와 능력을 소유한 문화인간이다. 이는 문화과학적 인간방법의 기초를 이룬다. 베버는 사건에 대해서는 결국 스스로 의미를 창출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과학자의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인식행위를 의미한다. 베버는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이념에 입각하여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과정에 문화의의를 부여하며, 그 가운데 특정한 단면들을 선별하고 사유적으로 정리하며 질서를 부여해서 개념과 이론을 구성한다.

베버에게 문화과학은 인간의 문화적 삶의 현재와 역사적 측면을 다루는 현실과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베버는 사회적인 것을 행위자의 주관적 의미차원으로 소급한다. 사회적 삶은 본질상 문화적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문화적 삶에서는 문화적인 것보다 협소한 무언가로서 일종의 제한된 과학적 의미와 지위를 닺는다. 사회적인 것은 문화적인 것의 부분에 해당한다. 베버는 사회과학의 인식관심의 출발점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문화생활의 실재적인, 개별적인 형상임을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베버는 사회과학 인식의 출발점으로 “문화적 삶이 지닌 보편적인, 하지만 조금도 덜 개별적이지 않은 연관관계”와 “이 문화적 삶이 다른 사회적 문화조건들에서 생성되어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베버는 사회적인 것을 문화적인 것의 일부로 간주하고 사회과학을 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과의 연관성 속에서 고찰하는 사회경제학으로 간주한다. 사회·경제적인 것을 매개하는 문화적인 것이란 개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주관적으로 부여하는 의미성이다. 베버는 사회적 행위의 범주론 또는 유형학을 추구했으며 이것은 인간행위의 유의미성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그 자체로 총체적인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사건을 추상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후기에 베버는 사회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에 대한 분리를 시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현상과 과정에 대해 유형개념과 일반적인 규칙성을 구성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베버는 인간행위의 의미는 언제나 주관적이지만, 언제나 사회적으로 매개된 의미라는 사실에 근거해 문화의 보편사를 지향한다. 그에게 사회학적이란 것은 인간의 유의미한 행위에 입각해 특정한 역사적 맥락과 현실들을 초월해서 보평타당성을 지니는 개념과 이론들이 구성됨을 의미한다.

베버는 이 세상에서의 주관적 입지를 정하고 유의미하게 행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모든 문화과학의 선험적 전제조건이라면, 개별 인간과 그의 행위야말로 사회학의 “가장 낮은 단위”를 구성하며 동시에 그 “상한선”을 구성한다. 따라서 사회학은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과정을 “‘이해가능한’ 행위로, 말하자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인간의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는 개별 인간들의 행위로 환원시켜야 한다.”


4) 짐멜과 베버의 차이점


짐멜에게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사회학의 기초문제가 되고, 베버는 개별 인간들의 행위에서 출발하여 사회학의 기초개념을 구성하려고 한다. 짐멜은 보편적 사회이론을 추구하지 않았다. 짐멜에게 사회학은 사회가 아닌 사회적인 것의 과학이라는 표상에 입각하여 상호작용과 그 형식, 또는 사회화와 그 형식에 의해서 사회를 해체시키기 위한 것이다. 짐멜에게 사회학의 인식대상은 전체로서의 사회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관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선택되고 추상된 단편들이다. 베버는 사회를 문제삼은 적이 없다. 베버에게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베버 사회학의 기초개념들은 유의미한 인간행위를 토대로 구성되며 일관되게 행위에 근접해있다. 사회적인 것을 다루는 사회학은 언제나 개별 인간들의 유의미한 행위에 준거하고 거기에서 출발해야 하며 귀결되어야 한다. 베버는 의미와 무관한 자연세계에 반해 유의미한 사회세계의 특성을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짐멜 사회학의 인식대상인 상호작용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학적 인식을 자연과학적 인식과 구분하려 했던 짐멜의 견해를 간과한 것이다. 짐멜은 자연과학과 구분되는 3가지 사회학적 아프리오리(a priori)를 제시한다. 그것은 첫 째, “우리는 모두 단편들이다.”, 둘 째 “개인은 사회화된 존재인 동시에 비사회화된 존재이다.”, 셋 째 “사회는 불평등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이다.


2. 시민계층의 사회세계와 사회학


시민계층의 사회세계는 짐멜과 베버 사회학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짐멜은 지속적으로 대도시적 삶의 공간에서 직업적·정치적 의무와 과제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유희적이고 미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유한 인간집단의 사회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베버는 주체적으로 자아지배와 사회지배를 지향하는 금욕적이고 직업적인 시민계층의 사회세계로부터 사회학의 소재를 얻는다.


1) 대도시 시민계층의 친교와 상호작용


사람에서 사람으로 연결되는 순간적인, 지속적인, 의식적인, 무의식적인, 일시적인, 중차대한 무수한 관계들을 분석하려는 짐멜의 사회학은 인식기획과 방법론적 토대를 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도시의 부유한 시민계층의 사회세계를 논의의 지평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짐멜은 사회에서 두 가지 범주를 설정하고 있다. 첫 째는 이해관계, 동기, 목적, 그리고 충동 등등을 지닌 개인들이고 둘 째는 개인들 사이에 진행되는 상호작용과 거기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형식이다. 짐멜에게 사회를 사회로 만드는 것은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의 특정한 삶의 내용들이 아니라, 이들 내용의 생동감이 상호영향을 미치는 형식들 획득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는 상호작용의 형식과 내용을 엄격하게 사유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사회학의 존립가능성을 찾는다.

이는 이론적으로 칸트의 철학·인식론적 원리를 사회세계에 적용하려는 짐멜의 방법론적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짐멜은 부유한 대도시 시민계층의 상호작용이 순전히 유희적인 상호작용의 형식임을 관찰한다. 여기서 상호작용하는 개인은 실제적인 목적이나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어떤 기능적 요구도 하지 않는다. 즉 사회에서 사회인 것은 그 무엇보다도 친교에서 명백하게 구현된다. 짐멜은 친교에서 사회적 현상과 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인식을 위해서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상호작용의 형식과 내용의 분리를 가장 전형적이고 순수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친교는 외적인 강제보다는 자유부동하며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의 관계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연관관계가 더 강력하게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분과과학으로서 사회학을 추구하는 짐멜은 (형식, 내용) 분리의 과학외적·이론외적 전형을 국가나 경제 또는 종교 같은 사회가 아니라 전적으로 친교라는 사회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친교는 원칙적으로 모든 특수한 내용을 초월하는 형식을, 모든 내용들을 형식의 순수한 유희 속으로 용해시키는 추상적 형상으로 표현된다.

친교는 서구의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합리화와 분화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 일부분이다. 친교는 현대적 경제와 사회질서 위에 존립하며, 시민계층의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생활양식이라는 점에서 문화의의를 지닌다. 덧붙여 짐멜은 친교라는 특수한 생활양식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적·사회적 요구와 강제에서 자아의 영혼을 구제하고 자아로 복귀하도록 교화시키려는 실천적 동기도 가지고 있었다.

짐멜은 경제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구분한다. 짐멜에게 경제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에 낮은 수준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며 가장 비인격적이고 즉물적인 매체인 돈에 의해 조직되고 구조화되며 통제된다. 따라서 경제적 행위자들은 단지 특정한 기능이나 역할의 담지자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따름이다. 반대로 사회적인 것은 적은 수의 사람이 참여하기에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이며 이해관계가 아닌 전적으로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관계에 전념한다. 짐멜에게 돈은 개인들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것이며 돈은 소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적 요구와 강제에서 해방되어 유희적인 사회화 형식에 전념하도록 해준다.

결론적으로 친교는 정치·경제와 같은 실제·합리적 내용 및 강제에의 참여라는 하한선과 가장 순수하고 내적인 인격의 체험이라는 상한선의 사이에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형식이다. 이 두 요소를 제거하면 친교에는 단지 인간에게서 보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성들만이 남게 된다. 친교는 종교·예술·사랑과 달리 사회학적 구성물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리키기 때문에 개인의 순수한 인격에 관계하는 철학의 주제가 될 수 없다. 또한 각 영역에서 진행되는 상호작용은 사회학적 구성물인 친교에서 진행되는 것과 원칙적으로 대체하거나 분해할 수 없는 정체적인 인격들로 구성된다.


2) 합리적 경제행위와 사회적 행위


베버에게 문화과학은 선험적 전제조건은 문화인간이고, 이는 더 이상 소급하거나 환원할 수 없는 최종 단위이다. 문화인간은 문화과학의 존립과 의미의 근거가 된다. 문화인간은 서구의 근대 이후 주관적 인격과 합리적인 삶의 질서를 겸비한 인간유형으로 형성되었다. 더불어 베버는 문화인간과 더불어서 행위개념에 의지와 능력뿐만 아니라 행위의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에 적합한 수단을 동원하고 실제적인 행위의 과정을 통제하고 결과를 평가하며 자신의 행위에 주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의미와 능력을 덧붙인다. 또한 합목적적 행위의 담지자들은 외부세계 대상들의 행태와 다른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기대를 합리적으로 추구하고 고려한 성공적 결과로서의 자신의 목적에 대한 조건이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간의 유의미한 자아행태이며 사회학적 인식의 이념형으로 기능한다.

이런 베버의 행위유형은 연역이나 사변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서구문화가 구축한 역사적 성과물이다. 목적합리적 행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문화사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베버는 서구 시민계층의 합리성이 전형적인 근대적 문화인간의 유형을 보여준다고 파악했으며 그 특유의 행위합리성을 서구 근대의 특이성과 보편사적 형성조건 및 발달경로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과학적 작업을 위하 이론적 도구로 적극 활용하였다.

베버는 국가와 통치에서 시작되어 위로부터 내려오는 인식과 상승하는 계급들의 해방투쟁에서 비롯되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당시 독일의 인식이 아닌 기민계층의 사회세계로 사회과학이 눈을 돌려야한다고 보았다. 베버 사회학의 기저를 이루는 것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시민계층이 자유로운 시장질서 속에서 기획하고 조직하며 영위한 경제행위이다. 서구 근대 초기의 경제 시민계층이라는 역사적 인간집단의 문화의의는, 이 집단이 근대적 자본주의 토대 위에서 삶과 행위의 합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주체주의적인 정신을 창조함으로써 물질적·경제적 문화와 이상적·정신적 문화를 결합시켰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버는 이 집단에서 시민계층적·자본주의적 사회관계와 사회질서에 적합한 합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주체주의적인 행위모델과 가치모델을 발견한 것이다. 심화하여 합목적적이고 객과적인 사회관계와 사회질서가 전반적으로 관철되고 제도화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베버의 문화사적 연구는 사회과학적 연구이다. 그는 관념철학이나 의식철학의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고립된 인간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집단의 형성과 발달을 보았다.

베버가 제시한 계급과 신분, 경제적 질서와 사회적 질서의 차이점은 노동자와 시민계층(또는 부르주아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의 삶은 철저히 경제적 질서에 의해 조건지어지고 결정되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는 철저히 물질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고 그들은 사회적 질서에 참여하는 것이 봉쇄되어 있다. 여기서는 유의미한 인간 행위가 나타날 수 없다. 반면 시민계층은 물질적 생존경쟁에서 해방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인격을 창출하는데 전념하고 사회적으로 행위할 수 있게 해준다. 노동자들은 단지 실제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지배받을 뿐이고, 사회적 질서에 참여하는 시민계층은 주관적 인격을 평준화하고 말살시키는 생존경쟁으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해준다.

베버는 근대적 행위와 적합한 행위모델을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서구 경제 시민계층에서 찾는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연구에서 이념형적으로 제시된 캘빈교도들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유형과 생활양식은 베버 시대의 실제 독일 시민계층에게는 결여되어 있던 특성이다. 이들은 주체적인 행위자이기보다 귀족화를 지향하고 있었다. 반면 현대사회의 문화적·윤리적 토대를 구성하는 직업으로서의 자본주의, 직업으로서의 과학,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정치, 바로 이것들이야말로 독일을 현대적인 시민계층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로 철저하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베버는 확신했다.


3. 상호작용과 사회적 행위의 개념을 어디에서 왔는가?


1) 민족심리학과 원자론 그리고 상호작용


게오르그 짐멜은 사회적인 것에 대한 인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민족심리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짐멜이 민족심리학에서 배운 초개체적인 것은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개별적인 것과 전체적인 것의 관계, 인간과 사회의 관계이다. 민족심리학의 창시자인 라차루스와 스타인탈은 개별과 전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상호작용”으로 파악한다. 민족심리학은 민족의 삶을 심리학적 근원으로 소급한다. 이런 이유로 민족심리학은 “민족의 정신적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법칙들에 대한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민족심리학은 집합주의적이고 유기체론적인 특성을 지닌다. 짐멜은 민족심리학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이와 거리를 두며 독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짐멜은 인류학적 연구도 가치가 있지만 두 가지 사회의 개념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첫 번째로 사회라는 개념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데, 이 개념은 개별 현상들을 분리해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 번째로 특별히 사회적인 에너지를 통해서 현상들을 결정하는 사회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단순히 다향으로 발생하는 동일한 현상들을 가리켜서 사회적이라고 기술하며 통계적 동질성 및 동시성을 혼동한다. 181-182p.

짐멜은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연과학적 세계관, 구체적으로 구스타프 테오도르 페히너의 사변적 원자론에 주목하게 된다. 짐멜을 이를 통해 사회세계와 자연세계 모두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을 파악한다. 베버는 이런 측면에서 자연과학에서 개념자원을 차용한 짐멜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것은 베버의 오해이며 짐멜은 사회과학적 인식은 자연과학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선험적으로 개인의 영혼과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까닭에 사회과학의 기저에는 개념적으로 자아와 타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깔려있다. 사회의 최고단위는 바로 이들 두 원천형상과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더불어 짐멜은 사변적 원자론을 통해 민족심리학의 집합주의·유기체론적 특성을 극복하고 사회를 “단위들로 구성된 단위”로 간주하는 사회학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회의 영혼을 거기에 관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진행되는 상호작용의 합으로 해체시키는 것은 다음과 같은 현대의 정신적 삶 일반이 보여주는 방향이다. 고정적이고 동일하며 실체적인 것을 기능, 에너지, 운동으로 해체하고 모든 존재에서 그것이 되어가는 역사적 과정을 인식한다. 우리가 사회라고 명명하는 것에서 부분들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집들을 가지고 집을 지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짐멜은 페히너의 원자론에 의존해서 사회를 다수의 개인들의 사호작용의 합으로 해체시킬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구체적인 정신적·사회적 현상과 과정을, 전체적이고 단일한, 또는 통일적인 영혼이나 사회의 구조 및 본질과 법칙으로 소급시키던 당시의 전신과학 및 사회과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2) 이론경제학과 사회적 행위


막스 베버는 오스트리아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에서 문화과학과 사회학의 인식대상을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받는다. 칼 맹거는 개인들의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경제학의 인식대상과 기본단위로 규정한다. 경제란 그에게 다수 개별 인간들의 경제적 행위의 합과 다름없다. 이러한 맹거의 생각은 당시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의 집합주의적인 인식대상에 대한 비판이었으며 베버도 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막스 베버는 시장에서 진행되는 합목적적인 행위를 이념형적으로 이해하고, 그 위에 토대를 두는 사회질서를 행위론적으로 파악하는 인식의 범주를 한계효용학파의 행위개념에서 발견했다. 한계효용학파의 개념·이론 구성의 출발점은 목적과 수단을 지향하는 개별 인간의 행위이다. 이들에게 있어 서구 인간 유형의 경제적 성숙이란 구체적으로 주관적인 의미부여와 가치결단에 입각해 경제행위를 기획하고 조직하며 수행하는 인격체의 존재를 지칭한다. 베버는 문화과학과 사회학을 근대 서구 합리적인 인간유형과 행위유형의 토대 위에 구축한다. 즉 합목적성은 베버에게 방법론, 개념·이론의 구성, 실제적·역사적 연구, 그리고 실천의 문제에 대한 준거점이다. 또한 베버는 한계효용학파와 동일하게 근대 초기의 서구 경제 시민계층을 중심으로 근대적 삶의 개인·주체적인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발견한다.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이 현대 문화문제의 인식에 대해 지니는 이론적·문화사적 의미는 베버에게 개별 인간들의 유의미한 행위라는 범주를 좁은 경제영역의 테두리를 넘어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시키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 결과 베버는 행위, 행위의 전반적인 전제조건, 그리고 행위가 객관화된 결과물의 합을 가리켜서 문화하고 정의한다.

베버에게 개별 인간이야말로 “유의미한 자아행태의 한계이다 유일한 담지자이다.” 따라서 사회학은 모든 사회구조물을 “‘이해할 수 있는’ 행위, 다시 말해서 단하나의 예외도 없이 관련된 개별 인간들의 행위로 환원시키는” 과제를 지닌다.


2017.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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