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중항쟁과 주목할 책들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이다. 이 사건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가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일으킨 국가폭력이자, 이에 맞서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민주화를 위해 저항한 민중의 항쟁이다.

사건의 근원에는 이승만-박정희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학살, 국가폭력과 박정희부터 가속화된 지역 차별주의가 있다. 지역주의는 박정희가 권력을 영속화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으로 영남을 향한 특혜, 호남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고 박정희도 호남발전을 위한 국가기관을 설치할 정도로 이 차별은 강력했다. 실질적으로 작동하진 않았지만.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중국의 천안문 항쟁은 이후 연속성 있게 민주화 운동을 추동하지 못했고 결국 중국은 엘리트주의 국가가 되었으며, 현재 시진핑은 헌법을 수정해 장기집권을 시작했다. 한국과 비슷한 발전(개발)국가인 싱가폴은 리콴유의 아들이 권력을 세습했는데, 아마도 한국에 광주민중항쟁과 이를 시원으로 한 연속적 민주항쟁이 없었다면 한국의 민주화 역시 요원했을 것이다.

5월의 광주를 다룬 책 중에 가장 추천할 책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다. 1985년 발간된 이 책은 광주민중항쟁을 ‘폭동’에서 ‘항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저작물이다. 전남사회운동협의회가 당시의 증언, 기록을 조사해 출간했고, 광주항쟁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구판은 출간 당시의 사회적 환경 때문에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개정판은 분량이 약 2배 늘었고, 사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완성도 있는 작업이 되었다. 광주항쟁의 전모를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광주항쟁을 볼 수 있는 책으로는 이미 소개한 김영택, 『5월 18일, 광주』가 있다.

『철학의 헌정』은 칸트철학의 권위자이자, 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진 김상봉의 저작으로, 광주항쟁을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철학서일 것이다. 저자는 광주항쟁의 유일성으로 ‘공동체’를 추출하고, 그것을 김상봉 고유의 철학 개념인 ‘서로주체성’과 결합하여 광주항쟁을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정치철학, 신학, 예술철학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광주항쟁을 해석함으로써, 광주항쟁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지금부터 소개할 책은 여건상 구매하지 못했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둔, 구매할 책들이다.

이정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에서 발간한 『광주, 여성』은 광주항쟁을 경험한 여성의 경험을 구술채록한 기록물로서, 광주항쟁의 역사 속에서 주변적으로 인식되었던 여성을 주체적으로 다루는 작업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서술된 광주항쟁의 기록이다.

역사학자 노영기가 집필한 『그들의 5.18』은 항쟁의 주체였던 민중의 입장이 아니라, 군(軍)을 중심으로 광주항쟁의 이면을 살피는 책이다. 방대한 군 자료를 바탕으로 군대의 정치적 동원이 국가폭력, 구체적으로는 박정희의 유산임을 지적하고, 광주에서의 잔혹한 학살이 가능케했던 군 내부문건을 통해 이 사건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배태되어 나타난 사건임을 실증하고 있다.

광주의 방송기자, 김철원의 『그들의 광주』는 광주항쟁과 87년 6월 항쟁이라는 연속성 안에서 광주를 끊임없이 환기하며 민주화운동을 이어갔던, 그리고 역사 속에서 잊힌 10명의 평범한 사람을 다루는 책이다. 그 평범한 사람의 작은 외침이 만들어낸 민주화의 역사를 다루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5·18 광주 커뮤니타스』는 한국 종교사회학에서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강인철 선생님의 책으로 인류학의 개념인 ‘리미널리티(경계/전이/잠재적 상황)·커뮤니타스(사회적 상호관계)·사회극’을 통해 광주항쟁을 재해석함으로써, 5월의 광주가 가진 ‘의의’를 끌어내며 이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책이다.

책 이외에도 망월동 묘역을 직접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라 생각한다.

현재는 언제나 논쟁적인 무엇이다. 광주민중항쟁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미래통합당에서도 광주항쟁은 민주화의 유산임을 밝혔다. 하지만 그 전두환마저도 거부하는 북한군 개입설을 아직 믿는 사람도 있다. 민주화 이후 5·18청문회에서 피해자 여성에게 “경상도 남자와 결혼하라”고 한 유수호라는 정치인이 있는데 그는 유승민의 아빠다. 또 5·18의 외신 자료가 유일하게 상영되지 못한 지역은 대구이다. 여전히 호남에 대한 야만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광주항쟁을 생각하며 지역(차별)주의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을 서서히 공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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