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심: 이 책, <지슬>은 동명의 원작 영화 <지슬>을 수묵화로 그려낸 그래픽노블입니다. 책은 제주 북서부 중간산에 위치한 ‘큰 넓궤’라는 동굴에 학살을 피해 대피한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펼쳐내며, 그 과정에서 파생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슬’은 감자의 제주방언으로, 이는 학살을 피해 은둔한 사람들의 식량이기도 했습니다.

2. 저자: 책은 영화를 만화화했고, 원작은 오멸 감독입니다. 오멸 감독은 제주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여러 독립영화를 연출했고, 다양한 수상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감독이십니다. 그리고 이를 만화화한 김금숙 작가님은 역사 만화를 주로 그려 오신 분으로 한국 근대사의 다양한 모습을 만화로 그려내고 이를 영어‧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하는 작업도 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3. 내용: 앞서 말씀드렸듯, 이 책은 토벌대의 학살을 피해 동굴에 숨어든 마을 사람과 토벌대를 중심으로 서사를 진행합니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은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독하게 악독한 토벌대 상사나 무고한 피해자 같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책은 수평적이고 단순한 인물보다는 다양한 인물의 삶을 보여줍니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부역했던 마을 사람, 그리고 토벌대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군인, 도피처를 밀고하는 마을사람 등 제주 4‧3이라는 거대 서사 속에 있는 개인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4. 감상: 실제로 이 마을 사람들, 120여 명은 학살을 피해 도망치다가 토벌대에 잡혀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 정방폭포에서 학살당한 뒤 바다에 버려집니다. 원작자인 오멸 감독은 평온한 듯 느껴졌던 한라산에서 매서움을 느꼈다고 하는데 이제는 관광과 낭만의 장소가 된 제주는 불과 70년 전에는 전혀 다른 장소였을 겁니다.

제주 4.3사건이라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는 단선적이지 않은 굉장히 복잡한 사건들과 해석들이 얽혀있습니다. 저는 이 속에서 존재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를 읽는 것도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에 관한 고민 속에서 인류사의 한 비극에 대한 시선과 생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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