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국가 이성 비판>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지, 국가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책입니다. 국가의 실상은 어떻게 되는지, 국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국가는 어떻게 주술화 되었는지, 또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2. 저자: 김덕영 선생님은 제가 존경하는 사회학자입니다. 정말 대체불가능한 작업을 하시는 분이시죠. 김덕영 선생님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한 적도 있으니, 2019년 12월 18일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종이 국가(페이퍼컴퍼니를 비유), 키클롭스 국가(신화의 괴물), 마름 국가(재벌과의 유착), 콤플렉스 국가(친미·반공 콤플렉스)로 규정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를 설명합니다. 이는 국가의 현상학인 겁니다. 2장에서는 국가의 계보학을 다룹니다. 여기에서는 한국은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핍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시간 순으로 친일에 기반한 반공·친미적 비자주적 국가, 연고주의(지연·학연 등의)에 기반한 비보편적 국가, 재벌과의 동맹에 기반한 비사회적 국가, 기능적 미분화에 기반한 비근대적 국가로 한국 근대국가의 발전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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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으로 미분화되었다는 것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정치·경제·문화·예술·종교·교육·학문)이 고유의 가치와 고유의 논리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정치, 경제와 같은 한 영역에 종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치영역은 또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고 각자 고유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행정부와 사법부가 유착을 한다면 그것은 미분화된 사회인 것입니다.
3장에서는 국가가 국민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의식하지 못하도록 국가 자체를 주술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애국하게 하는 ‘국가의 주술화’ 문제를 다룹니다. 여기서는 중심적으로 경제·국가주의적 주술을 다룹니다. 한국은 개인의 의미, 생명, 존엄보다는 경제발전이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진국은 곧 개인소득 4만 달러로 상상되는 경제주의적 주술에 빠져있음을 말합니다. 또 한국은 개인보다는 집단, 집단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데, 이는 국가주의적 주술화로서 이를 통해서도 개인은 말살되죠. 이어서 책은 당시 이슈가 되었던, 국정교과서와 국립국어원의 언어 정의를 통해 생활에 깊게 뿌리잡은 경제·국가주의의 모습을 분석합니다.
4장, 국가의 탈주술화에서는 경제·국가주의적 주술화의 대안을 모색합니다. 근대화는 단순히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치·법·경제·과학·예술·윤리·종교·교육·가족·생태·에로스 등의 다양한 사회·삶의 영역이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볼 때 경제는 광범한 과정의 한 부분임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의 다양한 영역의 가치가 존중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에서 사회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환함으로써 국가주의를 탈주술화 할 수 있는데,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생명과 존엄보다는 국가의 위신과 명예를 중시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지적하며, 국가의 개인이 아닌 개인의 국가를 지향하며, 인류로서 개인을 성찰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4. 감상: 저는 김덕영 선생님의 거의 전집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이 이런 책을 쓰셨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원래 이런 작업을 안 하시는 분이 얼마나 애통하면 이런 작업을 하셨을까 싶은 겁니다. 파토스가 절절한 책입니다. 김덕영 선생님을 모르시는 분은 김덕영 선생님이 악성 국까(?)라고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비판의 수위가 세고 다른 책에 비해 주관적인 평가가 많은 편입니다. 다수 사이에서 단 한 번 뵌 것이 전부지만 김덕영 선생님의 이런 비판 안에는 한국이라는 국가보다는 한국사회의 구성원, 개인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된다는 걸 아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김덕영 선생님의 다른 작업에 비해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기도 해서 김덕영 선생님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국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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