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이 책은 인문고전 독서법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반부에서는 위인들의 독서를 예로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후반부에서는 고전독서법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부분(그나마): 제가 느끼기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는 고전독서가 중요하다는 것뿐인데요,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고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도 동의가 안 되기 때문에 솔직히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문제점
1. 인문학 만능론: 이지성은 역사의 위인들은 모두 고전독서를 했기 때문에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고전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합니까. 이지성의 주장은 이런 주장과도 같습니다. “조선시대 성공한 인물들은 모두 사서삼경을 읽었다” 맞는 말이겠죠. 그때 당시에 유학 공부는 지금으로 치면 수능공부 같은 겁니다. 이지성의 예로 삼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과연 인문학 공부만해서 그렇게 됐을까요? 부모의 재력과 교육수준부터 다른 많은 변수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시의 신분적 특성상 인문공부로 지배층이 됐다기보단 지배층만 인문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인문학의 어원부터 그렇죠. 그런데 이지성은 지속적으로 인문학 공부가 무슨 모든 문제의 마스터키,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일명 ‘약팔이’를 하죠. 이지성이 사실이면 인문대생들이 세상을 지배했어야죠.
그리고 중요한 건 상류층의 고전교육이 하나의 하비투스, 그러니까 사회적이고 계급적인 습관에 의한 거라는 사실을 이지성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첨부된 사진처럼 진짜 하버드 보내는 집은 공부 저렇게 안 시킵니다. 고전교육을 할 때, 책에 예로 나오는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사람들은 이미 부모도 어릴 때부터 그리스·라틴어 하고 고전을 읽어온 사람이라 나오는 자연스러운 습관 같은 것이지 인위적인 것이 아니죠. 이런 걸 문화자본이라고도 하고, 사회학에선 한국에서도 문화자본이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느냐라는 질문에 찬반의 논쟁이 존재하고, 오히려 고급적인 취향의 독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의외로 꽤 있습니다.
2. 인문학 공부의 목적: 저는 이지성 씨가 그렇게 인문고전을 강조하면서 겨우 그걸 통해 한다는 게 상류층 되기, 지배층 되기라는 게 너무 한심했습니다. 인문고전 읽고 한다는 게 고작 지배층이 돼서 누군가를 지배하자는 겁니다. 저는 저런 이유라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다릅니다. 이유는 글로 한 번 써볼게요.
3. 저자의 역량: 이지성은 원전을 읽으라고 하는데 정작 참고문헌에는 원전이 한 권도 없습니다. 본인도 못 읽으면서 뭘 가르치겠습니까. 그리고 사진을 보면 이지성이 본인은 논어를 읽으면 이렇게 읽겠다고 써놓은 건데 이걸 가지고 고려대 한문학 박사과정에 계신 선생님께 어떻게 생각하시냐, 여쭤봤습니다. 일단 저기 나온 책들이 다 번역된 것도 아니어서 한문으로 읽어야 되고, 몇 권은 책이름마저 틀렸으며, 몇 권은 한 권 읽는 데만 각잡고 5년은 걸린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도 전문가 기준으로요. 그런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저런식이면 도대체 누가 논어를 읽을 수 있을까요? 저거 주워들은 걸 겁니다. 아무 것도 모르니 부리는 허세인 겁니다. 저런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중간 중간 나오는 지식들도 빈곤하고 형편이 없습니다.
이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승리주의·교육열망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충족시켜주니까요. 좋게 보신 분께 죄송하지만 정말 문제가 많은 책 같습니다. 더 많이 비판할 수 있지만 분량제한이.. 어쨌든 전형적인 약파는 책이고요, 관점 이전에 사실관계와 근거 자체가 너무 빈약합니다. 안 읽으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가능하면 주변에도 이 사람 책을 읽지 말라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이 책의 대안이 될 도서들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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