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르켐 이후, <자살의 사회학>

1. 마르치오 바르발리: 책의 저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피렌체, 볼로냐 등의 대학에서 공부한 이탈리아 사회학자다. 이탈리아어를 할 수 없어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는 사회학 기초 과목의 교재를 작성한 학자이며, 저자 정보에 의하면, <이탈리아의 섹슈얼리티>라는 작업을 통해 반향을 일으켰고, 이 책 <세상과의 작별: 동서양의 자살(원제: Congedarsi dal mondo: Il suicidio in Occidente e in Oriente)>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탈리아 사회학자의 책이 번역되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중역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파레토 법칙의 파레토나, 지니계수의 지니는 이탈리아의 사회학자인데, 이탈리아의 사회학 역시 한국에 제대로 번역되어 한국 사회학의 기초가 튼튼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뒤르켐 이후: 뒤르켐 <자살론>은 자살 연구의 준거가 되었다. 이 책은 뒤르켐부터 시작된다. 뒤르켐의 핵심은 사회의 통합과 규범에 있다. 통합이 적을 때 이기적 자살이, 과잉일 때 이타적 자살이, 규범이 없을 때 아노미적 자살이, 과도할 때 숙명적 자살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연구는 개념 정의, 데이터의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뒤르켐은 죽었고 사회는 변했다. 뒤르켐은 개인의 종속이 약해지면서 이타적 자살이 드물어질 것이라고 보았고, 또 경제성장과 불황을 거듭하며 이기적·아노미적 자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 비서구권에서 이타적 자살이 중요성을 갖게 되고(예를 들면, 종교집단에서의 테러나 순교 등), 서유럽의 자살률을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3. 한계: 바르발리가 보기에 뒤르켐은 유럽의 위기를 가정하고, 사회학이 학문으로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자살을 사회 위기의 징후로 파악하고, 또 다른 학문의 기여를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발리는 뒤르켐의 한계 속에서 자살 빈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화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지 도식, 분류 체계, 믿음과 규범, 의미와 상징 등으로 구성된다.

4. 뒤르켐의 자살 연구를 준거로 삼아 <자살의 사회학>은 뒤르켐 연구의 한계를 드러내고, 뒤르켐 이후 진행된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경험적으로 자살의 사회학을 전개한다. 이 책 1부는 이른바 ‘서구사회’에서의 자살의 역사적 변동을 다룬다. 서구사회에서의 자살률의 변화와 그 기반에 있는 복잡한 규칙, 믿음, 해석 유형, 상징 등을 분석한다. 2부에서는 아시아와 중동지역을 다룬다. 아시아와 중동의 자살은 뒤르켐의 연구에서도 다루지 못한 것인데, 인도와 중국 등은 중심으로 자살과 연계된 문화적 레퍼토리를 분석한다. 아마도 뒤르켐이 후 가장 포괄적인 자살에 관한 사회학적 접근이 아닐까 한다. 책을 자세히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책은 뒤르켐의 한계를 적절하게 지적하고, 변화된 사회의 양상과 그에 대한 분석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5. 고전의 의미: 종종 철학과를 다니던 친구에게 농담으로 플라톤·아리스텔레스 같이 만물이 물, 불, 흙, 공기로 이루어졌다는 원시인 이야기를 뭘 배우냐고 농담하곤 했다. 그렇듯, 고전의 반열에 있는 책은 지금의 기준에서는 한계적인 도구와 재료로 쓰였기에 오류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고전의 의미는 그것의 정답을 가르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구성된 방법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에 준거해 이렇게 훌륭하게 비판하는 작업물 역시 고전을 비추는 빛이라 생각한다.

독후감讀後感, 『사회학』

영국의 한 TV쇼에서 정감 가는 깡패 둘이 방금 석방된 지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 명은 그 친구가 복역중에 공부를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그래, 이제 방송통신대 학위까지 있다니까. 사회학 전공이래.” 다른 한 명이 묻는다. “그럼, 도둑질은 그만둔 거야?” 그러자 먼저 이야기를 떠냈던 친구가 말한다. “아니지! 하지만 이젠 왜 자기가 도둑질을 하는지 알게 됐어!” 8p.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에 『사회학』을 읽었다. 이 시리즈는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사에서 나오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를 번역한다. 해당 책의 원서가 2018년에 나왔고, 책이 2019년에 번역되었으니, 매우 빠른 번역이다. 책에서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인 스티브 브루스는 사회학은 무엇인지, 연구대상을 어떻게 보는지, 세계에 대해 사회학은 어떤 시각을 취하는지, 사회학은 어떻게 과학일 수 있는지를 실제 연구 예와 다룬다.

내가 재미있게 본 건 마지막 장, “사회학이 아닌 것”이었다. 저자는 사회학이 아닌 것, 처음으로 “개선하려는 사람과 몽상가”를 꼽는다. 고프먼이 『수용소』라는 책을 쓸 당시, 정신과 의사를 비판하는 데에 골몰했다면 사회학의 무수한 성과는 없어졌을 것이라고 하며 말이다. 다음은 당파주의자다.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사람이 “당파주의자”이고, 이에 반대되는 부류는 포스트모더니티를 주장하는 “상대주의자”이다. 오류로부터 진실을 구별해낼 수 없다는 포스트모너니스트를 비판하며, 그들은 그런 생각에 기반을 두면서 왜 타인을 설득하려고 하느냐 질문한다.

다음은 “통계공포증 환자”다. 수치화, 계량화를 통한 통계적 분석이 없이는 사회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시대정신 철학자”, 구체적으로는 주디스 버틀러, 미셸 푸코, 에드워드 사이드를 예로 들면서 이들은 충분한 경험적 연구로 뒷받침한 일반화가 아닌 포괄적 일반화의 우를 범하고 있다고 본다. 마지막은 “종속된 사회학자”이다. 예를 들어 종교에 대한 사회학과 종교적인 사회학은 다른 것이다. 종교를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과 종교적 교의를 실천하고 종교 운동을 장려하기 위한 사회학은 사회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스티브 브루스가 설명하는 사회학은 영미 중심의 사회학이다. 그리고 사회학은 복수의 과학이며, “과학성”을 규명하는 과정 역시 복수이다. 물론 이 시각이 한국에서는 가장 지배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불어 사회학입문시리즈, 연재 시작하고 1년이 지난 이 시리즈 연재도 앞으로 3~4권 더 읽고 정리할 요량이다.

독후감讀後感 -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

이 책,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는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일본의 사회학자 12명에게 “사회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해답과 또 해당 사회학자와 연관된 주제의 인터뷰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가 독자로 설정하고 있는 사람은 “사회학이라는 단어에 조금이라고 흥미가 있는 사람,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 사회학자로 활동하지만 아직 사회학이 뭔지 모르겠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는 조금은 높은 선을 정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사회학을 진로로 정해볼까?’라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을 책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두 가지를 얻은 것 같다. 하나는 일본은 1세계구나, 그리고 한국과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구나,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이런저런 팁이었다.

2015년은 기점으로 한국 사회학의 종속성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사회학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미국 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내 개인적 평가는 그렇다. 뭐든 세계시장에서 통하려면 독립된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본 일본 사회학에는 그런 시장이 존재했다. 일본 사회학만의 스타가 있었고, 그때그때 시장의 유행과 부흥을 이끈 스타 학자와 공통의 자원이 존재했다. 스타로서는 미야다이 신지, 오사와 마사치 같은 학자가 있고, 이치노카와 야스타카의 『사회』 같은 책은 일본 사회학의 수준이 세계적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한 편으로 얻은 건 그런 것들이다. 사회학과 실천과의 관계. 그리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론 공부의 의미와 쓸모, 계량 연구의 필요성 같은.

책을 다 읽으며 책에서 인터뷰하고 또 언급된 많은 인물을 알라딘에 한 명, 한 명 검색해봤다. 아쉽게도 제대로 번역된 책이 거의 없다. 일본이면 정말 가깝고 또 번역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언어임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 같이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사람에게는 “전통”으로 사유할 기반이 너무나 빈약하기에.

『세대란 무엇인가?』

1. 세대라는 문제: 1962년, 한국전쟁의 상흔과 박정희의 통치가 막 자리잡고 있던 격동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지훈은 “당신들 세대만이 더 불행한 것은 아니다. 불운의 3대에 보내는 공개장”이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대가 가장 불행하니 동정하고 이해해 달라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가장 불행하니 가장 고생을 했고 가장 올바른 경험을 쌓았으며 올바로 보았으니 우리 세대 주장만이 관철되어야 하고 우리 세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불운의 3대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 및 갑오경장 세대, 1914년 일제강점기 세대, 1934년 태평양전쟁 및 이념대립 세대를 의미한다. 조지훈의 문장을 우리시대에 그대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근대 이후 세대는 언제나 뜨거운 문제다. 민음사 한편의 첫 기획이 『세대』였던 것도 그 방증이며, 사회는 “××세대”라는 표현으로 가득하고, 언제나 담론의 각축이 벌어진다. 하지만 세대에 대한 관심에 비해 정교한 개념은 부족한 편이다.

2. 만하임의 ‘세대’: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1928년 『세대 문제』라는 저작을 통해 출생 시기 같은 객관적 기준으로 세대를 파악한 실증주의와 지나치게 주관적 기준으로 세대를 파악하던 역사주의, 양자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며 세대 개념을 정립해 세대 개념의 저작권을 얻는다. 그는 특정한 지향을 가진 연령 집단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도하며 세대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는 단순히 세대를 하나의 연령 집단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객관적 규정과 함께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동운명을 가졌음을 각성하고 이것이 특정한 참여,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포착했다.

3. 핵심: 이 책, 『세대란 무엇인가?』는 세대 개념의 빈곤과 만하임 이후 세대 개념의 발전이라는 두 문제의 해결을 돕는 책이다. 만하임 이후 세대 담론의 계보학을 추적하고, 한 편으로는 세대 담론은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며 이것의 현재적 맥락을 제안하는 총체적인 세대 개론서이다. 더불어 이 책은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학, 문예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세대 담론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다채로운 책이기도 하다.

4. 저자: 이 책은 역사학자, 울리케 유라이트와 미하엘 빌트를 중심으로 편집된 책이다. 구체적으로 역사학자 7명, 사회학자 3명, 심리학자 1명, 문화학자 1명, 문예학자 1명이 필진으로 참여한 책이다. 책의 번역은 한독젠더문화연구회의 공역으로, 연구회에서 공부를 위해 번역한 문서라 번역이 매끄럽고, 가독성도 좋다.

5. 내용: 책은 총 4부로 이어졌는데, 책 1부 ‘세대에 대한 개념적 논의’는 세대 개념에 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독일의 역사적 경험이 만든 세대 개념을 언급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논의하며, 새대 담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2부 ‘세대-계보-성’에서는 세대를 정신분석학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가족과 세대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독일의 과거사 극복 정치가 반영되는 내용, 세대 담론의 젠더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3부 ‘영웅적 세대와 탈영웅적 세대’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쳤던 세대의 영웅적 집단으로 인식되던 시기의 담론을 분석하고, 상상된 공동체로서 ‘세대 신화’의 문제를 언급하며 세대 개념을 회의하거나 한 편으로는 영웅적 세대와 대비되는 탈영웅적 세대의 출현도 바라본다. 마지막 ‘세대와 집단적 소통’은 공통운명을 인식한 기억의 공동체인 세대가 과거를 추념하는 방식, 대중매체가 세대를 현재화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세대의 기억의 정치를 다루고, 감정공동체로서의 세대가 이미지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 들을 설명한다.

6. 대상 독자: 인문사회 분야의 독서가 된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7. 느낀 것: 이 책은 독일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세대를 다루는 책이다. 책을 보며 독일의 역동적인 현대사와 그로부터 파생된 세대 담론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느꼈다. 이 책은 ‘세대’와 ‘세대 현상’에 관한 정교한 이해를 돕고, 한 편으로는 한국의 세대와 비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1. 핵심: 글로벌 지식장에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학술적 논쟁을 통해 한국 사회학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정수복 선생님은 사회학이 전문성에만 매몰되어 대중성을 잃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회학이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근대적이고 실증적인 사회학, 학자들의 세계에 매몰된 사회학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 성찰성을 제공하고 더 나은 삶을 가능케 하는 인문학-해석학적 사회학으로 귀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책입니다.

2. 저자: 이 책의 저자 정수복 선생님은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탈산업사회, 그리고 행위이론에 정통한 저명한 사회학자 알렌 투렌의 지도하에 사회학을 배우시죠. 프랑스에서 복귀하고 한국에 오신 선생님은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시고, 대학 밖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시며 학술활동을 이어가시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오랜 기간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연구를 하시고 다시 한국에 복귀하십니다. 투렌의 제자답게 신사회운동, 시민사회론, 또 한국사회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셨고 지금은 한국사회학사와 세계의 사회학사에 관한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3. 내용구성: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있습니다. 1부 '사회학이 예술을 만날 때'에서 저자는 실증주의가 아닌, 인문-해석학, 예술로서, 문학으로서의 사회학은 무엇인지, 또 왜 사회학은 다시금 인문학적 사회학으로 귀환해야하는 지를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2부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이 저는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여기에서 저자는 사회학자로서의 자신이 사회학을 공부했던 시절과, 학자가 된 이후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고, 한 편으로는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삶을 그려내며 응답하는 사회학자로서 그를 호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부, '한국 사회학의 새로운 길 찾기'에서 저자는 노명우, 조은, 송호근 세 명의 한국 사회학자를 '사회학평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4. 느낀점: 이 책은 쉽게 읽으실 수 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사회학 입문자께서도 편하게 보실 수 있고, 또 인문학적 사회학은 이런 것이구나 느끼시고 사회학자의 삶과 한국 사회학자의 작업물을 바라보실 수 있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 또 정수복 선생님 이름 곁에는 항상 '사회학자/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작가이시기도 한만큼 가독성도 좋아서 사회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 꼭 한 번 한국 사회학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시는 데에도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진은 제가 사회학을 한창 공부하기 시작할 때 선생님께 받았던 선물입니다.

1. 핵심: 이 책,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는 저명한 사회학자 피터 L. 버거의 지적연대기를 다룬 책입니다. 그가 처음 사회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말년에 학자들의 지도자가 되기까지 전반적인 생애를 진솔하게 담은 하나의 자서전입니다.

2. 출판사: 책세상 출판사는 인문·사회·문학·예술·경제 등 인문계열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출판사로 니체·카뮈·릴케·루소 전집 같은 묵직한 작업이나, 알찬 문고판 시리즈까지 다방면의 책을 출간하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세상의 책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 즐겨보는 책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3.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는 피터 L. 버거입니다. 학술적으로 버거는 루크만과 공저한 <실재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책을 통해 유명합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사회과학서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크게 히트친 책이죠. 버거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학자이고 종교사회학·지식사회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역자는 사학을 공부하신 노상미 선생님이신데요, 전문 번역자이신 것 같습니다. 책의 번역은 대체로 매끄러웠고, 몇몇 번역어가 다르긴 했지만 문제될만큼은 아니었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총 9장으로 되어있습니다. 버거가 처음 사회학을 배우던 시기부터 말년까지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있습니다. 1장에서 버거는 오스트리아 출신 피난민으로 사회학을 배우게 된 계기와 사회학과 대학생으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군대에서 겪은 사회경험과 그로 인해 형성된 자신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3장에서는 그의 가장 유명한 작업인 <실재의 사회적 구성>에 관한 진솔한 뒷이야기를 전하고, 4장에서는 이른바 제3세계를 목격한 경험 그로인해 자본주의와 사회발전에 대해 느낀점을 말하고, 5장에서는 종교사회학과 동아시아의 발전을, 6장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반대한 활동을, 7장에서는 신학적 자유로움과 정치적 보수성에 관해, 8장에서는 지휘자의 입장에서 종교사회학 연구를 감독한 경험을, 마지막으로는 최근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책을 마칩니다. 말 그대로 학술적 자서전이죠.

5. 느낀점: 이 책의 원제는 <어쩌다 된 사회학자의 모험 - 세계를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는 방법>정도로 해석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피터 버거의 이 책은 매우 진솔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합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소개한 사회학자들과는 다르게 스스로가 중도 우파이며 진보적인 정치운동에 반대한다는 것을 밝히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저명한 한 사회학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흔치 않는 경험일 것입니다. 사회학자마다 글을 읽다보면 어떤 특유의 파토스(pathos)를 느끼게 되는데요, 버거의 치열하지 않은 은은한 서술이 재밌습니다. 이 책에 사회학의 기본개념들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버거가 가진 특유의 파토스를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독특했던 것 같습니다.

1. 핵심: <스무 살의 사회학>은 책의 주인공인 사회학과 전공 대학생 밀라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사회현상, 사회학자, 사회이론들을 소개하는 소설입니다. 딱딱한 전공서와는 다르게 친밀한 대상들을 통해 사회학을 설명하고 생각보다 이론사적으로 풍부한 이론들을 다루고 있어서 사회학을 입문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념을 개념 자체로 이야기하기보단 개념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책이기에 강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2. 출판사: 민음사는 큰 설명이 필요없는 메이저 출판사 중 한 곳이고 아무래도 문학으로 가장 유명하고요, 시인·작가 총서나 세계문학전집이 대표적인 출판물들이죠. 대개 평균은 되는 책들이 나오고요, 가끔씩은 유명해서 유명한 책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믿을만한 출판사입니다.

3.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사회학자들입니다. 카디프 대학교에서 사회과학의 핵심이론, 불평등과 노동 분업을 가르치는 실천적 지식인기도 한 랠프 페브르와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사회정치학과 대학원에 재직하며 건강과 질병, 범죄와 일탈, 민족과 인종 등의 주제를 통해 정상과 병리, 주변화, 사회문제, 사회의 은폐된 것들을 연구하는 앵거스 밴크로프트가 공저한 책입니다. 이 책은 연세대 사회학 박사과정에 계시고 여러 사회과학 서적을 번역하신 이가람 선생님이 번역하셨고요, 전체적으로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총 17장, 부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제 막 사회학과 신입생이 된 여성 사회학도 밀라가 겪는 사회의 경험에서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적용해서 생각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도 해보는 형식으로 사회학을 소개합니다. 책에는 ‘사회학을 왜 공부하는가’하는 본질적 문제부터 우리가 흔히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학자들의 사회이론과 적용이 담겨있습니다. 천체물리학이 빅뱅 같은 주요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사회학에서는 사회학 이론이 사회학의 대상이자 주요개념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은 소설이면서도 정보를 전달하는 백과사전식 책인데요, 이 책만의 특징은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분류되는 사회이론들, 페미니즘이나 탈식민주의 등의 전통을 사회학 내에 편입시켜 소개한다는 점이고, 또 한 편으로는 영미사회학의 주요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시사회학의 전통, 미드-쿨리-블루머-가핑클-시쿠렐-고프먼의 라인을 소개한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부록에선 각 장에서 차용한 이론가와 그와 관련된 참고문헌들을 정리해줘서 심화된 독서의 디딤돌도 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자주 묻는 질문이라는 부록에서 주제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5. 느낀점: 저는 이 책이 현대 영미사회학을 꽤 잘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이 책의 원제가 <DEAD WHITE MEN AND OTHER IMPORTANT PEOPLE: Sociology's Big Ideas>이라는 건데요(번역된 제목은 그걸 살리지 못했죠), 책이 소설인 만큼 ‘절정’부분이 있는데 이 절정부분에서 DEAD WHITE MEN[MALE](백인, 남성, 또 죽었기에 유명한 작가들을 가리키는 비판적 단어)들이 배제한 여성, 비서구의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기존의 사회학 이론을 충실하게 소개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들이 가졌던 백인 남성으로서의 지위를 사회학적으로 다시 한 번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이론에 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야기를 마칩니다.

1. 핵심: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한국 사회학자 노명우 선생님이 쓰신 세상물정에 관한 사회학적 에세이입니다. 사회학 입문시리즈를 소개하면서 항상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책이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사회학을 체계적으로 개관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사회학에 애정을 갖고 사회학적 시선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사회학 입문서로 굉장히 친근하고 친절하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 출판사: 사계절 출판사는 저도 좋아하는 출판사인데요, 사계절은 어린이용 그림책, 문학, 교양서적부터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다양한 책을 출판하는 곳으로 질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을 위한 인문·문학 출판에도 좋은 책들이 굉장히 많고요, 이 책 역시 만듦새가 좋다고 느꼈습니다.

3. 저자: 이 책의 저자는 노명우 선생님이십니다. 노명우 선생님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아도르노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현재 아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교수로 계십니다. 저는 선생님의 박사논문을 출간한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도 굉장히 좋게 읽었던 기억도 있고요, 또 <세상물정의 사회학>뿐 아니라,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인생극장>과 같은 사회학적 시선이 담긴 글들 역시 잘보고 있습니다. 학술서로서도, 사회학적 에세이로도 굉장히 좋은 글을 쓰시는 독보적인 학자이시면서,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프롤로그, 에필로그와 함께 총 3부, 25개의 주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작가인 사회학자는 지성의 성소(聖所)였던 대학의 학자가 아닌, 세속을 사는 학자로서 글을 씁니다. 고고하고 고상한 주제들이 아닌 일상적인, 세상물정의 주제들을 가지고 글을 이어가죠. 예를 들면, 명품, 해외여행, 자살, 남자, 섹스, 죽음, 게으름 같은 것들 입니다. 이런 일상적인 주제는 사회학자의 손을 거쳐 사회학적인 이야기가 됩니다. 일례로 ‘프랜차이즈’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저자는 막스 베버와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와 연관시켜 글을 쓰죠. 모든 구성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대상, 주제 그것에 관한 사회학자의 이야기, 그리고 필자의 생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죠. 그러니까 이 책의 사회학자와 사회학은 세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세상물정과 사회학이라는 재미없는 단어가 사회 속에서 마주하고 사회학이 엄청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과 일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5. 시사점: 이 책이 또 소중한 것은 책에서 사용하는 모든 책들이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겁니다. 저자께서 의도하신 것 같은데요, 자연스레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면 사회학자인 저자는 그것에 관한 사회학을 풀어내고 독자 역시 어렵지 않게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에 도달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있는 ‘키워드로 책 읽기’에서는 책에서 소개한 학자들과, 저서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것 또한 더 깊은 독서의 디딤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다루는 책과 학자들 역시 굉장히 광범하고 다층적이기도 해서 그것 역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핵심: <사회학의 기초>는 아마도 제가 다룰 사회학 입문 시리즈의 책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사회학의 인식대상이자 주제인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을 확장하고, 사회세계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제시하고, 또 사회학은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실천해야하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2. 출판사: 이 책은 사회과학 전문출판사인 <한울 아카데미>에서 나왔습니다. 한울은 좋은 주제의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로,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3.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 켄 플러머(Ken Plummer)는 영국 에식스 대학의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상징적 상호작용론, 생애사·서사적 연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학자로 20여 년간 학생들에게 ‘사회학 개론’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에서 나오는지 저는 이 책이 다른 책보다 체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의 역자는 사회학자 이기홍 선생님이십니다. 주로 (사회)과학철학, 방법론 쪽에 번역을 많이 하신 분이시기에 믿고 봤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습니다. 1·2장에서는 사회학이 연구하는 ‘사회적인 것’은 무엇인지 다룹니다. 근대 분과학문으로서 사회학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도 아닌 ‘사회적인 것’의 개념정의가 필요할 텐데요, 1·2장에선 그것을 주로 다룹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21세기의 사회를 다룬 비교적 최신 연구들을 소개하고, 4장에서는 분과학문으로서 사회학의 성립과정과 역사를, 5장에서는 사회학이 다루는 다양한 개념(구조·체계/행위/거시·중범위·미시)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는 사회학 연구의 과정을 소개합니다. 연구과정이라고 하니 당황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입문자도 이해가능한 기초적인 내용이고 저는 사회과학 연구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이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7장에서는 독특하게 ‘인간의 고통·불평등’ 문제를 계급·장애·젠더·섹슈얼리티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다룹니다. 마지막 8장에서는 사회학의 역할과 필요에 관해 설명하며 책을 마칩니다. 이 책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면 부록과 책의 구성입니다. 먼저 부록으로 사회학적 상상력의 21가지 명제, 사회학의 유명 경구, 사회학 용어 해설, 사회학 정보 웹사이트, 이 책과 연결해볼 수 있는 영화목록 등이 있고, 구성에선 각 장마다 해당 장의 내용 요약과 더 깊이 생각할 주제·질문들, 그리고 읽을 책들을 추천해줍니다. 그래서 더 친절하고 같이 스터디하기도 좋은 책 같습니다.

5. 느낀 점·시사점:  만듦새 측면에서 이 책은 장마다 추천도서 목록이 있고 그중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이 꽤 있는데 그런 책들을 제대로 적혀있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 사회학, 그리고 사회학 일반을 포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영국 사회학은 마가렛 대처 이후,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개론서에 특별히 7장이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하고요, 저자 역시 “사회학은 수십억의 사람들이 손상된 삶, 황폐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거대하게 불평등한 세계에서 그 세계를 모두에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확고한 시선으로 그 작업을 수행한다”라고 말하며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1. 핵심: 저자 바우만이 말하는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낯설게 하는 것입니다. 바우만은 이 책의 최종목표가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일반적인 습관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우만은 첨부한 사진(액체근대, 343p)의 내용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인간의 집합적인 가능성의 확장을 목표로 삼습니다. 무저항적 태도를 유지시키고 이런 태도에 지속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세계의 특징을 폭로하고 해명하는 역할이 사회학의 임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2. 출판사: 이 책은 서해문집에서 나왔습니다. 서해문집은 약 30년의 전통을 가진 출판사로, 역사·인문학 쪽에 특화된 출판사입니다. 지금까지 약 750여종 이상의 책을 출간한 중견출판사로 특히 한국의 고전을 다룬 <오래된 책방> 시리즈가 유명합니다. 저는 서해문집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읽은 이 책에 한정했을 때, 편집이나 만듦새가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3. 저자·역자: 이 책의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입니다. 사실 바우만만 하더라도 사회학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그렇게 큰 설명이 필요없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유대인, 사회주의자, 그리고 사회학자인 바우만은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액체근대>와 같은 학술작업으로 이미 유명한 학자이며 세계적인 지식인입니다. 그는 비판사회학의 전통 안에 있으며 기존의 사회를 기술·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촉구하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바우만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께선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은 사회학자이신 노명우 선생님께서 하셨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적절한 부연설명, 가독성을 포함해 번역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고 느꼈습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덴마크의 사회학자 미켈 H. 야콥슨과 영국의 사회학자 시크 테스터가 바우만과 대담을 나눈 내용을 담고 있고 주제는 4개로 구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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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앞서 밝힌 사회학의 목적에 관해 논하고 독일에서는 구별되는 경험Erfahrung(세계와 교류하며 자아에게 생성되는 객관적인 것)과 체험Erlebnis(사건의 정서적인 반응이나 주관적인 것)을 구분하면서 영미사회학은 이를 모두 경험experience으로 이해하며 객관화 될 수 있는 것만 다루며 인간의 리얼리티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주관적 체험(리얼리티)의 문제와 사회학의 해석학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사회학을 왜 하는가’에서 바우만은 스스로 전쟁의 상흔 속에 있었던 인간의 비참한 리얼리티 때문에 사회학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사회주의에 관해 간략하게 다루고, 사회학의 소명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 방향 설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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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그는 자신의 개념화 작업(은유)의 방법에 대해 논하고, 그의 중심개념인 Liquid Modernity(책에선 유동하는 현대성으로 동명의 단행본은 액체근대로 번역됨)에 관해 설명합니다. ‘사회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바우만은 사회학의 목적을 다시 끌어오면서 사회학의 쓸모는 사람들이 마주한 삶의 문제와 그로 인한 분투 속에서 얼마나 적절히 연관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회학의 서비스 대상자인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다루며 사회학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하며 책이 마무리됩니다.

5. 느낀점·시사점: 저는 이 책을 간략하게 짚었고, 전체적으로 책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로 넘쳐났습니다. 이 책은 학술의 세계로 숨어버린 사회학과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끊임없이 의심받는 사회학의 현실에 대한 한 비판사회학자의 해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바우만이 제시한 사회학의 목적은 제가 거듭 강조한 부르디외의 목적과 많은 부분 유사하고, 바우만도 그것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어쩌면 비판사회학의 그렇고 그런 목표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 바우만은 다른 비판사회학들과는 충분히 구별되는 지점들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이 제겐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과연 사회학은 무슨 쓸모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학의 목적과 소명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께서 읽어보시기 좋은 책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회학 입문 시리즈 두 번째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사회학 공부의 기초: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간단한 틀>입니다.

하던 대로 출판사 소개부터 하고 싶은데요, 이 책도 <유유>의 책입니다. 출판사는 직전에 소개했으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유유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포함해 6권의 <공부의 기초> 시리즈를 출간했습니다. 고전학, 역사학, 심리학, 미국정치사상, 정치철학이 주제이니 관심가시는 분께선 살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앨런 존슨(Allan G. Johnson)이라는 미국의 사회학자·연설가입니다. (여담으로 책에는 앨런을 Allen으로 표기했는데, 오타인 것 같습니다) 앨런 존슨은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논문의 주제는 젠더연구(멕시코에서의 여성의 역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꾸준히 젠더·소수자·인종·불평등 연구를 해온 학자인 동시에 활동가, 실천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역자는 이솔 선생님이신데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셨고, 교보문고에서 일하시다가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가독성이나 문장 자체는 매우 매끄럽다고 느꼈고, 몇몇 개념어들이 기존 번역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는데, 원서에 접근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것은 일부였고요, 전체적으로는 개념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편집상으로는 참고문헌 중 국역된 책이 표기됐으면 좋았겠다, 정도의 아쉬움이 있었고요.

이 책의 원제는 The Forest and the Trees: Sociology as Life, Practice, and Promise(2014)이고 저본인 원서는 개정 3판입니다. 97년에 나온 초반에는 ‘An introduction to sociological thinking’라는 제목이 붙어있었습니다. 부제를 통해서 이 책의 핵심내용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사회를 사회학적으로 생각하기’이고, 동시에 ‘사회학을 실천하기’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사회학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를 통해 사회학적 실천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학자인 저자가 처음부터 겨냥하는 것은 ‘개인주의’입니다. 책의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모든 사회의 활동과 결과를 개인으로 축소시키고 환원하는 개인주의는 환상이며 사회는 숲(사회시스템)과 나무(개인)를 함께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1장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책에서는 2장에서 문화의 문제, 3장에서 사회적 삶의 구조, 4장에서 인구집단과 인간생태학이라는 주제들을 다루면서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개인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러니까 개인은 언제나 사회적 개인이며, 사회시스템 속에서 규정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똑같은 부부싸움을 해도, 가사노동의 성별분업이 잘 된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을 가지고 싸울 문제가 적으며 설령 싸우더라도 가부장적 질서가 강한 사회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을 겁니다. 개인은 사회시스템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2-4장에서는 ‘숲’을 다룹니다. 전체적으로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사회시스템 속의 개인은 어떤 존재인지를 다루고, 5장에서는 미시사회학의 전통에서 구조보다 개인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나무’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논의된 숲과 나무에 관한 이해를 기반으로 6장에서는 사회학적 실천에 대해 다루고, 7장에서는 논의를 정리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사회를 바라보는 한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사회학적으로 사고하는 하나의 방법을 체험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책 속에는 중요한 사회학적 개념들이 녹아들어있고, 저자는 그것을 실례를 통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조금 심화된 이야기를 나누자면, 사회구조가 개인을 작동시키느냐, 개인들의 실천이 사회구조를 만드느냐 등의 구조이론과 행위이론의 대립은 사회학 전통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제였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나름의 독특한 방법으로 이 대립 속에서 하나의 길을 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저자는 미국사회학의 전통이 강한 사람이기도 해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당분간 한 10권 정도의 사회학 입문 서적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입문서적들을 읽으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기본기를 좀 쌓고 재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사회학에 관심을 가지셨지만 쉽게 접근하기 못하셨던 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연재를 시작합니다. 오늘 처음 소개해드릴 책은 다케우치 요우가 쓰고 최선임 선생님이 번역하신 <세계명저 사회학 30선>입니다.

먼저 이 책은 출판사 <지식여행>이라는 곳에서 출간됐습니다. 이 출판사는 저도 생소한데요, 가디언/지식여행 출판사가 같이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식여행은 일본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고 사회학 관련 도서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편집에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는 사회학 명저 30권이 나오는데 이중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을 따로 정리·소개하는 정도의 편집만 되었어도 아마 만듦새가 훨씬 좋았을 거고 독자들이 심화된 독서를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저자·역자인데요, 이 책의 저자 다케우치 요우는 교토대학에서 역사·교육사회학을 정공하고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학자입니다. 출판사의 소개를 보니 교육과 근대 일본의 지성사에 관한 작업들을 해온 것 같고요, 역자이신 최선임 선생님은 고려대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시고 강사도 하셨다고 하네요. 일본어로 된 심리학책을 주로 전역하시는 전문번역가십니다. 사회학 영역의 비전문 번역가이셔도 일본어를 옮기신 거라 그렇게 큰 (개념어) 오역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문번역가 답게 문장도 매끄러웠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 고전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인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저자는 7개의 주제 속에 사회학 명저 30권을 선정해서 3단계로 책을 설명합니다. 이 책과 관련된 현실의 이야기를 하면서 운을 떼고요, 그 다음 책의 핵심에 관해 다루고,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합니다. 거의 모든 책을 이런 식으로 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서사나 주제가 없는 사전식 책이라서 내용 설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선정한 30권은 완전히 학술적이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대중적이지도 않은 목록 같습니다. 사회학 입문서부터 대중서, 교양서, 고전, 그리고 학술서까지 다양한 30권의 책을 선정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른바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몇몇이 빠졌다는 건데요 그건 입문서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 권 당 약 5장의 분량으로 설명하는데 그러다보니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책을 잘 소개하고 있는 것 같고요, 몇몇 책들은 핵심을 참 잘 짚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사회학 입문 첫 시리즈로 이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절판이라서 도서관에서 구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으시고, 원전으로 뛰어들게 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30권의 목록과 번역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30권 중에 25권이 국역됐습니다. 그리고 저 목록에는 없지만 책 중간중간에 해당 사회학자들의 저작들이 나오는데 출판물과는 제목이 다른 경우가 있으니 관심있는 책은 저자로 검색해서 찾아보세요.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바우만이 2017년에 작고하고, 재작년 말에 그의 유작인 『레트로토피아』가 번역되면서 마케팅을 통해 바우만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 적이 있었다. 한 선생님의 말씀처럼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회학자는 부르디외도 루만도 고프만도 하버마스도 아니고 ‘바우만’이다. 한동안 바우만에 골몰했던 적이 있는데, 제한적이겠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그에 관한 책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우선 바우만을 입문하는 데에 있어선 사진에 나온 책보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먼저 보시길 추천하는 편이다. 이 책은 복수의 저자가 바우만을 다루는 책으로 그의 생애와 전체적인 학문세계를 평이하고 다채로운 관심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사회학의 쓸모』의 경우에는 바우만의 입을 통해 그의 사상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돕는 책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바우만의 중심이 되는 도서는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액체근대』, 『새로운 빈곤』 이렇게 세 권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는 아마도 바우만에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는 책일 것인데, 이 책에서 바우만은 다른 근대성 담론으로는 해명될 수 없는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룬다. 아마 폴란드 출신 유대인이며, 반유대주의의 물결 속에 영국으로 망명했던 그에게 이 주제는 각별했을 것이다. 바우만은 홀로코스트가 어떤 일탈이라기보다, 근대문명의 핵심인 이성과 합리성이 배태한 사건이라고 파악한다. 그는 이 문제를 국가폭력, 복종 등으로 풀어내는데, 이는 근대가 계몽의 변증법(아도르노), 문명화 과정(엘리아스), 탈주술화(베버)와는 다른 무엇임을 주장하는 책으로, 아이히만의 문제를 사회 전체로 확대하는 기획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책은 『액체근대』이다. 이 책에서 바우만은 초기 근대와는 달라진 후기 근대(late modern)를 액체근대(liquid modernity, 혹은 유동하는 근대)로 명명하는 작업을 한다. 고체근대(solid modernity, 혹은 단단한 근대)와 다른 액체근대는 포스트모던 사회이론처럼 해체적이다. 견고한, 단단한 사회적 형식이 소멸하고, 민족국가(national state)의 기능과 권력이 약화되면서 국가기관의 기능들이 외주화(outsourcing)되고, 공동체는 액화되고 해체되어 네트워크화되며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삶은 프로젝트나 에피소드로 분할되어 결국 개인이 이 모든 불확실의 책임을 갖게 되는 사회가 유동하는 근대사회이다. 바우만의 liquid시리즈는 사랑, 공포, 삶 등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이 책은 그 중심에 있다. 이 책은 현재 절판인데 ‘유동하는 근대’라는 이름으로 재번역된다고 알고 있다.

끝으로 중요한 책은 『새로운 빈곤』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바우만은 액체근대에서의 새로운 빈곤(new poor) 문제를 다루는데, 핵심은 크게 ‘노동윤리의 변화와 생산자 사회에서 소비자 사회로의 이행’, 다음으로는 ‘복지국가의 몰락과 사회의 배제’, 마지막으로 ‘새로운 빈곤층의 출현과 이들의 의미변화’이다.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핵심논의들이 자기복제로 보일 정도로 바우만의 저서에 반복되기 때문이고, 이 책에서 그것이 가장 잘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몇몇 책은 이 책의 반복일 정도). 이 책은 현재 동녘출판사에서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로 재번역 출간되었고, 이 책은 따로 리뷰할 예정이다.

읽어보지 못한, 번역되지 않은 책들 중에는 『해석학과 사회과학』, 『실천으로서의 문화』 같은 책에 눈길이 가고, 읽게 되면 목록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바우만의 강점은 우리시대에 관한 하나의 유의미한 해석을 제시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이 이름을 붙이는, ‘개념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름 바우만을 소개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은 바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한계에서 오는 것이다.

“인물과 용어로 살펴보는 사회학”, 『사회학 용어 도감』. 이런 책이 나왔다. 출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구매했고, 얼마 전에서야 이 책을 살펴봤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도서를 기획·출간 중인 다나카 마사토, 1980년 생의 사회학자 가츠키 다카시가 공저한 책이다. 이 책을 출간한 성안당 출판사는 “××× 용어 도감”류의 책을 꾸준히 출간 중인데, 이 책 역시 그 맥락에 위치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인물과 용어로 살펴보는’이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약 48명의 사회사상가를 설정해 설명하고, 그들과 연관된 수많은 개념어를 삽화와 간략한 설명을 통해 소개하는 책이다. 48명의 사회사상가는 연대기 별로 ‘근대의 서막’, ‘근대에서 현대로’, ‘미래로’ 세 시기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고전 사회학자, 중기 사회학자, 현대 사회학자로 분류되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분류이다.

이 책이 분류한 48명의 사회사상가는 매우 다채롭다. 나름 사회학을 열심히 공부해왔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회사상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 다루는 인물을 사회학자가 아닌 사회사상가라고 칭하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 엄격한 의미에서의 사회학자는 아니기 때문인데, 그만큼 책은 광범한 사상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영국, 미국, 호주 쪽의 사회학자를 새로 알게 되었고, 유럽 쪽 사회학자 역시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개념 설명의 경우에는 비교적 어렵고 까다로운 이론부터, 평이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까지 다루고 있고 이를 학자와 그리고 다른 개념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유기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다만 구성이나, 분량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념을 깊게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런 개념이 있고, 이런 내용이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이 매우 알찬 편이다.

다만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일본어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에는 한자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데에 편리한 점이 있겠지만, 번역자께서 사회학의 용어를 살리시기보다는 일본어 어휘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시거나 일본에서 사용된 영어표현을 그대로 옮기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 이 책은 이 자체로서 완결된 책이라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사회학의 전체를 조망하고 그를 통해서 사회학 공부를 심화시키고 진척시키는 하나의 조감도로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런 학자가 있었고, 이런 개념이 있었네’ 느끼며 흥미로운 이론가에 대한 공부와 독서를 이어가는 것이 이런 책이 가진 장점이자 역할일 것인데 책에서 다루는 번역이 기존 사회학 용어나 번역서와 거의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의 연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냥 이걸 이렇게 옮겼구나, 책이 이렇게 표기됐는데 이거 그 책일 텐데 하며 읽겠지만 일반 독자의 경우 책의 단어를 검색해도 관련 자료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번역자 선생님의 노고가 컸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회학계에 계신 분께 감수를 맡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큰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책은 정말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스터디하면 좋을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스터디를 하게 되면 이 책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각자 관심이 가는 학자, 개념을 가지고 공부해와서 개념어와 함께 소개하면서 공부하면 좋은 책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을 포함한 사회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싶은 사람한테도 좋은 책이다.

여담으로 책을 보며 일본의 사회학이 매우 부러웠다. 이 책은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한국학자는 이런 책을 쓰지 못할 것이다. 한국학자가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축척하고 쌓아둔 번역된 자료가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의 여러 학자와 그 책을 모두 섭렵하고, 책을 쓸 수는 없다. 그건 평생에 걸친 작업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이런 학자들과 그들의 책을 자국어로 번역했다. 그러니까 타국의 지식을 번역을 통해 자국의 지적 자산으로 만들었기에 쓸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책 뒤에 나온 참고문헌은 외국어 다 일본어 도서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 책은 연구자의 성실함과 명민함과는 관계없이 쓰일 수 없는 책인 것이다. 이런 일본의 학술문화와 축척된 지식자본은 따라 배워야 할 것이다.

나는 마르크스만큼 유명한 사상가도, 동시에 마르크스만큼 잘못 알려진 사상가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중요한 100가지의 단어를 소개하고 입문하게끔 하는 목적을 가진 책으로, 정교하면서도 단순하게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책이다.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또 마르크스주의를 조금 더 정확하게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 같다. ⠀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는 미카엘 뢰비, 임마뉘엘 르노, 제라르 뒤메닐이 공저한 책이다. 일단 저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저자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프랑스 마르크스주의에 대표 격인 학자들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처음 학문이 오늘날만큼 분화되지 못한 미분화 상태에서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는데,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는 정치경제학이라는 테두리에는 담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학문분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위 있는 저자들의 공저를 통해 이 책은 한층 다채로워지고, 전문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100가지의 단어를 선별하고 그것을 소개함으로, 읽는 독자가 마르크스주의에 입문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이미 국내에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여러 마르크스주의 사전이 도입되었다. 그중에서도 몇 종류의 사전을 참고하며 공부해본 나는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개념의 핵심에 정확히 접근하면서도 명료하고 친절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묵직한 마르크스주의 사전과는 다른 이 『마르크스주의 100단어』만이 가진 선명한 장점이다.

나 같은 경우는 톰 보토모어의 『마르크스 사상 사전』이나, 도서출판b에서 나온 『맑스 사전』을 참고하면서 공부한 적도 있는데, 이 책들은 마르크스에 대한 심화한 관심을 가진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또 둘 중에는 『맑스 사전』이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편이다. 또 이 책은 현재 왕성하게 한국에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를 소개하고 계신 배세진 선생님께서 번역하셨는데, 번역의 가독성이나 정확성도 그만큼 훌륭한 편이다.

여담으로,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문고판 끄세쥬(Que sais-je) 총서의 한 책이다(끄세쥬는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오는 말로,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뜻한다). 손에 잡히는 문고판 책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구나, 느끼며 책을 봤다. 한국에도 이런 작지만 단단한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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