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6살 정도부터 책을 모은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모은 건 한 스무 살 전후이고요. 아무래도 장서가(藏書家)이다 보니, 책은 계속 쌓여가는데 공간은 한정적이고 그래서 서재는 물론이고 제 방까지 책으로 가득합니다. 서재 정리를 포기한 지도 오래고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에 이 책, <책 정리하는 법>을 읽게 됐습니다.
먼저 출판사에 관해 이야기해볼게요. 이 책은 <유유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유유출판사는 "중국, 고전, 공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1인 출판사이고요, 전체적으로 얇지만 단단한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는, 주목하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유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하고요, 유유의 책을 여러 권을 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분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조경국 선생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헌책방을 다니시면서 책을 모으기 시작한 장서가이시고요, 결국 쌓이고 쌓이는 책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현재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책방을 만드실 때 가지고 계셨던 장서가 8,000권이었다고 하니 저는 장서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 소개에는 쓰지 않으셨지만 기자로 일하셨던 경험도 있으신 만큼 글 자체가 명료하고 편하게 읽힙니다. 무엇보다 제가 느낀 조경국 선생님은 책을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책 정리하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을 정리하는 방법'은 매우 포괄적입니다. 저는 '책 관리하는 방법'도 제목으로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책을 정리하는 방법들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술들로 가득합니다. 아내 분께 "제발 책 가지고 나가라."라는 말을 들은 저자분은 온전히 책을 둘 장소를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제 기대보다도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다루는 주제들은 서재, 서가(책장), 책을 정리(분류)하는 방법, 책을 운반하는 방법, 책을 싸는 방법, 책을 특별하게 보관하는 방법, 책을 보수하는 방법, 그리고 끝으로 책을 처리하는 방법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일례로 서재를 다루는 대목에서 저자는 서재에 관한 여러 독서가의 이야기와 함께, 서재에 적합한 방, 커튼, 독서대, 책상 등은 어때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책의 3장은 '남의 서재 엿보기'인데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저자분께서 책을 정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대목이었습니다. "무언가 애착을 가지고 수집한다는 건 자신의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공간을 내어 준다는 건 꽤 힘든 일입니다. 끊임없이 비용과 에너지를 써야만 하니까요." 예,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에게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고 내 무언가를 내주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껏 책을 모으고 읽으면서도 순전히 책에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또 완벽한 서재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고요, 그리고 지금 있는 서재도 책에 나온 방법들을 통해 몇 가지 부분을 조정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책장이 정리되면 책장정리 방송이나 포스팅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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