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한국 사회학의 탈종속 문제제기를 한 김경만의 저작

한국 사회학의 탈식민/종속성 논쟁이란, 한국사회학이 서구 특히 미국사회학의 정신적 식민지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이것을 탈피하고 “자생적이고 한국적인 사회학을 추구하고, 사회학을 토착화 하자”는 하나의 주장으로 오늘은 이 문제를 다룬 최근의 논쟁을 다뤄봅니다.

사회학계에는 ‘서울대-미국박사는 성골, 서울대-비미국박사는 진골, 연고대-미국박사는 6두품’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곤 했습니다. 『지배받는 지배자』는 앞선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미국유학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 엘리트의 형성을 추적하는 책으로, 한국과 미국을 교차해 미국학계의 우월성에 압도되며 동시에 미국문화에서 주변자로 소외되는 미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는 미국 출신이라는 점으로 우월한 엘리트가 되는, 즉 (미국의) 지배받는 (한국의) 지배자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며 한국학계에 중심부를 차지하는 엘리트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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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은 날선 비판이 담긴 책인 동시에 이어 다룰 책의 기준이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김경만 선생님은 서구사회학의 탈종속성, 탈식민성을 강조하며 ‘한국적 사회학’을 주장한 원로 스타급 학자들을 실명비판하며 그런 것은 없고, 주변부에서 학자생활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학자적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의 책이 미국‧캐나다 대학의 사회이론 교과서로 채택되고, 기든스, 바우만, 제프리 알렉산더 등의 세계적 1급 사회학자들과 논쟁하고 공동작업을 하게 된 자신처럼 한국사회학도 한국이라는 로컬지식장이 아닌 글로벌지식장에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경쟁하며 권위를 얻어야 세계적 수준의 학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경만의 문제제기에 『응답하는 사회학』은 다른 해답을 내놓습니다. 그러니까 학자들의 세계에 갇혀 학술지에서 논쟁하고 권위를 얻는 사회학이 아닌, 예술/인문학/문학으로서의 사회학을 다시금 초청하며, 지금 주변의 삶의 자리(로컬)에 ‘응답하는’ 사회학을,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사회학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 정수복 선생님은 인문학적 사회학은 무엇인지, 또 응답하는 사회학자의 삶과 응답하는 사회학을 했던 한국 사회학자들의 책을 다루며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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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사회학』 역시 김경만의 문제제기를 언급합니다. 저자 김덕영 선생님은 김경만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합니다. 사회학 자체가 근대의 결과물이기에, 서구/한국의 대립은 무의미하고 전통/근대의 구별이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김경만 선생님의 주장과 그가 이상으로 꼽는 부르디외는 세 가지 차이가 있는데, 부르디외는 세계사회학이 아닌 프랑스를 연구했고, 글로벌 지식장이 아닌 프랑스 지성계에서 활동했고,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공부했다는 점을 지적하십니다. 그렇기에 김덕영 선생님의 해법은 근대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결합으로 한국 사회학을 구축해야하는데, 이것은 서구 사회학을 넓고 깊게 연구하며 기본적 훈련을 하고, 사회학의 고전을 번역‧연구함으로써 서구 사회학을 토착화하고, 이를 모국어로 읽으며 지적시야를 넓히고 이를 통한 제대로 된 한국사회의 경험연구를 통해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추구해야 된다고 보십니다.

저는 각자 선생님께서 다 맞는 말씀을 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덕영 선생님의 입장을 공감하고 지지하지만요. 여담으로 부르디외는 『지배받는 지배자』에서 이론의 근거로,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에서 글로벌 지식장을 장악한 극복의 대상이자 분석틀로, 『응답하는 사회학』에서 응답하는 사회학자로서, 『사회의 사회학』에서는 그의 학술세계를 통해 지향할 사회학의 방향으로 다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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