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문제에 균형 잡기 <원자력 논쟁: 원자력 전문가가 직접 알려준 찬반의 논거>
2021년 폭염이 시작되면서 전력 수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작년만 해도 이상 기후의 여파로 8월 기온이 6월 기온보다 낮아지면서 전력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고 원전/탈원전 논쟁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관련 문제에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고 싶어서 <원자력 논쟁>이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이 책은 2015~2016년 진행된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진행된 ‘정책 대 정책 포럼’의 내용이 골자가 된 책입니다. 정책 대 정책 포럼은 찬핵과 탈핵을 주장하는 양 진영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첨예한 입장을 드러내며 치열하게 토론한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첨예한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한편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포럼에서는 원전을 둘러싼 5대 핵심 현안, 5대 쟁점을 설정해 논의를 진행합니다. ‘원전의 민주적 절차성’, ‘기후변화 및 에너지 수요 대응 측면의 원전 필요성’, ‘원전의 안전성’, ‘원전의 경제성’, ‘에너지 전환 관점의 원전 필요성’이 그 핵심 현안입니다. 책의 구성은 5개 쟁점을 기준으로 양 진영의 전문가가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는 발제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주제인 ‘원전의 민주적 절차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전의 민주적 절차성에 있어 긍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양재영 교수(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는 원전 관련 정책 결정에 있어 원자력 전문가의 부재를 문제로 꼽고, 한편으로는 시민단체의 윤리 확립을 강조합니다. 다른 한편 이영희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과 – 과학기술 및 거버넌스 전공)는 기술 건정성뿐만 아니라, 절차적 공정성 역시 중요하며 전문가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및 시민과학 증진 등을 강조합니다.
원전 안전성 문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안전성을 옹호하는 입장의 백원필 부원장(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발전 방식이 화력, 수력, 가스발전에 비해 사고사 및 암 사망률 리스크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설비 및 매뉴얼을 통해 원전의 위험을 통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김연민 교수(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는 안전을 고려할 때에는 제한적 시설 뿐 아니라 우라늄의 체굴부터 폐기까지 의 전과정에서의 안전을, 그리고 기존 원자력 공학은 인적 오류의 부분을 생략하고 시스템을 설계했으며, 사고 발생 시나리오에서도 원전 접근 가능성을 고려하지만 실제로 이는 현실성이 없음을 지적합니다.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여러 쟁점을 시종일관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에 관련해 공인된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넷에는 정보의 홍수가 있지만, 그중에 검증된 지식은 적은 편이죠. 그래서 믿고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서문에서도 언급되듯 정권 교체로 원전 정책의 기조가 변했으나, 책에서는 원론적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변화된 원전 정책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법 같습니다.
책에서 의사에 관계 없이 합의된 공통분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력 발전의 안전 운영을 위해 제도 개선 및 정상 사고(normal accident) 최소화를 위한 운영자 프로그램 강화 2. 올바른 주민 수용성 파악을 위한 공론조사의 정상화와 체계 마련 3. 정보공개의 확대 4. 원전 인근 주민의 피해 및 전력 소비자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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