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과 사회학, 『음모론의 시대』와 곁가지.
이 책, 『음모론의 시대』는 음모론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분석이 담긴 책이다. 사회학자 전상진 선생님의 책으로 이 책은 본격적인 학술서적이라기보단 교양서적에 가까운 책 같다. 책에서 음모론은 ‘정치적’ 음모론에 초점을 맞추어 때로는 저항의 불쏘시개이면서 때로는 저항의 분쇄를 정당화하는 음모론의 역설적인 ‘효용’을 분석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책에서 저자는 음모론의 진위를 가르는 심판자가 아닌 음모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실재들을 다루는 관찰자로서 음모론을 다룬다. 책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고, 또 많은 예시를 통해 이루어졌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큰 진입장벽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추천하는 책이다.
오늘은 책 자체보다 책의 프리퀄에 해당할 수 있는, 베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 책은 베버의 종교사회학, 그중에서도 ‘신정론’을 다룬 이론을 토대로 음모론을 분석해간다. 음모론은 오늘날의 신정론의 모습이기도 하다.
교회용어사전에 의하면 신정론이란, “‘신’(神, 데오스)과 ‘의’(義, 디케)를 뜻하는 두 헬라어의 합성어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해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선하심을 변호하려는 시도. 일명 '신의론'(神義論)이라고 한다. 즉, 하나님이 존재하시는데 세상이 이처럼 모순투성이인지, 왜 계속 죄악이 맹위를 떨치는지, 그렇다면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 맞는지 등의 문제를 다루는 신학적 입장”이다.
근대 사회를 분석하는 학문적 구상으로서 ‘문화과학’을 제시했던 베버에게 문화과학의 선험적 전제가 되는 조건은 “주관적으로 입지를 정하고 행위하며 이 행위에 대해서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지와 능력을 소유한 문화인간”이었다. 베버에게 인간은 “인식의 나무를(선악과) 먹은, 문화시대의 숙명을 공유”하는 인간이다. 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한다.
욕망과 현실, 기대와 결과 사이의 간극에서 인간은 이런 부조화를 견뎌낼 합리적인 의미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착하게 살면 보상을 받는다고 믿는 사람이 착하게 살아도 보상을 받지 못할 때, 성서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악인이 형통할 때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인간은 이 간극을 견디기 위해 합당한 설명을 필요로 했다. 언제나 고통은 그 자체로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이유가 없고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렇듯, 고통과 불평등한 복의 분배는 설명을 필요로 했다. 인간은 행복보다는 의미를 먼저 추구한다. 그런 간극을 설명하는 정당화하는 역할로서 신정론이 작용했다고 베버는 분석한 것이다. 베버는 이러한 합리적 이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뿌리뽑을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신정론의 자리에 음모론을 적용한다. 우리가 어떤 고통을 설명할 때, 이전에는 신정론이 그런 역할(동양에서는 업보가 그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을 했지만, 근대 사회에서는 정치 이데올로기와 음모론이 기대와 현실의 간극과 고통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써 작용하는 것이다. 이 책은 칼 포퍼처럼 음모론을 심판하거나 편집증적 인간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잔존하는 종교의 ‘사회적 쓸모’를 관찰한 베버처럼 음모론의 사회적 쓸모와 이것의 사회적 효용을 재밌게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은 세월호라는 비극과 그 사건의 간극 속에서 의미를 추구하며 이를 이해하고자 했던 사회의 분위기에서 쓰인 책이다. 저자는 그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그때의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게 글을 쓴 것 같았다. 6년이 지난 오늘 사람들은 오늘날 벌어진 기대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이 사건의 괴리감을 해결할 새로운 책임자과 희생양을 색출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적 맥락에서 이 책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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