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 1917-2014)


 4․29 재보선이 치러졌다. 이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기사의 대강은 이렇다. 이 재보선은 4곳에서 시행된다. 특히 이목을 끄는 선거구는 광주 서구을 지역과 서울 관악을 지역인데 이곳에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속이 아닌 야권 후보가 각각 선거구에 나왔다. 그래서 기자는 정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모리스 뒤베르제의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ing) 개념으로 선거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썼다.(호남의 전략적 선택 D-1, 그 결과는 과연?, 오마이뉴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개인의 후보 선호도가 아닌 선거 결과에 따른 고도의 정치 판단으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사는 야당 성향의 후보가 양분된 정치 토양에서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물음을 한 것이다. 부가적으로 한국은 선거구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서도 일명 '뒤베르제 법칙'으로 선거구가 정당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있다. 뒤베르제 법칙은 정치학 이론중에 가장 신뢰할만한 이론이며,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양당제 구도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고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당 구조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 한국사회에도 여러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리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배영동 역, 나남출판)란 책을 최대한 줄여본다면 ‘정치란 투쟁과 통합을 내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로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뒤베르제는 정치를 야누스의 두 얼굴이라고 명명한다. 야누스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문(門)의 수호신이다. 한 몸에 두 얼굴을 지닌 신, 야누스는 역설적으로 전쟁과 평화를 상징한다. 뒤베르제는 정치를 이런 야누스의 양명성과 함께 유추하려고 하는데 전쟁과 평화는 투쟁과 통합에 대응된다. 기존 사회적 상태나 질서에 대한 모든 유․무형의 도전으로 대변되는 일종의 투쟁들은 진보된 사회적 상태나 질서를 목표로 한다. 안정을 위한 불안정인 것이다. 이런 정치적 모순성에 정치(政治)의 본질이 있다고 뒤베르제는 말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뒤베르제는 크게 정치에 관한 서론과 투쟁의 요인과 형태, 투쟁에서 통합으로의 변화, 결론을 다루고 있다. 투쟁의 기초적인 요인을 뒤베르제는 권력의 특권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에서 그는 투쟁의 요인을 생물적, 심리적, 인구적, 지리적인 요인 등의 비교적으로 가치함축성이 낮은 요인부터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까지 비교적 가치함축의 정도가 높은 요인까지 다루며 설명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인종주의 이론이 나치즘의 학살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나치즘의 독일은 우생학적 관점으로 유대인을 살해하고 제국주의로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정치적 변동을 가져왔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바 인종의 차이는 색소나 신장 등의 생물학적인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실증적이지 않은 사회적 통념이 한 사회를 얼마나 잘못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항목이었다. 또한 생물적 요인에서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투쟁의 요인은 확대되지만 그 기저(基底)에는 권력에 수반되는 특권이 깔려있었다. 다음으로 투쟁의 형태에서 투쟁의 구조는 바로 사회의 문화라고 이야기 한다. 보통 이 부분에서는 정치 체제 즉 구조적 측면에서의 투쟁의 형태를 살핀다. 특히 저자가 정당론(政黨論)에 권위자인 만큼 정당 체제에 관한 내용을 면밀히 주시했다. 특별히 실제 유럽정치를 예시로 투쟁 형태를 풀어나가는 서술을 흥미로웠다. 뒤베르제는 투쟁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정치사회학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데올로기나 가치체계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학을 단순히 방법론이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과학적 정치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연의 과학이라 지칭했던 정치의 모습, 책에서 뒤베르제가 지적한 직관과 비합리적 정치에 대한 모습을 다루는 것에 의미가 있다. 끝으로 투쟁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민주체제와 독재체제의 투쟁을 말하는데 민주정에서의 투쟁은 결국 우연적 상황을 감안해도 주기성의 한계를 내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합에 대한 장에서는 통합의 이론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투쟁에서 통합으로라는 소제목에서도 뒤베르제가 먼저 언급하는 것은 투쟁에서 통합으로의 이행을 필연적이 것이며 양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놓인 것이라고 천명(闡明)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통합에 관한 내용은 이론적인 부분에서 투쟁에서의 폭력적 방법에 대한 한계, 타협의 실현, 연대관계의 발전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연대관계의 발전에서는 인류가 거시적으로 보면 근본적으로는 조화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애타주의나 박애주의로 결속될 성향과 가능성을 희박하지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통합의 기술에서는 규칙과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규칙과 절차는 제도적 측면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호체계, 즉 문화코드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의 조직화나 시민의 교육, 사회의 강제력으로도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 다음 통합과 의사통합의 장에서는 통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어서는 통합과 발전수준에 대해 논하고 통합이 가지고 있는 성장이라는 부분에 대해 말하고 또한 완전통합은 신화라고 지적하며 통합에서의 투쟁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황금시대의 신화라는 목차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통합을 증가시키는 것은 맞지만 사회의 전적인 통합을,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사회인 공산국가와 같은, 불러온다는 것은 신화(Myth)에 이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투쟁은 인간사에 제거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뒤베르제는 비교정치적 방법론으로 사회주의의 동구와 자본주의의 서구가 기술적으로 동질성을 갖지만 결국 동일한 체제의 통합을 이루기는 힘들다는 주장을 하며 책을 마친다.


뒤베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투쟁(鬪爭)과 통합(統合)이다. 한국의 역사도 끊임없는 투쟁과 통합의 역사였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사 전반에 걸친 일관적 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인류사 또한 수많은 투쟁과 통합을 반복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이니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를 유념하고 대비하며 살아야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투쟁은 불가피하며 필연(必然)적 속성을 가진다. 또한 그 투쟁은 통합을 수반한다는 데에 맹점이 있다. 투쟁과 통합은 모순적이지만 수반된다. 투쟁과 통합의 긴장 속에 정치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사회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이에 따라 사회는 언제나 통합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어야할 것이다.

파슨스, C. 라이트 밀즈와 함께 미국 사회학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버트 K. 머튼(Robert King Merton, 1910~2003)


로버트 머튼은 크게 미국사회학의 중흥을 이끌었던 기능주의 이론의 맥락에 있는 학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기능주의의 이론적 입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로버트 머튼은 구체적으로 구조 기능주의 이론가로서 거시적인 이론들을 생성했던 파슨스에 비해 중범위적 이론을 전개한다. 더불어 머튼은 비교적 칼 마르크스의 사회이론에도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구조 기능주의자들이 사회구조나 제도가 다른 구조나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만 중점을 두었다면 머튼은 이와 달리 사회구조와 제도의 역기능에 초점을 두고 이론을 발전시켜나갔다. 머튼의 분석에 따르면 구조는 전체 체계에 역기능적이면서도 여전히 존재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머튼은 분석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구조들, 즉 역기능들도 제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는 개선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를 통해 머튼은 기능주의 이론을 보완한다.


머튼의 아노미는 가치 있는 문화적 목표와 그 목표에 이르는 적법한 사회적 수단 사이에 괴리가 존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머튼은 이런 사회구조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방법들을 5개의 유형으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순응’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대처방식이다. 주어진 상황을 단순히 수용하고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상태에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혁신’인데 혁신은 가장 일반화된 일탈적 대응이다. 기존의 성공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되 부당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목표를 이루는 것이 혁신의 방법이다. 세 번째로는 ‘모반’이다. 모반은 수단과 목표를 모두 거부하고 체제의 무력화나 전복 같은 새로운 목표와 수단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네 번째로는 ‘은둔’을 들 수 있다. 은둔은 도피적 방법으로서 사회적인 낙오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목표뿐 아니라 목표달성의 시도조차 포기하는 경향이다. 마지막으로 ‘의례’를 들 수 있다. 의례는 투쟁을 포기하고 규범을 엄격하게 지킴으로써 획득한 것을 유지하는 경향이다.





로버트 머튼은 통합된 사회를 추구했다. 이것은 기능주의 이론의 연장선에 있는 머튼의 입장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데, 머튼에게 통합된 사회란 사회구조(승인된 사회적 수단)와 문화(승인된 목표) 사이에 균형이 유지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아노미 이론은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적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하위계층의 범죄나 비행이 증가할 것을 주장한다.


로버트 머튼의 이론과 함께 메스너(Steven Messner)와 로젠필드(Richard Rosenfeld)도 아노미와 일탈에 대해 설명한다. 메스너와 로젠필드의 경우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아노미는 승인되지 않은 제도적 방법을 통해 물질적 성공을 규제하는 통제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행위자로 하여금 일탈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메스너와 로젠필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강조되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구조적 장애에 직면하게 될 것을 전망했다. 이런 경험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은 종국에 제도적 합법성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 처한다는 분석 또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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