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번역은 반역인가>는 서양사학자이자 존 밀턴, 토마스 칼라일 같은 사상가들의 고전을 번역해오신 박상익 교수님이 한국 번역문화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필된 총체적 번역보고서입니다.
2. 저자: 박상익 교수님은 우리에게는 <실낙원>으로 유명한 밀턴의 사상을 전공하신 초기 근대 전공의 서양사학자이십니다. 박사논문으로는 밀턴의 사상을 다루셨고 그와 함께, 언론자유의 경전이자 언론사상사의 시초인 <아레오파기티카>를 연구번역하셨죠. 이 책의 저자 박상익 교수님과 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앞에 책 번역을 위해 자료를 모으려고 단행본 700여 권, 논문 300여 편, 중형차 한 대값을 사용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책을 많이 물려주셨는데 번역하신 책에 맑스를 다루는 작은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위해 <맑스 사상사전>, 김수행 역 <자본론> 전 권을 구매하시는 그런 분이시고 현재도 20권 이상의 단행본을 저술/번역하셨습니다.
3. 구성: 이 책은 1장 번역의 역사, 2장 슬픈 모국어, 3장 번역의 실제, 4장 책의 세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장에서 박상익 교수님은 중국, 일본, 이슬람, 서유럽이 어떻게 번역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는지를 상세하게 밝혀 나가고, 다음 2장 슬픈 모국어는 한국의 번역 현실에 관한 보고이며 성찰인데 1장에 나온 번역의 모범사례에 비해 한국 번역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민망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각주, 해제가 풍성히 담긴 연구번역을 진행한 저자가 번역의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번역자의 조건과 환경, 오역과 편집자와의 관계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4장에서는 독서문화와 또 책의 미래, 그리고 한국의 독서, 번역문화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4. 느낀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근대 일본의 번역사입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은 번역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을 설치해 번역을 진행하고 서구의 지적유산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이 100년 전에 쌓아올린 번역의 성과를 한국은 아직도 못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유치한 수준의 반일 뿐, 일본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극일(克日)을 하자는 생각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2006년 출간되었는데,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난망합니다. 저는 문제의식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썼지만, 이 책은 번역에 관한 역사와, 실제부터 번역에 관한 문제의식, 중요성, 그리고 현실과 대안까지 다루는 한국 번역 보고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12년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박상익 교수님의 <번역청을 설립하라> 또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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