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는 꾸미지 않은 아내 때문이다.”,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 “성경인물 중에 여자문제 없는 인물 없다.” 이런 말은 도대체 누가, 언제 한 이야기일까요? 조선시대 이야기일까요? 얼마 안 된 한국 개신교의 대표 목회자·장로들이 한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처벌을 받았느냐? 다들 잘 살고 있습니다. 개신교단체인 한국복음화협회의 자료를 보았을 때, 개신교인들은 비개신교인 평균보다 더 보수적이고 성(性)에 있어서도 보수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의 말들이 어느 정도 정제된 상태로 인식 속에 공유되어 있을 겁니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온 책이 이 책 <비혼주의자 마리아>입니다.
1. 총평: 이 책은 전체적으로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요, 하나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그루밍 성범죄를 다루는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안에 만연한 성차별적 인식과 교육에 관한 반박입니다. 물론 후자가 전자 속에 녹아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갈래로 이 책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출판사: 이 책은 기독교 출판사 Ivp에서 나왔습니다. Ivp 출판사는 아마도 개신교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출판사일 텐데요, 복음주의 전통의 Ivp는 신앙적이면서도 내실있고 상식적인 내용의 출판물들이 나옵니다. 복음주의권의 대표 출판사이면서 모던 클래식스 같이 학술적으로나 현대 기독교 역사에서 가치 있는 출판물을 출간하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만듦새가 좋은 편이죠. 개인적으로 신앙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출판사입니다.
3. 저자: 이 책은 안정혜 작가님이 쓰시고 그리셨습니다. 안정혜 작가는 기독교 컨텐츠를 보다 쉽게 만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신 분이시고, 한국교회에서 성적으로 왜곡된 시선들을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배우고 체화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겪었던 분노의 경험들을 꺼내 마주보면서 교회에서 있었던 많은 성차별과 성범죄를 통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한국교회를 너무 잘 아는 내부자이고 이 책은 하나의 만화이지만 현실을 담고 것입니다.
4. 내용구성: 이 책은 언니 권마리아의 비혼 문제로 자신의 결혼에 차질이 생긴 권한나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동생 권한나는 자신의 결혼을 위해 언니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언니가 겪었던 교회에서의 성범죄 문제를 알게 되고, 또 언니의 배우자를 만나게 하기 위해 독서모임에 언니를 초대하게 됩니다. 그 독서모임의 주제는 ‘바울과 여성’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독교는 여성혐오의 종교인지를 토론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신학적인 내용이 나오고, 교회 내의 문제적 인식들이 반박됩니다. 전체적으로 이런 과정 속에서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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