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떤 번역본을 읽어야 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번역본을 고르는 팁을 방출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번역자의 노고다. 나는 그저 취미생활로 조금씩 번역하는 수준인데, 그런 사소한 번역을 하면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문장의 전체를 살리자니 한국어로 뭔가 안 들어맞고, 의역하자니 찜찜한 그런 상황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인데, 그런 작업을 하고 계신 번역자께 리스펙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우리가 번역본을 선택할 만큼 다양한 역본이 나온 책은 보통 고전이다. 고전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고, 또 저작권이 풀려야만 복수의 역본이 나올 수 있기에 오래된 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고전은 보통 “현대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인 오래된 책”이다. (한국의 고전 역시 현대 한국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하다.)

1. 번역가 확인: 번역가를 확인하는 건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번역된 고전은 중역본이 많다. 중역이란 한 번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에는 특히 영어·일어 중역본이 많다. 중역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역할 경우 의미가 소실될 가능성이 커서 가능하면 원어를 번역한 책을 보는 게 좋다. 또 고전은 대개 오래된 책이라 해당 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의 번역을 보는 게 좋다. 한국도 중세국어와 현대국어의 차이가 있듯, 현대 프랑스어와 중세 프랑스어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까닭에 번역자가 원전의 언어를 할 수 있고, 해당 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게 좋다.

*전문가 번역과 번역 전문가 : 곁가지로 번역가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번역은 해당 주제나 작품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학자나 전문가의 번역이고, 번역 전문가는 번역 훈련을 받아 전문적으로 번역을 직업으로 삼아 활동하는 분을 가리킨다. 나는 고전은 전문가 번역으로 보는 편이고, 현대문학이나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의 경우에는 번역 전문가의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2. 출판사 확인: 역서를 준비하시는 선생님과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선생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번역자께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선생님이 “그 출판사에 글 맡기셨으면, 그냥 마음 놓고 계셔도 편집자님들이 글을 잘 편집해주시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하셨다. 편집을 단순히 교정/교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편집은 그 이상의 작업이고 2차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번역서에도 편집자의 역량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번역본을 선택할 때는 출판사 역시 중요하다. 이 출판사는 어떤 책을 출간해왔고, 그래서 이런 책도 전문적으로 편집할 역량이 있을 것 같다/없을 것 같다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출판사 책의 퀄리티를 가늠해보면 적어도 일정 수준의 결과물은 나오겠지, 추측할 수도 있다.

3. 직접 확인, 비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원전과 번역을 직접 비교해보거나, 역본 여럿을 원전과 비교하는 방법이 되겠는데,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기는 하지만 이건 품이 매우 많이 들기에 추천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정말 애착이 가는 책은 그렇게 해보면 좋은 경험도 되고, 번역본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에 번역본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4. 지인 찬스: 끝으로 좋은 것은 지인 찬스다. 해당 책에 식견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학교에 다닐 때 서양 고대철학, 칸트, 비트겐슈타인의 책 중에 역본이 다양한 책은 학교에 해당 전공을 하신 교수님께 여쭈어 책을 골라보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공부하는 친구를 통해서 이 책 번역본 여러 개던데 무슨 책이 좋냐고 물어보면서 책을 고르기도 했다.

사실 번역본 고르는 팁을 얘기하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출판사와 『철학의 위안』, 『팡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군주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내가 역서를 어떻게 골랐는지도 쓰려고 했는데… 분량도 내 능력도 부족해서 2편에서 다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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