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오해와 진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하 신교 논문)은 사회학사와 인류 지성사에 있어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러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명성만큼 크게 오독된 책이기도 하다. 베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이 책을 두 편의 논문으로 작성한 것이고, 이후 논쟁 속에서 책의 내용과 자신의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책을 오독한 대부분은 제대로 베버를 공부하지 않고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해 1. 근대 자본주의는 칼뱅주의가 만들어냈다: 보통 많은 사람이 이렇게 도식적으로 이 책을 이해하곤 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칼뱅주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베버가 이 책에서 실제로 논증하고 싶었던 것은 칼뱅주의와 자본주의의 기계적인 일대일 인과관계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자본주의 정신’의 다양한 인과 요소 중 하나로 칼뱅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베버는 이 책의 연구대상인 사회/국가에서만 자본주의가 생겨났다고 하지도, 자본주의 정신이 칼뱅주의에서만 도출될 수 있다고 하지도 않았다.
오해 2. 베버는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싸우는 관념론자이다: 이 오해는 이 책보다 유명한 것 같다. 우선 베버(1864년 생)는 마르크스(1818년 생)가 중년일 때 태어났다. 베버와 마르크스는 동시대의 지식인은 아니었다. 베버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발전된 과학의 업적으로 생각했으며, 동시에 이 시대 지성의 대부분이 마르크스와 니체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베버는 마르크스가 아닌 동시대의 지식사회에서 발생한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집필했고, 스스로가 생각 이상으로 유물론적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베버가 마르크스의 모든 걸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에 반대했다.
오해 3. 미국의 자본주의 발전에 감동해서 쓴 글이다: 베버는 1904년 미국에 다녀온다. 이 신교 논문은 1904, 1905년 두 해에 걸쳐나온 두 논문의 모음인데, 베버는 미국에 가기 전에 이미 1부의 원고를 투고한 상태였고, 2부는 미국에 다녀온 지 6개월 만에 출간됐다. 이 논문은 이미 미국 여행과는 상관없이 작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베버도 각주에 2번 정도 미국을 언급할 뿐이다. 다만 이후에 베버는 미국에서의 경험과 관련된 논문을 두 편정도 작성한다.
오해 4. 베버의 가족사가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이 오해는 앞선 오해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베버의 가족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인데, 베버의 아버지는 방탕한 삶을 살던 부르주아였고, 어머니는 경건하고 엄격한 칼뱅주의자였다. 이런 개인적 영향으로 이 책이 쓰였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결정적으로 베버의 어머니는 근대 자본주의의 담지자 집단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주장은 설명력을 가질 수 없다. 베버의 어머니는 근대적 직업노동을 수행하던 시민계층이 아니다. 그것보다 베버는 당시 독일 지성계의 에버하르트 고트하인, 베르너 좀바르트,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옐리네크, 에른스트 트뢸치 등과의 교류 및 논쟁을 통해 문제의식을 형성시켜 작업했다는 것이 더 타당하다.
베버는 보통 이런 유치한 오해를 통해 소개된다. 이 책이 고난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베버에 대한 한국어로 된 제대로 된 자료가 없었던 점에서도 일부 면죄부를 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김덕영 선생님에 의해 제대로 번역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이후에도 어떠한 갱신이 없다는 것은 지적으로 게으르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땐, 가격이 부담되면 다른 번역본을 보더라도 가능하면 함께 김덕영 선생님이 쓰신 해제를 참고하라고 하는 편이다. 특히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베버는 열린 사람이었다. 그는 학문의 목적이 끊임없는 진보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학적 작업 역시 ‘탈주술화’될 것이며,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베버와 그의 사회학적 유산이 한국에 제대로 자리 잡길 바라고, 이를 기반으로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은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도서출판 길, 2010에 실린 김덕영의 해제를 통해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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