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앞서: 제가 “최초”로! 도서지원을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금껏 조건이 안 맞아서 계속 제의를 고사했습니다. 여러분들께 접근하기 쉬운 책을 소개하려고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이 책의 공동저자이자, 출판인이신 박지원 선생님께 서평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서평을 쓰기로 했습니다.

2. 핵심: 이 책은 우리시대의 ‘르네상스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적 법학자 박홍규 선생님과 박지원 작가의 대담으로, 성찰적 지식인 박홍규의 사유와 독서 편력을 말로써 드러내는 책입니다. 박홍규라는 지식인의 정신과 사유, 그리고 현실의 생생한 문제들과 독서를 통해 치열하게 만들어진 그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3. 저자: 이 책은 공저인 책입니다. 우선 박홍규 선생님은 제게 전문인보다는, ‘르네상스 지식인’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분입니다. 노동법 교과서를 집필하실 정도로 전공 노동법 분야에 학적인 성과를 내는 학자, 동시에 강단만이 아닌 현장에서 실천하는 운동가, 법학 뿐 아니라 <오리엔탈리즘>, <감시와 처벌>, 루쉰, 톨스토이 등을 번역한 번역가, 다양한 문제에 기사·단행본·논문으로 이야기하는 저술가시죠. (저술·번역하신 성과물이 150여 권 되시는 분입니다.) 한국사회에서 흔치 않은, 모범적 지식인상에 적합한 분이셨죠. 다른 저자 박지원 선생님은 <아이돌을 인문하라>, <산책하는 마음>의 작가이시며 출판인이신데요, 책 자체가 ‘박홍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지만 박지원 선생님은 박홍규 선생님의 광활한 지적세계를 이해하고 계셔서 대담의 수준 자체가 시종일관 높게 유지되고 동시에 왜 이 책이 공저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4. 독서의 포인트: 이 책의 첫 째 포인트는 지적세계의 광활함입니다. 박홍규 선생님은 이 책에서 자신을 만든/만들었던 사상과 책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대담이 이어지는데, 이것만으로도 넓은 지적세계와 조우하고 더 깊은 독서의 발판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포인트는 실천적 지식인인데요, 진보 그리고 지식인의 위선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박홍규 선생님의 지식과 실천의 일관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셋 째 포인트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박지원 선생님은 시종일관 첨예한 문제들을 수면위로 올리며 대화를 이끄시는데, 문제를 이야기해나가는 박홍규 선생님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지막 포인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할 ‘고독’의 문제 같습니다. “무리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solitude한, 적극적인 고독개념의 옹호하면서 이를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사회·정치적 차원까지 확대합니다. 이는 개인의 발견이며 자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박홍규 선생님의 근원적인 문제의식인 것 같습니다.

5. 느낀점: 책의 끝에서는 박홍규 선생님의 아내이신 서현숙 선생님과의 대담이 나오는데, 서 선생님이 정작 남편의 책은 잘 안 읽으신다면서 “제 생각엔 이 사람이 남의 말을 잘 안 들어요.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좀 싫어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라며 농담하시는 부분이 웃음 나오면서 인간미가 묻어나는 이 대담의 백미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낀바 박홍규 선생님은 성찰적, 존재적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소유에 얽매지 않고 자유롭고 정직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는 분이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의 차이, 세대차이 같은 걸 느끼기도 했는데, 그건 너무 당연한 거고 또 그런 불화의 지점을 느끼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대담 문화가 없는 한국사회에서 적절하고 의미있는 작업이라 느꼈습니다. 이 책은 깊으면서도 접근하기 좋아서 이런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전체적인 만듦새, 디자인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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