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켐, <자살론>

1. 뒤르켐: 1858년 프랑스 에삐날에서 태어났다. 그의 원래 이름은 다비드-에밀 뒤르켐인데, 뒤르켐은 대대로 엄격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 역시 랍비였다. 뒤르켐도 가업을 이어 랍비가 되고자 했으나, 중학생 때 겪은 체험과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불가지론자가 된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강력한 종교 체험은 그의 인생에 중요한 테마로 잔존했다. 그는 보불전쟁에서 패배하고, 제3공화국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청년기를 보냈고, 그의 궁극적 목표는 프랑스 사회의 혼란을 잠재울 새로운 도덕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2. 사회학의 태동: 뒤르켐은 박사학위 논문 <사회분업론>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되었음에도 어떻게 연대가 가능한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분업 사회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을 통해서 새롭게 태동한 사회학은 어떤 고유의 인식대상과 방법론으로 연구해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유기적 연대라는 시대 규정과 사회학적 방법, 규칙이라는 틀 속에서 뒤르켐이 먼저 연구한 것은 ‘자살’이라는 ‘사회적 사실’이었다. 뒤르켐은 <자살론> 서문에서 사회학이란 현실의 시급한 문제를 다루면서 이것을 실증적/경험 과학적으로 다룸으로써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문제해결의 과학이다.

“사회학자는 사회적 테마를 형이상학적으로 고찰하는 데 머물지 말고 명확하게 규정된 사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 사실은 쉽게 정의할 수 있고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하며, 사회학자는 여기에 엄격하게 집중해야 한다.” 10p.

3. 사회라는 힘: 뒤르켐은 자살을 설명했던 기존의 이론인 정신질환, 심리학, 환경적 요인, 모방 등의 주제를 다루며 통계를 통해 이런 설명에 반박한다. 뒤르켐이 주목한 것은 정신병리적인 것도, 생물학적인 것도, 심리적인 것도, 환경적인 것도, 모방도 아닌 ‘사회적인 것’의 힘이었다. 뒤르켐은 사회적인 것으로서 사회적 사실, 그것이 강제해내는 사회의 힘을 보았다. 사회적 사실이란 “개인에 외재하며 개인을 통제하는 강제력을 갖는 행위·사고·감정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뒤르켐에게 사회란 “사회는 우리를 사회에 적합한 모습으로 만들며 종교적, 정치적, 도덕적 신념을 주입하고 이 신념은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뒤르켐의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자살에 사회적 원인을 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부여한 최초의 인물일 것이다.

4. 자살의 유형학: 사회적 사실을 사회적 사실을 통해 설명해야 한다는 정식 속에서 뒤르켐은 자살을 유형화한다. 뒤르켐은 사회와 개인의 통합이 약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로 규정하는데, 사회 통합이 강한 가톨릭 지역보다 개신교 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이 예다. 반대로 개인이 사회에 과잉 통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살이 ‘이타적 자살’인데, 원시사회에서의 ‘순장’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뒤르켐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던 자살은 ‘아노미적 자살’이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적 규제·규범이 적을 때 나타나는 자살로, 개인의 기대와 그것에 대한 만족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는 자살이다. 급변한 사회는 자살의 원인을 제공하는데, 아노미적 자살은 개인의 기대와 욕망에 현실적인 제한을 강요하는 규칙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이런 무규범의 상태에서 개인은 허무에 빠져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아노미적 자살과 반대로 나타나는 게 ‘숙명적 자살’인데, 이는 지나친 규제에 의한 자살로 강압적인 규율에 의해 미래가 무자비하게 제한되고 욕망이 난폭하게 제압당한 사람의 자살이다.

5. 뒤르켐의 <자살론>은 후대 사회학과 일반 학문에 큰 영향을 행사했다. 자살에만 한정한다면 뒤르켐 이후 자살 연구는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을 다각적으로 탐구하게 되었다. 이는 사회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여전히 고전이지만, 시대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모든 고전이 그렇듯, 고전의 효과는 고전의 작가가 내놓은 해답이 오늘날에도 유효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그 사람이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그가 가진 제한된 자료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구축했는지, 그 발견의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다음에는 뒤르켐의 테제를 비판하고 현대적으로 적용한 책을 소개할 생각이다.

김덕영의 『에밀 뒤르케임』

2월에 있을 사회학 고전 독서회를 위해 뒤르켐에 관한 저서를 읽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 읽은 책이 이 책, 『에밀 뒤르케임』입니다. 사회학 고전 독서회 2월의 책이 에밀 뒤르켐의 『자살』인데, 아무래도 모임의 목적이 사회학 고전과 그에 관한 맥락을 비교적 깊게 다루는 것이다보니 이것저것 봐야 할 자료가 많습니다. 저번 모임에서는 70쪽 남짓한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가지고 12페이지 정도의 발제문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600쪽 정도 되는 책이라 읽고 공부할 게 많습니다. 어쨌든 모임의 목표 중 하나가 제가 게으르지 않게 공부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에밀 뒤르켐은 막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을 제대로 된 학문으로 정초한 학자입니다. 아마도 사회학의 역사에서 두 사람을 꼽으라면 예외 없이 뒤르켐과 베버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르켐은 그만큼 사회학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 모든 사상가가 그렇듯 뒤르켐에 관한 자료 역시 매우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베버는 그래도 연구자가 여럿 계시고, 또 한 분이 압도적인 생산력을 보여주셔서 비교적 괜찮은 반면, 뒤르켐은 더욱 부족하죠.

그래서 뒤르켐은 꼭 한 번 공부해야 할 사상가이면서도, 자료가 많지 않기에 공부하기 너무 어려운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에 치유할 수 없는 베버주의자, 김덕영 선생님을 통해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이라는 뒤르켐 사상의 전반을 다루는 개론서가 나옵니다.

이 책은 뒤르켐 사상의 전반을 평이하게 다루고 있습니가. 뒤르켐의 생애부터, 그의 4대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분업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자살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들>을 중심으로 한 뒤르켐의 주요 주제부터, 지식사회학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분류의 원시적 형태들>이나 정치사회학까지 충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좋은 개론서이자, 연구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 책이 지니는 차이는 이런 것들입니다. 뒤르켐을 프랑스 특유의 실증철학과 데카르트주의를 창조적으로 종합해 합리주의적 실증주의 사회학을 창안한 인물로 평가하거나, 뒤르켐의 개인 숭배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 성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 01>이라는 넘버링을 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김덕영 선생님은 한국의 사회학 이론 구축, 한국 사회에서의 국가의 해체와 개인의 탄생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식 속에서 학술작업을 이어가고 계시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문제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을 알고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뒤르켐은 독특한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개인에게 외재하지만, 개인을 구속하는 사회의 구속력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을 옹호한 사상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문제의식에 맞게 그 부분을 설명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십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분과 또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자께서 두루 읽으실 좋은 책입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단 한 명의 사회학자의 책만 지구에 남겨놓을 수 있다면, 어떤 사회학자를 선택할 건가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도 베버와 뒤르켐 둘을 두고 한참은 고민할 것 같습니다. 고민 끝에 어렵게 한 명을 선택하겠지만요.

어제는 뒤르켐의 생일이었습니다. 사회학의 역사에서 굴지의 업적을 가진, 또 신학과 철학으로 점유된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사회학을 다른 분과학문과 구별되는 하나의 과학으로서 만든 인물입니다.

뒤르켐의 4대 저작으로는 <사회분업론>,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자살론>,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가 있습니다.

<사회분업론>은 뒤르켐의 박사논문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저서이며 사회학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저작입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근대세계의 특징을 서술하는데요, 기계적 연대와 유기적 연대가 여기에서 나와요. 전통사회는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였던 반면 근대사회는 그럴 수 없고, 서로 차이를 가지고 서로에게 의존해야 사회가 성립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합니다. 또 그 유명한 아노미가 이 책에서 나옵니다.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은 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사회적 사실’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뒤르켐은 사회학이 사유와 사색을 통해 연구되는 철학과 다르게 ‘경험과 사실’을 통해 연구되어야함을 제시하고, 사회적 사실을 인간 내적인 것이 아닌, 인간 외부에서 인간을 강제하는 것으로 개념화하면서 심리학과 구별되는 위치로 사회학을 정초합니다. 사회적 사실은 인간 외부에 존재하며 인간을 강제함과 동시에 인간 내부에 자리잡는 이중적인 제약인데요, 이는 개인과 사회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자살론>은 아마도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일 겁니다. 자살론에서 뒤르켐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자살을 사회적인 문제로 전환시킵니다. 지금에선 비판받을 내용이지만, 뒤르켐은 자살이 정신적 문제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병사보다 장교의 자살이 더 많은 것을 밝히는데 이는 통념과는 다른 과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이기적/이타적/아노미적/숙명적 자살 등의 이런 유형론은 너무나 유명하죠. 지금에 와서 비판받지만 뒤르켐은 여기서 통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변화였을 겁니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뒤르켐 후기저작으로 뒤르켐의 사상이 농축된 작업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여기에서 뒤르켐은 칸트의 근대적 인식론을 사회적 인식론으로 극복하고, 종교 연구를 통해 사회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뒤르켐은 성/속의 구별로서 종교의 구획을 설정하고, 사회의 관념이 토템으로, 토템이라는 비인격적 힘을 향한 숭배가 사회의 도덕적 의무로 이어지는 사회=신, 사회구성원=신도라는 유비를 통해 사회를 설명합니다.

이외에도 달력, 시간 등의 분류 이면에 숨겨진 원인을 탐구하는 지식사회학 작업인 <분류의 원시적 형태들> 같은 책도 중요합니다.

뒤르켐 단독 입문서는 아쉽게도 절판이고, 입문을 위하신다면 김광기 선생님이 쓰신 <뒤르켐 & 베버>를 보시길 바랍니다. 뒤르켐 단독 연구서로는 민문홍 선생님의 <에밀 뒤르케임의 사회학>, 김덕영 선생님의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을 추천해드립니다. 오늘은 간략히 했고, 언젠가 천천히 뒤르켐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담: 뒤르켐인가, 뒤르케임인가? Émlie Durkheim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인 알자스-로렌 지방 출신입니다. 그 소설에도 알 수 있듯, 그 지역은 독-불 접경지이자, 독일어권 생활권이기도 해서 프랑스의 Durkheim 학회장은 그 지역의 언어 생활(독일어)을 반영해 뒤르케임(아마 정확히는 두어카임 정도)으로 읽기를 제안했고, 생전 Durkheim은 편지에 나는 프랑스인이니 뒤르켐(아마 정확히는 뒤흐캉 정도)으로 말해주길 요청했다고 합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저 둘을 그냥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하니, 그냥 편한대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짧아서 뒤르켐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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