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는 세월호 참사라는 사회적 사건이 제기한 한국사회의 문제에 사회과학이 답하는 책입니다. 다양한 사회과학 분과(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지리학)의 저자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책입니다.

2. 저자: 책의 저자는 총 여섯 명입니다. 저자들은 이재열, 홍찬숙(이상 사회학), 이현정(인류학), 강원택, 박종희(이상 정치학), 신혜란(지리학)으로 구성돼있고, 다 서울대학교에 소속을 두고 계신 학자 분들입니다.

3. 내용: 총 6장인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참사가 만들어낸 사회를 분석합니다. 1장 “세월호 참사, 시스템 이론으로 본 원인과 대책”은 참사의 문제를 시스템(체계) 차원에서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측면에서 참사의 원인과 구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합니다(사진 2, 3). 2장 “위험사회와 정보유포매체와 세월초 참사의 ‘국민재난’ 되기”는 울리히 벡, 루만, 벤야민 등의 사회이론가의 대중매체에 관한 논의를 기반으로 한국사회에 적용해 이 참사가 이를 어떻게 재난으로 만들었으며 어떤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냈는지 분석합니다. 3장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고통: 표상, 경험, 개입”은 인류학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가 야기한 고통의 중층적인 성격을 분석하며 무엇이 고통을 가속화했는지 파악합니다.

4장 “사회적 이슈와 정치갈등: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는 한국의 강력한 대통령제와 승자독식형 양당구조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갈등으로 점철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5장 “왜 세월호 참사는 극단적으로 정치화되었는가? - 재난정치의 딜레마”에서는 재난정치 이론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가 극단의 정치로 탈바꿈하게 된 과정을 분석합니다. 마지막 6장 “기억의 영토화: 세월호 기억공간의 형성 과정을 사례로”에서는 단원고의 기억교실, 광화문 광장, 제주 기억공간을 중심으로 세월호를 둘러싼 기억의 형성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4. 감상: 개인적으로는 1, 3, 4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장에서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세월호 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데, 이것을 통해 과잉정치화 되었던 당시의 사건의 원인분석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론으로 사용하는 ‘숙성형 사고(incubated accidents)’는 위험한 상황이 안전으로 인식된 상황이 누적되며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사가 풀렸는데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선반을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언제 떨어져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것처럼. 저자가 말하듯,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사회개혁을 준비하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인류학 작업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유가족을 위해 활동했던 필자의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피해자의 고통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심층적으로 그려냅니다. 언론은 생존자에게 “친구가 죽은 거 알아?”라고 묻는가하면 안산을 “노동자 계급의 도시, 외노자의 도시”로 정체화해서 고통을 가중시켰고, 또 정치와 유가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있었던 전문가의 개입(방문해서 ‘자살하고 싶냐’ 묻는 심리치료사 등)이 고통의 원인이 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의 재난에 있어 재발방지를 위해 고민할 문제일 겁니다.

5장은 세월호의 극단적 정치화(당파적 정치화)가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세력과 행정부의 문제 같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제와서야 이게 진실인 게 밝혀졌습니다. 여기서의 담론 분석은 당시의 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문제를 정치화시켰는지 보여주며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피해자를 어떤 의미의 공간에 가둬뒀는 지 알 수 있습니다(사진 4).

책은 논문모음집이다보니 쉽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아 일반적인 독자분도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여전히 세월호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못의 경중이 분명하지만, 문제를 확대해보면 저 역시 일부의 방조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일상적 안전에 대한 관심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한 방법일 것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사고의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