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통해 정치 / 정치학 입문에 관한 책을 몇 권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2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 부족한 경험과 공부의 한계 안에서 작성된 목록이니 너무 크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말씀은 못 드렸지만, <오름> 출판사도 정치 / 정치학에서 좋은 책을 많이 출간합니다. 다만 입문보다는 정치한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판되니, 그점은 참고하시기 바랄게요.

 

5. 현대 정치사상 / 현대 정치철학 / 정치 이데올로기

 

현대 정치사상 / 현대 정치철학 / 정치 이데올로기는 제가 이전에 정치철학 / 정치사상으로 다룬 영역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정치철학 / 정치사상에서는 철학사처럼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현대 정치사상은 인물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보수주의, 무정부주의, 페미니즘 등의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한국의 경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 책이 정치를 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분야에 있어서 제가 가장 전반적으로 추천할만한 책은

 

1) 사회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 앤드류 헤이우드, 오름

2)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폴 슈메이커, 후마니타스

 

이렇게 두 권입니다.

 

먼저 <사회사상과 정치 이데올로기>는 원제가 ‘Political Ideologies An Introduction’입니다. 정치 이데올로기 개론서, 입문서로 보시면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책 중에 가장 쉬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무정부주의, 파시즘, 페미니즘, 생태주의, 종교적 근본주의, 다문화주의 등 10개의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서술 자체가 정치학 교과서를 저술하는 앤드류 헤이우드답게 명료하면서도 평이한 게 특징입니다.

다음으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은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전통적 보수주의, 고전적 자유주의,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파시즘과 나치즘, 현대 자유주의, 현대 보수주의, 급진적 우파, 극단적 우파, 급진적 좌파, 극단적 좌파까지 12가지의 이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정치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가장 자세하게 서술한 책일 것입니다. 이 책은 12가지의 이념의 철학적 기반부터 정치적 원리까지 약 11가지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때문에, 각 이념이 가진 심층과 본질까지 익힐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고, 한 편으로 이 책은 다원적 공공철학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시도도 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읽고 생각할 여지가 많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한 편으로 앞선 책보다는 좁은 측면에서 현대 정치사상을 다루는 책도 있습니다. 앞선 책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같은 군소 사상까지 다루었지만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같은 사상은 실효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한국은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미국의 경우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대결보다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결이 중심이 됩니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결을 다루는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4) 정치의 생각, 애덤 스위프트, 개마고원

5)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스테판 뮬홀·애덤 스위프트, 한울아카데미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정의가 무엇인지 단순하게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책이 아니라, 공리주의 -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로 이어지는 논쟁의 맥락 속에서 진행되는 책입니다. 존 롤즈의 <정의론>의 토대가 되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일종의 사회계약적 상황에 무연고적 자아의 불가능성을 이유로 비판하며 나온 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실 미국 정치사상 논쟁의 주류가 되는 공리주의 -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비교적 쉽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애덤 스위프트의 <정치의 생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로버트 노직, 존 롤즈, 하이에크, 이사야 벌린, 드워킨, 마이클 왈저, 메킨타이어 등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이론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회정의,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의 5가지 주제를 다각도로 살피는 책으로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이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독서입니다. 그런데 내용 자체가 평이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맥락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6. 민주주의

 

1) 민주주의, 로버트 달·이안 사피로, 동명사

2) 민주주의 강의 1~4(역사, 사상, 제도, 현대적 흐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오름

3) 민주주의의 모델들, 데이비드 헬드, 후마니타스

 

우리는 일상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죠. 민주적이라는 말도 자주 하고.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민주적이다 / 민주적이지 않다라고 판단할 때, 그 근거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과 판단 기준을 제시한 학자입니다. 그의 책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기원, 현실, 이상, 미래 등의 주제를 명료하게 다루는 책으로 전공서에 가깝지만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꼭 거쳐야 하는 학자이지요. 이 책은 민주주의에 관한 기본서입니다. 이외에도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같은 그의 저작이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 바랍니다.

<민주주의 강의 1 : 역사>부터 <민주주의 강의 4 : 현대적 흐름>까지 이르는 민주주의 강의는 한국 저자에 의해 쓰인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부터 다양한 측면에서 편하게 접근하기 좋은 책이니 참고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복수의 저자가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의 전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의 모델들>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모델을 비교·분석하는 책으로, 보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되는 책입니다.

 

7. 한국 정치

 

1)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강원택, 21세기북스

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후마니타스

3) 좌우파 사전, 공저, 위즈덤 하우스

4) 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 공저, 아카넷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4개의 주제로 한국 정치사 일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데 좋은 책입니다. 제가 알기로 강원택 선생님은 유럽정치와 정당론/선거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셨던 분이신데, 최근 한국 정치쪽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현대 한국의 정치>, 지병문 외 4명 공저, 피앤씨미디어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가 한국정치사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어보지는 못해서 이 책이 제일 적합하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입문에 있어서는 저 책이 좋아보입니다.

최장집 선생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의 보수적 기원을 다루는 한국 정치의 고전이 된 책이죠. 이 책을 비판하든, 수용하든 꽤 중요한 기준이 되는 책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께서는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좌우파 사전>은 한국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 명제 22개를 다루는데, 이것을 논쟁적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아무래도 약간은 진보적 성향의 필자가 참여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저는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유효한 주제가 많지만 책이 나오고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최근 주제를 다룬 비슷한 책을 원하는 분은 <한국사회논쟁>, 공저, 명인문화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좌우파 사전>과는 달리 한 쟁점에 관해 양측의 필자가 다 의견을 내는 책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은 인물과 시기별로 한국 정치사상의 변화를 분석하는 책으로 한국 정치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상을 중심으로 보고 싶은 분은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공저, 후마니타스를 참고하셔고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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