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김덕영과 막스 베버의 사진(출처: 경향신문)

김덕영, 『막스 베버』

“이미 명백해진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즉 ‘베버의 업적은 사회과학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사회학은 베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정도다. 당대의 사회학은 물론 현대사회학도 모두 그의 재능에 도움을 받고 있다.”
- 루이스 코저(Lewis Coser)

“내가 보기에는 막스 베버야말로 사회학자 중 가장 위대한 사회학자이며, 심지어 나는 그야말로 ‘진정한’ ‘유일한’ 사회학자라고 말하고 싶다.”
- 레이몽 아롱(Raymond Aron)

사회학, 그중에서도 사회학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과장을 보태 막스 베버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아직도 걸음마가 서툰 내가 이제 아장아장 사회학도로서 걷기 시작할 때, 어떤 사회학자를 공부하든, ‘막스 베버’로 수렴되곤 했다. 앞에 언급한, 코저나 아롱의 언급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베버는 언제나 대문자 사회학자, 단 한 명의 사회학자였다.

한국의 독서계와 지성계에서도 여전히 중심의 지위에는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 사이에서, 사회학에는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아우구스티누스도, 아퀴나스도, 칸트도, 헤겔도, 후설도, 하이데거도 없고, 사회학과 철학을 비교하는 자체가 꽤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대적 근본 규정이라는 점을 비교할 때 사회학에는 뒤르켐과 베버가 또 루만과 부르디외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특별히 여전히 ‘우리 시대의 사회학자’라고 할 수 있는 루만과 부르디외 역시 베버의 작업에 크게 빚지고 있다.

김덕영 선생님이 쓰신 『막스 베버』는 한국어로 쓰인 막스 베버 개론서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1,000페이지 만으로는 도저히 베버의 지적 세계를 감당할 수 없었지만, 아마 한국어로 쓰인 베버에 관한 텍스트 중에 이와 비견될 만한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범위를 제한하자면, 연구서로서 전성우 선생님이 저술하신 『막스 베버 사회학』정도뿐이다.

이제 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던 때, 아무것도 쌓인 것이 없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던 시절, 김덕영 선생님의 『막스 베버』는 등대와 같은 책이었고, 한 번도 이 책을 보면서 후회한 적이 없다. 이 정도로 베버를 깊이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베버의 세계를 망라하는, 그러면서도 비교적 쉽고 적확한 서술을 특징으로 하는 책이 한국어로 쓰였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일부터는 김덕영 선생님과 사회이론강좌 나비를 통해 막스 베버 공부를 시작한다. 선생님 책을 본지 적어도 5년 정도는 되었던 시점, 2020년 4월 28일에 선생님과 처음으로 오랜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마련되었다. 나는 내가 가진 20권도 넘는 김덕영 선생님 저작 중에 단 두 권, 『막스 베버』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들고 갔다. 이 책은 그만큼 내게 의미 있는 책이다. 더불어 현대 사회학은 물론이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설명하는 데 큰 빚을 지고 있는, 사회학을 넘어 지성사의 거인인 베버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은 보물과 같으며, 베버에게 이르는 가장 신뢰할 만한 또 가장 바른 길임을 말씀드린다.

 

베버를 공부하면서 드는 의문들이 거의 모두 이 책을 통해 해결된다. 선생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