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주, <오늘을 위한 레위기>

1. 레위기의 어려움: 레위기는 걸림돌이다. 읽더라도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게 되는 본문이다. 그렇기에 레위기는 오용되기 쉽다. 레위기를 문자대로 해석해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피를 먹지 말라고 적혔으니, 육회·순대는 안 먹는 사람(참고로 이를 제대로 지키려면 저 수준이 아니라 코셔푸드를 먹어야 한다). 반대로 율법이 모두 폐지되었다는 측면에서 이 본문을 그저 부차적 의미로 보는 사람도 있다. 레위기 자체도 까다로운데, 거기에 레위기는 보통 극단적으로 해석되니 이를 제대로 읽기는 매우 어렵다.

2. 레위기의 의미: 구약의 핵심이 오경이며, 오경의 핵심은 레위기라는 것은 클리셰일 정도로 레위기는 중요하다. 저자, 김근주 교수님에 따르면 레위기는 “구약 전체의 핵심을 차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의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전적으로 레위기에 근거”하며, “가장 종교적일 수 있는 제의를 기반으로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일상의 윤리로 연결”하는 책이다. 레위기는 성서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여전히 의미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 된다. 나 역시 레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한참 주석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 마틴 노트, 제이콥 밀그롬의 책을 제외한 책은 처분했다. 이 책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니 레위기를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3. 이런 상황에서 <오늘을 위한 레위기>가 출간되었다. 책을 보며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이 저명한 랍비 구약학자인 제이콥 밀그롬의 <레위기 주석>에 빚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한편으로는 해외의 다양한 레위기 연구뿐 아니라 국내의 레위기 연구를 종합한 책이라는 것이다. 김근주 교수님의 <특강 이사야>처럼 이 책은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에 있지만, 기존 연구를 종합하고 여기에 새로운 성과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책이다.

4. 동시에 이 책은 일반독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레위기가 가진 내재적 의미를 해석할 뿐 아니라, 꾸준히 신앙의 맥락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신약과의 연관 속에서 레위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룸으로써 일반독자에게도 큰 유익을 제공한다. 또 본문의 의미를 한국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며 추가적인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를 통해 저자는 수천 년의 괴리 속에 존재하는 본문을 오늘의 한국 개신교인에게 적합하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여러 성찰의 지점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책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이런 책을 읽는 훈련이 된 분은 충분히 소화할 만한 책이다.

5. 내용: <오늘을 위한 레위기>는 교회를 위한 신학의 정석인 것 같다. 책은 주석의 전형을 따른다. 구성은 1부 개관, 4부 결론과 함께 제사를 다루는 2부, 성결법전이라고 주로 표현되는 레위기 후반부를 3부에서 다룬다. 각 장은 본문에 대한 주석과 이것의 현대적 적용 및 신약과의 연결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글쓰기 방식은 특별히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본문이 가진 의미와 오늘날의 쓸모를 탐구하는 게 필수적인, 어쩌면 강제적인 레위기를 읽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글에서 책의 내용을 전부 아우를 수는 없지만, 책에서 다루는 레위기 본문 전체의 개별적 주석은 매우 꼼꼼하고 충실하게 작성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인상 깊게 읽은 것은 여성의 부정에 관한 내용, 동성 성행위에 관한 내용, 그리고 희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당시 사회에 존재했던 인식과 본문의 의미를 선별하고, 레위기의 본문의 진의를 추적하면서,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해석에 학적으로 반박하고 한편으로는 레위기를 오늘날 한국에 끊임없이 위치시키고 있다.

“레위기는 지금부터 수천 년 전 고대 이스라엘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을 청중과 독자로 전제하고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그 시기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세계관을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 이스라엘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레위기의 내용은 글자 그대로 오늘날 현실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고대라는 상황을 통해 표현된 율법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신중하게 살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살리고 하나님 백성으로 살게 하는 율법이 도리어 사람을 정죄하고 배제와 혐오를 자행하는 도구가 되어 버린다.” 6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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