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 1942~ )


마누엘 카스텔 정보사회학의 거장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 1942~)은 가장 권위 있는 정보사회학자, 커뮤니케이션학자로 통한다. 그는 사회학 전공자 제외한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다섯 번째로 많이 인용된 사회과학자이다(2000-2009년 사회과학자 인용지수). 그의 특징은 정보를 키워드로 한 방대한 저서, 독창적 개념어의 창안, 기술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범역의 경험적·심층적 참구, 탁월한 학문적 통찰력으로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는 현 시대에 대한 풍부한 내용과 처방, 그리고 유용한 분석적 도구를 제공한다.


컴퓨팅, 유비쿼터스, 이동통신, 생명공학의 혁명적 발전, 전자적으로 통합된 전 지구적 금융시장, 가상과 현실의 융합문화, 다양한 플랫폼, 전자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컨버전스 등과 함께 일어난 정보기술 혁명은 이제 우리의 일상적 삶의 조건들이다. 마누엘 카스텔에 의하면, 197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발전된 기술혁명은 우리가 생각하고 꿈꾸고 소통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고 거래하고 관리하는 방식, 살고 죽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마누엘 카스텔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신의 정교한 분석이 현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미래예측에 대한 강한 거부를 드러냄으로써 미래학자와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이는 정보사회학자는 아니지만 다른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나 지그문트 바우만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그럼에도 마누엘 카스텔은 정보시대 3부작(정체성 권력,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밀레니엄의 종언)과 더불어 현대사회의 특성에 관한 선도적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카스텔은 도시사회학자로 출발해서 정보사회학자, 미디어 사회학자의 길을 걸어온 사회학자이다. 1942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카스텔은 20세에 프랑코 독재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에 가담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196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법과 정치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1965년 알랭 투렌(Alain Touraine, 피에르 부르디외, 레이몽 부동, 미셸 크로지에와 함께 현대 프랑스 사회학의 대표적인 학자)의 지도하에 1967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곧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 부교수 및 도시사회학 연구조사세미나 지도교수 등을 역임하지만 68혁명에 가담하여 한동안 추방당한다. 이후 마드리드 자치대학교 등에서 계속 연구를 이어가면서 차츰 명성을 얻은 카스텔은 1979년 UC 버클리 교수로 임용되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 15개 대학 방문교수를 거쳐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애넌버그커뮤니케이션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윌리스애넌버그 석좌교수, 카탈루냐개방대학교 연구교수, MIT 기물 및 사회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후에 글은 그의 사상을 키워드로 간략하게 정리한다.


1. 네오 마르크스주의


마누엘 카스텔의 학문 경향은 마르크스주의 전통과 관련이 깊다. 그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옹호하고 경제결정론을 배격, 토대와 상부구조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강조한 알튀세르의 관점에서 학문 활동을 시작했다.


기술 패러다임 : 기술 패러다임은 카스텔의 메타 이론 프레임의 출발점이자 문명론을 구성하는 개념어이다. 카스텔은 네트워크 기반의 정보문명 출현을 설명하기 위해 기술 혁명을 기준으로 패러다임 단계론을 전개한다.


특별한 기술혁명은 문명적 전환을 촉발하는 근본적 힘이다. 이는 정보혁명의 핵심인 마이크로전자, 컴퓨터, 원격통신기술을 중심으로 나노기술, 유전공학, 기계공학, 기술 등 새로운 첨단 기술들을 연결하여 거대한 영역으로 수렴시킬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지식과 법적 제도, 도시, 기업 또는 노동 환경부터 인간의 일상적 경험 체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회구조로의 거대한 전환을 추동하는 힘이었다.


정보화주의는 정보통신기술 혁명으로 가능하게 된 정보가공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증대시킨 데 기초를 둔 기술 패러다임을 지칭한다. 카스텔의 기술패러다임 정의는 단순히 테크놀로지 자체의 혁명이 기술장(場)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의 물적 기반인 생산, 노동, 사회조직과 정치, 권력, 일상적 삶의 방식들, 가치관 등 사회 시스템 자체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환은 단순히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조직·문화적 변화를 포괄하는 문명적 전환과 같은 의미가 된다.


발전양식 : 정보적 발전양식은 지식의 질(지식 생산, 정보처리, 상징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에 따라 잉여 및 생산성의 수중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각 발전 양식은 구조적으로 결정된 상이한 목적 또는 수행 원리를 지니며, 이를 중심으로 기술적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조직된다.



농업문명

산업문명

정보문명

발전양식

농업적 발전양식

산업적 발전양식

정보적 발전양식

잉여(생산성) 증가 요인

생산 수단의 양적 수단 증가

신 에너지원 도입과 에너지 사용의 질

지식의 질(지식 생산, 정보 처리, 상징 커뮤니케이션)

기술 패러다임

전 산업주의

산업주의

정보화주의

수행원리

보다 더 많은 노동량과 생산 수단 동원 지향

경제성장(산출의 극대화) 지향

지식과 정보 지향



정보화주의


기술은 물질적 구조를 형성, 사회변화의 기본 동인이다. 카스텔의 이론체계에서는 경제와 기술 문제가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의식과 정치문제가 뒤따른다. 카스텔은 정보기술 혁명을 중심으로 사회의 재구조화가 일어나는 지형 변화를 읽어냈다.


정보통신 기술 혁명 : 카스텔은 현재의 정보기술 혁명의 태동기를 1970년대로 잡는다. 패러다임 개념에서 이야기한 것 같이 그 시기가 다양한 핵심 기술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포함한 기술적 발견과 확산의 자율적 역동성이 급속하게 분출된 시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발명, 마이크로 컴퓨터 개발, 애플2 시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마이크로컴퓨터 운영체제 생산 광섬유 등의 발명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네트워크 사회


네트워크 사회는 카스텔의 정보사회 이론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카스텔은 정보시대에서 사회의 주요 기능과 과정이 점차 네트워크를 둘러싸고 조직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정보시대를 네트워크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카스텔은 새로운 문명의 풍경을 구성하는 핵심인자가 네트워크이며, 네트워킹 논리가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면서 생산, 경험, 권력, 문화 등 삶의 전반 조건들이 새롭게 조정되고 있다고 본다. 정보기술 패러다임이 전자정보 네트워크를 따라 조직되는 새로운 사회구조, 네트워크 사회의 물질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는 네크워크 논리가 지배적인 정보화 사회를 의미한다. 카스텔은 정보시대의 사회적 특성을 식별하는데 네트워크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네트워크는 상호연결된 노드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노드는 선들이 상호교차하는 지점이다. 네트워크는 중심은 없고 노드들만 존재한다. 서로 다른 지점에 있는 노드들이 상호소통을 통해 새로운 노드들을 통합함으로써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네트워크는 개방성, 유연성, 종합성, 복잡성, 연결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상호소통성과 다중 노드 원리를 특징으로 한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사회의 지형을 구성하는 힘이다. 카스텔은 네트워크의 존재 유무, 네트워크 간 역학 관계가 지배와 변화의 핵심 원천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생활에서의 네트워크는 의사전달구조이다.


카스텔은 정보사회, 지식사회를 네트워크 사회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화 기술 패러다임을 토대로 정보통신기술로 에너지가 공급되고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새로운 사회구조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개방성·유연성·종합성·복잡성·연결성·상호소통성·다중 노드를 특성으로 네트워킹 원리가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가 됨으로 기업 조직, 생산과 소비 국민국가 노동 사회운동 정치 문화 자아의 재구성에 이르는 사회구조의 대대적 전환이 일어나고 네트워크 사회는 지구적인 동시에 지역적인 특성을 갖는다.


시공간의 원격화


정보화 문명의 혁명성은 시·공간의 혁명성과 맞물린다. 정보기술 혁명은 정주의 공간과 결빙의 시간 개념을 허물고 녹여 흐름의 공간, 무시간성의 시간으로 변형시킨다. 카스텔은 이를 흐름의 공간, 초(超)시간으로 개념화한다.


생산관계


정보기술의 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가장 우선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물질적 기초가 되는 생산관계의 변화이다. 산업적 사회경제 발전 모델이 위기에 처하자 자본주의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재구조화에 들어간다. 정보기술은 네트워킹, 원거리 통신 정보의 저장과 가공 노동의 유연화와 새로운 의사결정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자본주의의 출현을 촉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카스텔은 정보기술을 도구로 재편된 새로운 자본주의를 정보자본주의라 명명하고 정보자본주의의 생산과정, 노동, 자본의 새로운 특성들을 고찰해 생산관계의 변화를 제시한다. 포드주의 이후로 정보 자본주의의 특징은 생산성과 경쟁력의 근원이 지식 기반 정보를 효율적으로 생성·가공·적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정보화), 생산·소비·순환의 핵심적 활동은 물론 그 구성요소인 자본·노동·원자재·경영·정보·기술·시장 들이 직접 또는 경제행위자들 사이에 연계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적 규모로 조직되어 있다는 점(글로벌화), 지구적 네트워크 기반의 조직 형태와 정보기술 혁명 사이의 역사적 연계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네트워크화)이다.


권력관계


카스텔은 근대적 국민국가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네트워크 국가는 지구화된 세계에서 정치관리의 실제적 운영 단위가 국민국가, 국제기구, 국민구가의 연합체, 지방정부, 비정부기구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개념화된다. 전지구적·국가적·지방적 쟁점들을 협상하고 관리하며 결정을 내리는 다양한 수준의 거버넌스 유형들은 네트워크 국가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 국가의 출현과 함께 국민국가의 대응도 시작된다. 국민국가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첫 째, 국민국가는 서로 연합하여 국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둘 째, 국민국가는 지구적 이슈를 다루기 위해 유엔같은 일반적 목적의 기관부터 전문기관, 국제기구와 초국가기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셋 째, 국민국가는 권력을 지역정부와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NGO 참여채널을 개방하고 있다.


권력 : 카스텔의 권력 개념은 베버의 권력개념과 상통한다. 권력이란 다른 행위자들의 결정에 권력을 가진 자의 의지·이익·가치를 관철시킬 수 있는 비대칭적 관계 역량을 의미한다.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통용되는 세 개의 권력 개념을 제시한다.


네트워킹 권력(networking power) : 포함-배제의 원리로 작동하는 권력 형태이다. 지구화된 네트워크 사회의 핵심이며, 네크워크에 포함된 행위자와 조직의 권력으로서 네트워킹 권력이 네트워크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이나 개인을 지배하는 권력이다.


네트워크 권력(network power) : 배제가 아니라 포함의 규칙을 부과함으로써 행사되는 형태의 권력이다.


네트워크화된 권력(networked power) : 이 권력은 네트워크 사회에 소속된 여러 기관의 내재된 구조적 지배력이 지배적 행위자의 의지를 타인의 의지에 부과하는 역량으로 이해된다.


카스텔은 권력이 더 이상 국가와 자본주의 기업과 같은 상징적 지배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부·권력·정보·이미지의 전지구적 네트워크 확산되어 있으며, 가변적인 기하학과 탈물질화된 지리 시스템에서 순환하고 변화한다고 평가한다.


계급 재구조화


정보자본주의의 내적 원리는 유연성이다. 카스텔은 정보자본주의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하나는 자본·노동·정보 및 시장 네트워크가 세계 도처에서 유용한 기능, 인력, 지역성을 통하여 연계되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압력, 노동의 개별화와 분절화다. 이는 전통적 계급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노동 계급의 종말 : 노동 가치론의 폐기와 지식가치론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로 전통적 노동계급 감소하고 노동이 비육체, 여성 노동력으로 대체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전통적 노동계급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디어 정치


카스텔은 우리가 매개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 역시 그 매개된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정치는 근본적으로 미디어 정치’라고 확신한다. 현실적으로 미디어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정치는 주변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사회에서 권력의 형태, 권력 장악자의 소재와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당한 권력의 지배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권력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력은 제도화 된 미디어이다. 여기서 카스텔은 현대의 정치활동이 스캔들 정치에 역점을 둔, 매스미디어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음을 강조한다. 정부는 선전도구로 미디어의 사용을 보존하며, 인터넷은 새로운 정치도구이다.

카스텔은 뇌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와의 교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프로그래밍되는 과학적 사실을 네트워크 이론에 적용한다. 우리에게 현실은 객관적이지도 주관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내리고 싶은 결정에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마음상태이고, 시민 전체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들만이 국가에서 권력을 창출하고 정치 기관을 지속적으로 장악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 초래할 수 있다. 미디어 정치는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저항 권력에게 역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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