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이론의 다양한 맥락들, <오늘의 사회이론가들>
사회이론은 사회를 설명한다. 사회학의 장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사회를 설명하고 그 설명의 실효성과 정확성을 걸고 싸우는 일종의 각축장인데, 이 싸움에서 언제나 어떤 이론은 승리하고 어떤 이론은 패배한다. 이런 각축에서 승리하는 자들은 보통 ‘대가’의 위치를 선점하며, 사회이론이 교과서에 오르게 된다. 대가의 위치를 점하는 싸움에서는 이론의 내재적 힘뿐만 아니라, 이론 외적 요소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사회이론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었다. 공동체, 모임, 사회성, 친교 등의 긍정적 가치는 부정적 가치로 변모되었으며, 언택트의 사회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가 바뀌면 당연히 사회를 설명하는 이론도 변해야 한다. 사회가 그것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의 생활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 책, <오늘의 사회이론가>는 18명의 공동 저자가 참여한 저작으로 16명의 사상가를 다루고 있다. 큰 주제로 이 책은 1부 탈산업사회, 자본주의 세계체계, 2부 네트워크, 위험, 유동성, 3부 개인, 합리성, 소비, 4부 신화, 상징, 실재, 5부 몸, 일상, 감정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책에서 다루는 구체적 사회이론가는 다음과 같다. 다니엘 벨(탈산업사회)부터 리처드 세넷(자본주의와 불평등), 이매뉴얼 월러스틴(세계체계론), 마누엘 카스텔(네트워크 사회), 울리히 벡(위험사회), 지그문트 바우만(유동하는 근대), 니클라스 루만(체계이론), 제임스 콜만(합리적 선택이론), 레이몽 부동(일상적 합리성 이론), 조지 리처(맥도날드화), 질베르 뒤랑(신화방법론), 로버트 벨라(종교사회학), 피터 버거(실재의 사회적 구성), 도나 해러웨이(사이보그 페미니즘), 앨리 혹실드(감정노동), 에바 일루즈(감정 자본주의)까지.
이 책의 제목은 ‘오늘의 사회이론가’를 호명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에서 다루는 이론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미 타계했거나, 한 분야의 권위자를 넘어 지긋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론가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사회이론의 최신을 다루는 책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이론이 척박한 한국 사회의 풍토에서 지금껏 사회학의 정전(canon)에 가려 쉽게 접하지 못했던 사회이론가의 사상을 접하는 데에 있다. 서두에 코로나19의 상황을 언급했기에 이 책이 지금 사회에 해답을 주는 이론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나온 이론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시차를 갖는 이론이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다루는 이론가와 사상은 하나하나 적실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더욱더 다양하게 사회를 조망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내용이 굉장히 단단하다는 것이다. 18명의 필진이 참여했기 때문에, 한 사상가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사상가의 핵심을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쉽게 접하기도, 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접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사회이론가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고, 사회를 보는 다양한 관점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진지하게 추천할 만큼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책이다. 나의 경우에는 몸, 일상, 감정을 주제로 다소 생경한 이론을 다룬 5부가 특히 흥미롭기도 했고, 이렇게 정리된 정보를 처음 접했기에 큰 도움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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