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 출판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선물 받았다. 사회에 큰 사건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책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그럴 때 나오는 많은 책은 사실 급하게 준비된 책이고, 내용보다는 이슈에 중점을 두다 보니 보통 질 좋은 책이 되기 어렵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경우에도 저런 이유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봤는데, 책 내용이 좋아서 알리고 싶은 마음에 리뷰를 쓴다.
우선 책을 보기 전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필진이었다. 이 책의 필진은 사진에 따로 첨부했듯, 매우 다양한 영역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간호사, 의사, 작가, 사회복지를 공부한 작가, 정신건강 전문가, 보건학자, 신학자, 여성운동가, 한국학자, 수의학의 공부한 가축위생방역 관료, 신경인류학자 등이다. 모든 필진이 각자의 영역에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필진은 내용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한다. 책은 코로나 환자를 직접 간호한 간호사의 경험담, 대구 지역 의사의 경험담, 일본의 코로나 대응, 사회적 약자가 겪는 코로나 이야기, 코로나가 남긴 트라우마의 문제, 단순히 생물학적 질병이 아닌 ‘사회적인 것’으로서의 코로나, 코로나와 자본주의 문제, 코로나와 종교, 코로나와 젠더, 코로나 이후 아시아인 인종차별, 기후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문제, 인류와 전염병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하면서도 깊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필진이 가진 각 영역의 전문성 때문일 것이다. 이를 통해 책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만듦새가 엉성하지 않고 준수한 수준의 이야기로 일관되게 구성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은 코로나를 몸으로 겪은 체험에 가깝다면 이후는 사회와 체제 수준의 문제를 다루고, 끝에서는 인류와 감염병이라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코로나 이후를 다루고 있다. 또 이 책이 유익한 것은 코로나 이후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된 한국 사회에 찬사만 보내기보다는 비판을 견지한다는 데에 있다.
책의 다양한 글 중에서도 나는 두 가지 글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우선 코로나 19 확진자를 간호했던 김수련 간호사 선생님의 수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이런 글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써지는 글이기에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큰 관련이 없었던 나의 공포와는 다른 생의 감각이자 기억이었을 것이다. 한 편으로는 코로나 19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총선을 통해 과잉 정치화된 반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에 있어서는 과소 정치화된 부분을 지적하는 김창엽 선생님의 글은 여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 것 같다. 박철현 선생님이 쓰신 “사요나라 니폰”의 경우에는 다른 글에 비해 문제의식이나 일관성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 글을 포함해도 전반적으로 좋은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 담론을 다루는 책으로는 이 책을 유일하게 읽어봤지만, 내 생각에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이 주제를 다루는 책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공저인데도 필진 사이에 구심점은 하나도 없는 이런 기획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역량일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필진을 섭외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기획/편집해서, 코로나 19 이후 “국뽕”에 빠진 한국 사회에 포스트 코로나 담론을 정리, 소개함으로써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여전히 소외된 것, 개선해야 할 것을 문제화 해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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