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의 사회학, 『지식사회학』

전태국 선생님의 『지식사회학』을 읽었습니다. ‘지식사회학’이라는 사회학의 분야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데올로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서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1. 지식사회학: 이 주제는 굉장히 낯선 개념일 겁니다. 지식사회학이란 사상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지식의 여러 가지 사회적·존재적 조건을 탐구하는 사회학의 한 영역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맑스는 “인간의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하죠. 지식사회학을 사회학의 한 분야로 정립한 칼 만하임 역시 지식의 존재구속적 성격을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생각과 사회의 사상 등의 ‘지식’은 사물의 본질, 순전한 사유와 논리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담론 바깥의 상황과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지식사회학은 지식의 타당성과 사회와의 관계를 성찰한다는 측면에서 “사회학의 사회학”이기도 합니다.

2. 이데올로기: 사회학의 역사 속에서 다채롭게 정의되었던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주는 사상의 역량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곤 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데올로기의 부정적 측면에 주목합니다. 이데올로기는 진리를 왜곡하는 허위의식이며, 지배층의 기만과 지배욕망을 은폐하는 역할을 합니다. 맑스는 한 사회의 지배적인 사상은 언제나 그 사회 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 지배계급의 사상, 특별히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사회적 존재와 생산 관계에도 침투해 현실의 관계를 뒤바꾸는 허위의식으로 작용합니다.

3. 저자: 전태국 선생님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부하신 분으로 일평생 고전 사회학과 지식사회학에 천착하신 분입니다. 일찍부터 칼 만하임에 관한 연구를 하신 분이고, 독일에서 강의하실 정도로 독일 사회학에 정통한 분으로, 이 책은 그런 강점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4. 핵심과 내용: 이 책은 지식사회학의 역사를 맑스주의 전통에서 조망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의 지식사회학의 대상은 곧 이데올로기이며, 지식사회학은 이데올로기 비판을 수행하는 학문입니다. 책의 궁극적 목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리와 허위를 혼동하게 하는 원인인 특정한 인식, 이념,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맑스주의 전통의 지식사회학을, 이데올로기 비판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책에서는 5가지 지식사회학의 전통을 소개합니다. 첫째는 계몽주의에서의 이데올로기 비판으로 베이컨, 헬베티마우스·홀바하, 트라시, 나폴레옹·콩트, 포이에르바하 등의 인물을 다루며, 근대적 이데올로기론을 다룹니다. 둘째는 가장 중심이 되는 맑스·엥겔스의 이데올로기 비판으로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 다음에는 맑스주의 지식사회학의 계보로 레닌, 루카치, 그람시의 이론을 조망합니다. 이어지는 전통은 맑스 전통 바깥에 있는 독일 지식사회학을 다루는데 지식사회학을 이데올로기 비판이 아닌 존재와 사고의 가치중립적 관계로 파악하려고 한 막스 셸러와 칼 만하임을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고, 하버마스를 다루며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5. 느낌: 책 자체가 굉장히 밀도 있고 농축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만큼 충실한 책이고, 이런 단행본을 출간하신 저자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부르디외나 루만 등의 맑스 전통에 속하지 않은 지식사회학 작업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건데요, 이는 책에서 목표한 바가 아니었기에 책의 흠결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6. 대상 독자: 이 책은 난도가 높은 편으로, 해당 주제에 독서가 된 독자께서 읽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론적 훈련을 원하는 독자나, 맑스주의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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