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의 민중항쟁은 “신군부라는 마피아적 정치군인집단이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무고한 광주 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벌인 살인극에서 빚어진 것이고, 이에 가만히 앉아서만 당할 수 없는 광주시민들이 생과 사를 초월해 저항한 투쟁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685쪽.

이 책의 저자, 김영택 선생님은 1980년 5월 18일, 취재기자로 광주에 가게 된 이후 끊임없이 5월의 광주 문제에 천착했다. 중요한 진상규명위원회의 자리에도 참여한 목격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예순이 넘어 광주 5·18을 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석사·박사 과정에 진학해 연구했고, 이 책은 그 결실인 박사논문을 단행본에 맞게 출판한 책이다. 그리고 이 논문은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 조동걸, 서중석 선생님, 한국정치 전문가인 정해구 선생님의 지도를 통해 탄생한 최초의 5·18 박사논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5·18 광주의 살육과 항쟁의 원인과 전개, 그리고 역사적 성격을 구명하기 위한 것이며, 5·18의 학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신군부(전두환 정권)가 정권을 확립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사건임을 논증한다. 이 책은 서론·결론과 함께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서론에서 저자는 책의 대략을 개괄하고, 기존의 성과를 종합하며 이 책에서 다룰 문제를 구체화한다. 이어지는 1장에서는 5·18이 발생할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을 박정희부터 시작된 지역차별주의와 이승만부터 시작된 국가폭력의 맥락에서 조망한다. 이런 지역차별주의와 국가폭력의 정점에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5·19광주민중항쟁이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사건의 발발과 이에 대응한 광주시민의 ‘민중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민중화란 ‘선량한 시민’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의에 항거하는 주체로의 변화를 가리킨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계엄군이 1차적으로 철수했던 시기부터, 다시 주둔하게 된 27일까지의 사건들을 기술하는데, 이중에서 “복면부대와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의 진실”을 다루는 장은 기존의 극우주의자의 왜곡을 반박하고 있다. 다음 4장은 ‘5·18 이후’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사건 이후에 있었던 광주에 대한 의미규정과 과거사 청산 문제를 다루고 결론에서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말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일단 이 책은 5·18에 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일 것이다. 저자는 사건의 구체적인 시간, 분 단위까지 기록하며 진정성 있게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사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명명은 정치권에서 합의한 이름인데, 김영택 선생님이 규정하듯, 나 역시 이 사건을 ‘민중항쟁’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시민항쟁’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5월 18일부터 약 10일간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민주화운동’이라고만 칭하기 어려운 다양한 측면의 근대적 개인의 기본권(일례로 생명권)을 가지고 싸운 투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5·18에 관한 극우주의적 왜곡 및 음모론의 근원에는 ‘김대령’이라는 사람이 있다. 변희재는 “5·18은 폭동이라는 건 미국 박사가 주장한 겁니다”라고 하곤 하는데 그 미국 박사가 김대령이고, 김대령은 미국의 한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역사학의 전문적 훈련은 전무한 사람이며, 그가 인용한 사료 역시 현실성 없고 엉터리라 제대로 된 공론장에서는 진지하게 언급되지도 못할 수준이다.

우리가 5·18을 다시금 호명하고 애도해야하는 이유에는 애도와 추모 그 자체로서의 의미도 있겠지만, 5·18을 통해 국가와 개인의 기본권, 근대적 시민의 권리를 다시금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5·18은 이후 민주화운동에 근원으로 자리잡는데, 5·18 전후로 한국사회를 분할하는 것도 유의미할만큼 한국의 민주화에 5·18이 미친 영향은 크다. 중국은 텐안먼 이후 중국 민주화 운동을 확대시키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5·18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촉발·확대시켰고, 이를 통해 한국은 아마도 중국과도, 또 싱가폴과도 다른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책은 기존 역사서와는 다르게 드라이하지만은 않다. 사실을 빼곡하게 나열하면서도, 군데군데 저자의 파토스가 묻어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사건을 목도했던 한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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