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이 책은 인문고전 독서법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반부에서는 위인들의 독서를 예로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후반부에서는 고전독서법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부분(그나마): 제가 느끼기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는 고전독서가 중요하다는 것뿐인데요,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고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도 동의가 안 되기 때문에 솔직히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문제점

1. 인문학 만능론: 이지성은 역사의 위인들은 모두 고전독서를 했기 때문에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고전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합니까. 이지성의 주장은 이런 주장과도 같습니다. “조선시대 성공한 인물들은 모두 사서삼경을 읽었다” 맞는 말이겠죠. 그때 당시에 유학 공부는 지금으로 치면 수능공부 같은 겁니다. 이지성의 예로 삼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과연 인문학 공부만해서 그렇게 됐을까요? 부모의 재력과 교육수준부터 다른 많은 변수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시의 신분적 특성상 인문공부로 지배층이 됐다기보단 지배층만 인문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인문학의 어원부터 그렇죠. 그런데 이지성은 지속적으로 인문학 공부가 무슨 모든 문제의 마스터키,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일명 ‘약팔이’를 하죠. 이지성이 사실이면 인문대생들이 세상을 지배했어야죠.

그리고 중요한 건 상류층의 고전교육이 하나의 하비투스, 그러니까 사회적이고 계급적인 습관에 의한 거라는 사실을 이지성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첨부된 사진처럼 진짜 하버드 보내는 집은 공부 저렇게 안 시킵니다. 고전교육을 할 때, 책에 예로 나오는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사람들은 이미 부모도 어릴 때부터 그리스·라틴어 하고 고전을 읽어온 사람이라 나오는 자연스러운 습관 같은 것이지 인위적인 것이 아니죠. 이런 걸 문화자본이라고도 하고, 사회학에선 한국에서도 문화자본이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느냐라는 질문에 찬반의 논쟁이 존재하고, 오히려 고급적인 취향의 독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의외로 꽤 있습니다.

2. 인문학 공부의 목적: 저는 이지성 씨가 그렇게 인문고전을 강조하면서 겨우 그걸 통해 한다는 게 상류층 되기, 지배층 되기라는 게 너무 한심했습니다. 인문고전 읽고 한다는 게 고작 지배층이 돼서 누군가를 지배하자는 겁니다. 저는 저런 이유라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다릅니다. 이유는 글로 한 번 써볼게요.

3. 저자의 역량: 이지성은 원전을 읽으라고 하는데 정작 참고문헌에는 원전이 한 권도 없습니다. 본인도 못 읽으면서 뭘 가르치겠습니까. 그리고 사진을 보면 이지성이 본인은 논어를 읽으면 이렇게 읽겠다고 써놓은 건데 이걸 가지고 고려대 한문학 박사과정에 계신 선생님께 어떻게 생각하시냐, 여쭤봤습니다. 일단 저기 나온 책들이 다 번역된 것도 아니어서 한문으로 읽어야 되고, 몇 권은 책이름마저 틀렸으며, 몇 권은 한 권 읽는 데만 각잡고 5년은 걸린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도 전문가 기준으로요. 그런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저런식이면 도대체 누가 논어를 읽을 수 있을까요? 저거 주워들은 걸 겁니다. 아무 것도 모르니 부리는 허세인 겁니다. 저런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중간 중간 나오는 지식들도 빈곤하고 형편이 없습니다.

이 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승리주의·교육열망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충족시켜주니까요. 좋게 보신 분께 죄송하지만 정말 문제가 많은 책 같습니다. 더 많이 비판할 수 있지만 분량제한이.. 어쨌든 전형적인 약파는 책이고요, 관점 이전에 사실관계와 근거 자체가 너무 빈약합니다. 안 읽으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가능하면 주변에도 이 사람 책을 읽지 말라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이 책의 대안이 될 도서들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16살 정도부터 책을 모은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모은 건 한 스무 살 전후이고요. 아무래도 장서가(藏書家)이다 보니, 책은 계속 쌓여가는데 공간은 한정적이고 그래서 서재는 물론이고 제 방까지 책으로 가득합니다. 서재 정리를 포기한 지도 오래고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에 이 책, <책 정리하는 법>을 읽게 됐습니다.

먼저 출판사에 관해 이야기해볼게요. 이 책은 <유유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유유출판사는 "중국, 고전, 공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1인 출판사이고요, 전체적으로 얇지만 단단한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는, 주목하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유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하고요, 유유의 책을 여러 권을 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분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조경국 선생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헌책방을 다니시면서 책을 모으기 시작한 장서가이시고요, 결국 쌓이고 쌓이는 책을 정리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현재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책방을 만드실 때 가지고 계셨던 장서가 8,000권이었다고 하니 저는 장서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 소개에는 쓰지 않으셨지만 기자로 일하셨던 경험도 있으신 만큼 글 자체가 명료하고 편하게 읽힙니다. 무엇보다 제가 느낀 조경국 선생님은 책을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책 정리하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을 정리하는 방법'은 매우 포괄적입니다. 저는 '책 관리하는 방법'도 제목으로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책을 정리하는 방법들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술들로 가득합니다. 아내 분께 "제발 책 가지고 나가라."라는 말을 들은 저자분은 온전히 책을 둘 장소를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제 기대보다도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다루는 주제들은 서재, 서가(책장), 책을 정리(분류)하는 방법, 책을 운반하는 방법, 책을 싸는 방법, 책을 특별하게 보관하는 방법, 책을 보수하는 방법, 그리고 끝으로 책을 처리하는 방법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일례로 서재를 다루는 대목에서 저자는 서재에 관한 여러 독서가의 이야기와 함께, 서재에 적합한 방, 커튼, 독서대, 책상 등은 어때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책의 3장은 '남의 서재 엿보기'인데요,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저자분께서 책을 정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대목이었습니다. "무언가 애착을 가지고 수집한다는 건 자신의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공간을 내어 준다는 건 꽤 힘든 일입니다. 끊임없이 비용과 에너지를 써야만 하니까요." 예,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에게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고 내 무언가를 내주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껏 책을 모으고 읽으면서도 순전히 책에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또 완벽한 서재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고요, 그리고 지금 있는 서재도 책에 나온 방법들을 통해 몇 가지 부분을 조정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책장이 정리되면 책장정리 방송이나 포스팅도 해보고 싶네요.

안녕하세요. 요즘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사기광고를 보시고 책을 사서 후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실패를 줄이는 책 고르기 스킬을 몇 개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말씀드리듯, 이것은 제 제한적인 경험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니 너무 크게 수용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줄이는 책 고르기 첫 번째는 '출판사 보고 판단하기'입니다. 책을 고를 때, 출판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출판사는 판권 계약부터 편집, 디자인, 홍보 등의 작업을 담당하고 책의 대부분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민음사,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같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대체로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왜냐하면 이 출판사들은 아무나 출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돈만내면 아무 책이나 출판해주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돈많은 사람들이 출판비용을 다 지불해가면서 "내가 책도 썼다", 그렇게 자랑하는 용도의 출판사인 겁니다. 이런 출판사의 경우에는 좋은 책을 기대하긴 어렵죠. 하지만 좋은 출판사의 경우에는 저자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수한 전문 편집인들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기도 하죠. 그렇다고 메이저 출판사가 다 좋은 책만 출간하는 건 아닙니다. 문학동네에서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어느 정도는 기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출판사의 역량은 정말로 천차만별입니다. 편집인이 저자만큼이나 기여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영세출판사 중에는 대학 앞 인쇄소 같이 거의 원고를 바로 출력하는 수준의 출판사들이 있죠. 사실 인쇄소에 가까운 영세출판사에선 저자의 역량말고는 기대할 게 없습니다. 물론 영세출판사라고 다 역량이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유유출판사처럼 1인 출판사인데도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사도 있고, 영세출판사이기에 출간가능한 도서들도 있습니다. 보물같은 영세출판사를 찾는 것도 보람입니다.

또 구체적으로 일종의 전문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이학사-과학철학, 길-인문사회고전, 명인출판사-정치학 같이요. 이렇게 어떤 영역에 특화된 출판사에서 나온 관련분야의 책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분야의 책을 여러 번 편집한 출판 전문인력이 있으니 안목부터 편집까지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 책을 사기 전에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하고 출판사를 한 번만 눌러보시면 출간목록을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 출판사는 이런 책들을 출간해왔구나, 보시면서 이 출판사에서 이런 책은 괜찮겠구나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제가 신간알림을 받아보는 출판사들을 생각나는대로 좀 적어봤습니다. 나중에 출판사 목록도 한 번 만들어볼까 싶네요. 주제별로 정리해뒀는데, 저 출판사들이 항상 해당 주제의 책만 내는 것도 아니고요, 또 개별적으로 어느 곳은 디자인이 좋거나 혹은 별로거나, 편집이 좋거나 혹은 별로거나, 비싸거나 저렴하거나 하는 장단점을 각기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저는 절대 정답이 아닙니다. 또 주의할 것은, 이렇게 출판사를 분류해두면 도움도 되겠지만, 이게 일종의 확증편향이 될 수도 있다는 것과 1인 출판사나 신생출판사를 저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분명 독서생활에 단점이 될 수 있으니 그 점을 유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번에 이어서 출판사를 검색해봤는데, 책이 별로 없고 판단이 어렵다 싶으시면 그때는 저자·역자 정보를 참고하세요. 저자 소개는 보통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드라이하게 이력만 적거나, 만연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거나. 보통 이력만 적은 저자들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서점으로 저자를 검색해서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보시고 저자를 판단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출판사의 이력만큼이나 저자의 이력도 중요합니다. 저자가 지금까지 이런 책들을 썼구나, 판단해보세요. 앞선 말씀드린 출판사 정보와 결합되면 더 좋겠죠.

그리고 소개가 만연한 경우에는 또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업적이 진짜 많아서 길게 객관적 정보가 서술된 경우(eg. “카셀 대학에서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과 사회학 및 철학에 대한 강의를 바탕으로 ‘하빌리타치온’을 취득했다.”), 쓸데없는 주관적 정보로 서술된 경우(eg. 1. “온라인 서밋과 프로그램에 자주 글을 기고하고” 2. “대학을 2.2의 학점으로 졸업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아버지의 빚에 보증을 서기 시작했다. IMF가 터지면서 아버지의 빚은 전부 신용정보회사로 넘어갔고, 이때부터 살인적인 이자가 붙기 시작했다.”) 이렇게요. 전자와 후자의 소개의 분량은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검증 가능한 객관적 정보가 나열되어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검증 불가능하고 쓸데없는 주관적인 정보로 가득하다는 겁니다. 제 제한적 경험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대개 별스럽지 않은 글들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역자 역시 중요합니다. 역자는 보통 전문가 역자와 번역전문가 둘로 나뉘어요. 전문가 번역은 그런 겁니다. 예를 들면 괴테의 책이라고 했을 때, 괴테를 전공한 독문학자가 번역한다면 그건 전문가 번역이고요, 번역전문가 같은 경우 한 영역의 전문적인 자격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번역 자체를 많이 하시는 분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분들은 번역 자체를 직업으로 삼으신 분들인데요, 이상률·남경태 선생님 같은 분들은 사실 번역전문가이시지만 이미 해당 분야, 인문·사회계열에 전문적인 번역서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번역에 가까운 번역을 하시죠. 이분들은 전문화된 번역전문가이신 겁니다. 그런가하면 특별한 능력이 필요없는 평이하고 쉬운 수준의 단순한 책들을 많이 번역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 같은 경우는 자기계발서나 교양서적 수준의 책은 전문번역인의 책을 봐도 무방한 것 같고요, 고전이나 학술서의 경우에는 거의 무조건 전문가 번역이나, 전문화된 번역전문가의 책을 보시길 추천해드려요. (그리고 가능하면 중역이 아닌 원본을 번역한 책을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을 다루는 책인데, 인문 쪽 전문번역가가 번역을 하면 대체로 오역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전문가 번역이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교수들 중에 대학원생 시켜서 번역시키는 경우도 꽤 많으니까요. 이때도 역시 인터넷서점에서 역자를 클릭하신다음에 판단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실패를 줄이는 책 고르기 마지막입니다. 무언가를 많이 이야기하긴 했는데, 도움이 되셨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도 제한적인 경험이라서요. 이번에는 잡다한 이야기들을 해볼까 해요. 일단 원하시는 책의 제목, 그리고 목차를 확인하시는 건 너무 기본이고요 가능하시면 오프라인 서점에 가셔서 책을 직접 읽어보고 사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설사 못가시면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책 본문이라도 읽어보시고요. 오프라인으로 책을 읽어보실 때는 가능하면 맨 뒤에 있을 (모두 있진 않지만) 인명·주제·단어 색인 확인해보시는 건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사시기 전에 가능하면 직접 만져도 보고 읽어도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주위에 도움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 있는 로컬 오프라인서점, 독립서점, 전문서점에 가시면 아마 책방 주인께 북큐레이션을 받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얼마 전에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책에 문제가 있다는 포스팅을 꾸준히 했는데요, 지역의 서점·독립서점·전문서점 같은 곳에서는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같은 책은 잘 팔리지 않죠. 그리고 책방 사장님이 대개 읽고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시니 이것도 믿을만한 루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저 같은 북큐레이터들도 많이 있으니 인터넷을 통해서도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여담으로 신문의 신간 소개는 그렇게 믿을만한 게 못되는 것 같고요, 신문에 가끔씩 신간소개로 우루루 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책들을 대개 읽을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항상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책은 굳이 얼리어답터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각 영역·분야가 전문화된 근대사회에서 우리는 무지한 전문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뇌를 고칠 수 있다>를 계속 비판하지만 정작 그 분야에 무지한 저는 그 책을 아무리 읽어도 비판거리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 신뢰할만한 전문가 선생님들의 비판을 읽고 저도 배운 것뿐입니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대중성이 확보되었다는 건데요, 대중성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독서하시는 취향에 따라 다른 걸 텐데 저는 정말 믿을 작가분이 아니면 신간은 바로바로 구매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어느 정도 신간이 읽히고 평가가 나올만큼 기다리고 책을 삽니다. 저도 신간 샀다가 낭패 본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신간을 빨리빨리 사서 읽으시는 분은 어쩌실 수 없으시겠지만 가능하면 조금 시간차를 두고 책을 고르시는 것도 좋습니다.

예, 저도 자칭 북큐레이터고요,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댓글이나 DM 등 다양한 루트로 저한테 책에 관한 질문을 하시거나 이야기를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책 고르기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내공이 더 쌓이면 더 이야기해볼게요.

가장 중요한 건 책을 스스로 판단하실 여러분 자신입니다. 제 조언 아닌 조언은 가볍게 생각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서평에 관한 나만의 작은 팁을 공유해본다.

1. 책 읽기

서평을 쓰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1) 책을 읽기 전 우선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 책을 정독/속독/발췌독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중요한 책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속독으로 훑는 수준으로 책을 본다. 판단을 못하겠는 경우에는 정독하는 수밖에 없다.

2) 책을 읽을 땐, 저자의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핑계없는 무덤 없듯, 문제의식 없는 책은 없다. 독서 후에는 ‘이 책을 왜 썼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은 대개 머리말, 서문, 역자 후기, 해제에 잘 나와 있으니 이쪽을 잘 읽어야 한다.

3) 문제의식을 파악한 뒤에는 책의 주제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목차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좋은 책의 경우에는 보통 책 한 권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를 염두에 두고 수시로 목차를 확인하며 독서하면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문제의식과 주제의 어디쯤 위치해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책을 완성도 있게 읽을 수 있다.

4) 이것을 메모하고 체크해가며 읽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책을 깨끗하게 읽는 사람도 있기에 이 부분은 덧붙이지 않는다.

2. 서평의 기본

1) 서평의 가장 기본은 요약이다. 요약만 잘 되어있어도 좋은 서평이다.

2) 서평은 독후감도 추천사도 아니다. 독후감은 책을 읽은 감상을 나누는 글이라면, 서평은 책을 소개하는 글이다. 독후감은 ‘내’가 책을 읽고 긍정적이었거나, 부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글이라면 서평은 ‘책’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며 왜 그런지 내용에 기반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3. 심화된 서평 쓰기

1) 심화된 서평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와 ‘구별’이다.

2)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읽은 책을 한두 줄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서사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문제의식과 연관해서. 누군가 ‘이 책은 어떤 책이냐’라고 묻는다면 ‘이 책은 이런 책이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3) 책을 어떻게 한두 줄로 정리할 것인가?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차이, 구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A라는 책이 가진 고유의 의미를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는 왜 B가 아니며, 왜 C보다 탁월하고, 왜 D보다는 부족한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 차이와 구별의 서평은 결국 책을 위치시키기, 맥락화하기와 동의어이다. 관련된 주제, 책이 출간된 시기, 다른 저자의 책, 저자의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이 책은 어떻게 차이를 가지고 구별되며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어야 좋은 서평이다.

5) 책의 차이와 구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독서가 필요한데, 이게 어렵다면 일단은 한 권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눈앞에 있는 책꽂이가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책꽂이 한 켠에 위치시키는 것이 시작일 거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책장(관심분야)을 놓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나 내 글은 내 개인적 한계를 지닌 글이다.

이 책, 『독서모임 꾸리는 법』은 독서모임을 꾸리기 원하는 사람에게 독서모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쓰인 책으로, 책을 읽을수록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느끼게 되는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저자이신, 원하나 선생님은 약 6년간 350여 명의 사람과 200회가 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신 분이신 동시에 출판사 <하나의책> 대표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이다. <하나의책> 출판사는 독서모임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독서모임 기획자’라는 저자 이력이 무색하지 않은 분이시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책에 나오는 섬세한 꿀팁을 보면서 이른바 “짬바”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크게 4부, 1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 ‘독서모임 만들기’에서는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 독서모임 회원 모집하기, 또 첫 모임에서 나눌 이야기 등의 주제를, 2부 ‘모임 준비하기’에서는 책 선정의 방법, 발제에 대한 내용, 장소 문제, 독서모임의 규칙 문제 등의 주제를, 3부 ‘모임 운영하기’에서는 모임의 순서와 형식,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법, 회원 모집시 유의사항, 운영진 구성, 분위기 전환, 회비 문제 등의 실질적 문제를, 4부 ‘더 재밌게 독서모임 하는 법’에서는 분야별 독서모임 꾸리기와 독서모임 테마 정하기, 모임 안에 소모임 만들기 등의 정보를 다루고 있다.

앞서 저자 소개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러 독서모임을 몇 년 정도 참여하거나 운영해봤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알고 있는데, 책에서는 그런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 설명하고 있다. 첫 모임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이며, 투머치토커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발제는 어떤 형식으로 하는 게 좋고, 다른 책을 각자 읽을 것인지, 같은 책을 여럿이 읽을 것인지, 등등.

이 책은 독서모임을 고민하시는 분께서는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메모를 해가며 독서모임 계획에 큰 도움을 받았다.

1.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 이 책은 라틴어로 쓰였다. 이세운(필로소픽), 정의채(바오로딸), 박문재(현대지성) 역이 라틴어 원본을 번역했다. 일단 박문재는 철학보다는 신학 중심의 번역가이기에, 이세운, 정의채 번역 중에 고민했다. 이세운은 서양고전학을 전공한 학자고, 정의채는 중세철학의 권위자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두 개 중에 한 책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바오로딸 출판사의 책을 본 적이 없고, 필로소픽 출판사의 만듦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필로소픽의 책을 선택했다.

2. 마키아벨리, 『군주론』: 군주론은 이탈리아어로 쓰였다. 이 책은 번역본이 정말 많은데, 김경희(까치, 공역), 박상섭(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곽차섭(길) 역은 이탈리아어에서 완역된 책이면서도 마키아벨리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출판사도 만듦새가 좋은 편이라 이 중에서 선택하는 게 좋다. 나는 세 역본을 다 모았고 읽었기에 곁가지로 추천하자면, 군주론을 교양으로 읽는 독자에게는 김경희 역과 영어 중역이지만, 최장집의 해설이 있는 박상훈(후마니타스) 역을 추천하고, 더 전문적인 독자에게는 박상섭, 곽차섭 역을 추천한다.

3.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 책은 독일어로 쓰였다. 10개 정도의 역본 중, 김덕영(길), 박성수(문예출판사), 박문재(현대지성), 문성화(계명대학교출판부) 역이 독일어 번역이다. 거를 책은 문성화 역인데, 이 역본은 본문만 번역하고 본문 만큼의 분량이 있는 각주를 번역하지 않아서 반쪽짜리다. 이건 읽어봐야 알 수 있는 거라 오프라인 서점에서 보고 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역자와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깎이기 마련이다. 이 책은 김덕영 역을 여러 번 추천했지만, 책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우신 분께서는 박성수/박문재 역 중에 한 권을 골라보시면 좋을 것 같다.

4.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책도 독일어로 쓰였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하고, 괴테의 문학사적 위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독문학자의 원전 번역이고, 대개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나왔다. 이럴 때는 취향 차이다. 나는 베르테르빠라서 시중의 7개 역본을 모았고, 이것을 원문이랑 비교 대조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서 번역가가 오역하는 걸 찾기도 했고, 번역가마다 어떻게 다르게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는지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친구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이라 구어체이면서도, 오역이 적고, 서정적인 표현을 잘 살린 문학동네 안장혁 역본을 가장 좋아한다.

5. 파스칼, 『팡세』: 팡세는 프랑스어로 쓰였다. 팡세도 역본이 많은데, 김형길(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현미애(을유문화사), 이환(민음사), 하동훈(문예출판사), 정봉구(육문사)가 불어 원전을 번역했고, 다 불문학자이지만 김형길, 현미애는 파스칼 전공자이기에 이 책을 보기로 했다. 팡세는 독특하게 판본이 있는데 산발적으로 쓰인 글을 묶은 유고집이라 그렇다. 김형길 역은 가족이 보관한 제2 사본으로 만든 살리에판을, 현미애 역은 편집을 거쳐 만들어진 제1 사본으로 만든 라퓨마판을 저본으로 삼는데, 나는 유족에 의해 원형이 보존되고, 고증이 진행된 제2 사본을 사용한 김형길 역을 한 권으로 꼽는다. 그러나 현미애 역도 다른 판본을 배려했고 팡세가 내게 중요한 책이라 두 권을 다 구매했다.

6. 출판사: 세계문학전집 같은 시리즈를 출간하는 대형출판사의 책은 일정 수준이 담보되는 편이다. 역자도 보통 명성 있고, 편집부의 역량도 보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존 번역본이 가진 한계를 가지고 자신만의 차이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출판사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도서출판 길 등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쪽 출판사의 책이 신경을 조금 더 많이 썼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고전은 가령 작년의 군주론 열풍처럼 가끔 분위기를 타면 시장성이 생겨서 엉터리인 번역서가 우후죽순 나오기도 해서 번역서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 조금이나마 도움 되고 싶은 생각에 두서없이 내 경험에 비추어 글을 썼다. 내 글은 언제나 내 제한적인 경험과 능력에 의해 쓰는 거라 한계적이고 잠정적이다. 가장 좋은 건 직접 읽고 따져보시는 것이니, 내 의견은 참고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종종 어떤 번역본을 읽어야 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번역본을 고르는 팁을 방출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번역자의 노고다. 나는 그저 취미생활로 조금씩 번역하는 수준인데, 그런 사소한 번역을 하면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문장의 전체를 살리자니 한국어로 뭔가 안 들어맞고, 의역하자니 찜찜한 그런 상황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인데, 그런 작업을 하고 계신 번역자께 리스펙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우리가 번역본을 선택할 만큼 다양한 역본이 나온 책은 보통 고전이다. 고전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고, 또 저작권이 풀려야만 복수의 역본이 나올 수 있기에 오래된 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고전은 보통 “현대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인 오래된 책”이다. (한국의 고전 역시 현대 한국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하다.)

1. 번역가 확인: 번역가를 확인하는 건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번역된 고전은 중역본이 많다. 중역이란 한 번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에는 특히 영어·일어 중역본이 많다. 중역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역할 경우 의미가 소실될 가능성이 커서 가능하면 원어를 번역한 책을 보는 게 좋다. 또 고전은 대개 오래된 책이라 해당 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의 번역을 보는 게 좋다. 한국도 중세국어와 현대국어의 차이가 있듯, 현대 프랑스어와 중세 프랑스어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까닭에 번역자가 원전의 언어를 할 수 있고, 해당 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게 좋다.

*전문가 번역과 번역 전문가 : 곁가지로 번역가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번역은 해당 주제나 작품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학자나 전문가의 번역이고, 번역 전문가는 번역 훈련을 받아 전문적으로 번역을 직업으로 삼아 활동하는 분을 가리킨다. 나는 고전은 전문가 번역으로 보는 편이고, 현대문학이나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의 경우에는 번역 전문가의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2. 출판사 확인: 역서를 준비하시는 선생님과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선생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번역자께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선생님이 “그 출판사에 글 맡기셨으면, 그냥 마음 놓고 계셔도 편집자님들이 글을 잘 편집해주시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하셨다. 편집을 단순히 교정/교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편집은 그 이상의 작업이고 2차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번역서에도 편집자의 역량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번역본을 선택할 때는 출판사 역시 중요하다. 이 출판사는 어떤 책을 출간해왔고, 그래서 이런 책도 전문적으로 편집할 역량이 있을 것 같다/없을 것 같다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출판사 책의 퀄리티를 가늠해보면 적어도 일정 수준의 결과물은 나오겠지, 추측할 수도 있다.

3. 직접 확인, 비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원전과 번역을 직접 비교해보거나, 역본 여럿을 원전과 비교하는 방법이 되겠는데,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기는 하지만 이건 품이 매우 많이 들기에 추천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정말 애착이 가는 책은 그렇게 해보면 좋은 경험도 되고, 번역본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에 번역본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4. 지인 찬스: 끝으로 좋은 것은 지인 찬스다. 해당 책에 식견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학교에 다닐 때 서양 고대철학, 칸트, 비트겐슈타인의 책 중에 역본이 다양한 책은 학교에 해당 전공을 하신 교수님께 여쭈어 책을 골라보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공부하는 친구를 통해서 이 책 번역본 여러 개던데 무슨 책이 좋냐고 물어보면서 책을 고르기도 했다.

사실 번역본 고르는 팁을 얘기하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출판사와 『철학의 위안』, 『팡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군주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내가 역서를 어떻게 골랐는지도 쓰려고 했는데… 분량도 내 능력도 부족해서 2편에서 다루기로…

죽음의 도시에서 길어낸 희망의 이야기, <브라보, 나의 삶>

가여운 멕시코여
신의 눈에서는 그토록 멀리 있고,
미국과는 그토록 가깝다니.

이 책 <브라보, 나의 삶>은 두 만화가의 여행기이다. 이 두 만화가는 이 책에서 멕시코의 죽음의 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있는 사람들의 꿈과 삶을 전한다.

만화의 배경이 되는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에 위치해있다. 이 도시는 남미에서 생산되는 마약이 미국으로 유통되는 길목에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매일 마약 밀매 조직의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매일 총기난사, 살인, 납치, 강도, 성폭행 등의 사건이 일상화된 곳이다. 인구 150만의 도시라는 것이 무색하게 밤이면 거리에는 총성, 사이렌 소리, 경비견 짖는 소리만 남는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가난한 이들은 이 도시의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또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몰려든다. 매일 아침이면 신문에는 어젯밤에 죽은 사람의 숫자가 나오는데, 보통 매일 15명 정도의 사람이 죽어나간다. 특히 이 곳은 UN에서 조사한 <여성살해>의 지역으로, 1993년에서 2008년까지 이곳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는 약 1,600여구, 실종된 여성은 2,000명 이상에 이르며, 이들은 대부분 공장지대에 취업한 13-25살이다. 또 이 지역은 미국 텍사스의 윤락촌이기도 하다.

이런 절망의 도시에 찾아간 프랑스인 만화가 보두앵과 트룹스는 시우다드후아레스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그려 주는 대가로 그들의 꿈을 묻는다. 이를 통해 이들은 이 죽음의 도시에 있는 소박한 온정을 그려내고, 한 편으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인간다운 삶의 희망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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