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은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다룬 학제 간 연구서로 철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법학, 문화학, 신학, 인지신경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과학문을 가로지르며 세월호 사건을 조명하는 책입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세월호 이후를 준비하는 사회의 연대를 정치하게 학문적으로 지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저술된 책입니다. 또한 이 책은 이전의 역사적 유산, 대표적으로 5․18 진실 규명운동의 역사성과 성과를 염두에 두며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2. 저자: 이 책은 제가 소개한 세월호 저서 중에 가장 다양한 필진이 참여한 책으로, 14명이 공동집필했습니다. 이 책의 필진은 분과 학문적 다양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신/구 연구자가 다양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학교에 소속된 연구자와 대안연구공동체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또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3. 내용: 이 책은 각각 3부, 14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각 장을 소개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 큰 주제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각각의 부는 고통, 국가, 치유를 키워드로 합니다. 참사의 고통을 다룬 1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야기한 사회적 고통이 사고-보상 프레임과 세월호의 사건성을 부인하려는 상황을 통해 은폐, 축소, 왜곡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핍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사물화되는 과정을 지적하고, 이런 분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애도는 어떻게 가능한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다루는 2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사회정치적 의미와 이것을 가능케 한 역사적 조건을 다양한 수준에서 분석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배의 침몰,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이 결합된 사건이고, 또한 이 부분에서는 이런 사회정치적 조건 속에서 반복되는 사고의 작동방식과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분단체제의 내면화, 교육에서의 안전불안증 등의 주제로 세월호 참사와 참사 이후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세월호 이후의 치유의 문제를 다루는 마지막 3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및 안전 사회,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연대, 피해자의 정치적 주권화, 사회구조의 변화 등의 총체적인 수준의 전환만이 세월호 문제의 사회적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배(보)상, 피해자와의 연대와 지지, 기념과 추모, 치유와 회복 등의 다양한 문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4. 감상: 책에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이재승 선생님은 세월호 사건을 ‘국가범죄’로 명료하게 정의합니다. 이 참사는 국가가 생명 안전의 의무를 외면/회피하고, 기업의 부패와 결합한 ‘국가·기업 범죄’이고, 해경 및 구조 본부의 조직적인 부작위는 전형적인 국가 범죄이며, 참사 이후 정부와 여당(당시 새누리당, 현재 미래통합당)의 희생자 모욕과 부인은 ‘참사 후 국가 범죄’로 ‘국가·사회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비교적 객관적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사회과학적 접근인 반면,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은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세월호 6주기를 맞이하며 홍준표 씨는 “세월호는 해난사고일 뿐, 정치에 이용마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렸듯, 세월호 참사는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데 이 사고는 국민이 국민의 안전, 생명,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 국가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지 못한 사건입니다. 안보는 안전보장의 준말인데, 세월호 사고는 ‘안보’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북한 때문인지 안보를 군사적 적대로만 이해하는데, 세월호 사고 역시 안보 문제입니다. 그리고 보수주의를 참칭하면서도 안보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부인, 왜곡, 축소, 은폐하는 보수주의자는 사이비 보수주의거나 자기 철학도 모르는 머저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